대기업 논란의 사외이사 막전막후

권력기관 출신 모시기 경쟁 '박 터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사외이사 제도는 경영진의 횡포를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사를 사외이사로 앉혀 경영진을 견제하자는 게 기본 취지.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사외이사는 이사회의 결정에 순응하는 ‘거수기’로 전락했다. 정기주주총회 현장을 뜨겁게 달군 사외이사 적격성 논란 역시 따지고 보면 사외이사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

3월이 되면 주주들의 이목은 주주총회에 집중된다. 거의 모든 상장사들이 매년 이 시기에 주총을 거행하는 까닭이다. 올해 3월에 주총을 개최한 상장사만 해도 800곳이 넘는다. 그사이 핵심 관전 포인트였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거의 모든 주총에서 무사통과 됐다.

일부 사외이사들의 지난 행적이 논란을 야기했지만 별반 달라진 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아직까지 갖가지 구설을 양산하고 있다. 이해관계에 취약한 구조적인 문제가 곳곳에서 부각된 덕분이다. 회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물이 사외이사로 발탁돼 독립성을 저해하는 경향 역시 마찬가지였다.

되풀이되는
우리 편 뽑기

이해관계자를 임명하는 행태는 사외이사 선임 논란에 불을 지피는 단초가 된다. 하이트진로와 하이트홀딩스는 25일 주총에서 회사 임원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조판제 하이트진로 사외이사는 과거 하이트맥주 임원을 지낸 인물이다. 하이트홀딩스는 김명규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그 역시 하이트맥주, 하이트음료, 진로 등에서 임원을 거쳤다. 둘 다 독립성을 중시하는 사외이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됐다.

조현덕 한진칼 사외이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2013년 대한항공을 인적분할해 한진칼을 설립해 지주회사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문용역을 수행했다.


일부 사외이사는 회사와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SK텔레콤 오대식 사외이사는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이다. 태평양은 LG유플러스의 법률 대리인으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LG화학 안영호 사외이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다. 김앤장은 정부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처분 취소소송에서 LG화학 등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다. 한진해운 노형종 사외이사는 KSF선박금융 감사다. 노 사외이사는 자신이 감사로 재직한 회사와 거래관계가 있는 한진해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는 점에서 이해상충 소지가 다분하다.

현대엘리베이터 서동범 사외이사 후보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이음프라이빗에쿼티 상무로 재직 중이다. 이 회사와 특수관계인 이음제이호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는 현대엘리베이터 전환사채를 인수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주총에서 이옥섭 바이오랜드 부회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옥섭 사외이사는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의 화장품생활 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장(부사장) 등을 지낸 인사다.

뜨거운 감자 ‘독립성’ 한계
“보험처럼 갱신” 정권 따라 교체

일부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임기가 끝난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잔류시켜 논란을 키우는 모습이다. 경영진이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지적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한금융지주는 5년 임기를 채운 남궁훈 사외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금융회사 사외이사 임기는 최장 5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기타비상무이사는 임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외이사로서 임기를 채웠더라도 이사회에 남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지금껏 극히 드물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한동우 회장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지배구조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이사회를 경영진과 교감할 수 있는 인물들로 꾸렸다고 평가한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3월 주총을 통해 임기 1년의 사외이사로 임명했던 7명을 전원 유임시켰다. 사외이사의 힘이 너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사외이사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KB금융지주가 이번에 사외이사 전원에 대해 유임 결정을 내리면서 임기도 다시 2년 으로 돌아오게 됐다. 지배 구조의 연속성을 위한 선택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은 하이투자증권 사외이사로 금융권에 복귀했다. 그는 과거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조치를 받았던 전례가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12년 3월 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2014년 4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2011년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영업정지된 미래저축은행을 부당 지원한 사실이 적발돼 문책경고 제재를 받았다. 도덕성이 요구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제기된다.

일 안 해도
재선임 OK

업무 능력이 검증되지 않거나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는 인물을 사외이사에 선임하는 경우도 되풀이됐다. 매번 사외이사를 선임 과정에서 잡음을 만들던 기업도 더러 눈에 띈다.

지난 18일 종로구 LG광화문빌딩에서 열린 주총에서 LG생명과학은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을 처리했다. 다만 이번에 재선임 된 양세원 사외이사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은 논란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양 이사의 지난 3년간 이사회 출석률은 71%, 75%, 75%로 평균 73.7%이다. 일각에서는 이사회 출석률이 75% 미만인 이사들에 대해서는 업무의 충실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해 재선임에 반대를 권고하기도 했다.

현대상선은 이사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외국인 사외이사를 재선임해 논란을 키웠다. 홍콩 국적의 에릭 싱 치 입(ERIC SING CHI IP)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린 지난 10년간 이사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은 인물이다. 지난 2005년 3월 처음으로 사외이사에 선임된 이래 불과 6번 출석한 게 전부였다. 2011년부터는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2년 연속으로 잡음에 휩싸였다. 계획보다 일주일 미뤄진 25일이 돼서야 가까스로 주총을 치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외이사가 중도에 사퇴하면서 주총에 차질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당초 주총에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유성 후보가 이사직 자진 사퇴 의견을 밝힘에 따라 홍기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교체됐다. 민 후보는 최근 SDJ코퍼레이션에 몸담고 맡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데다 정부와 연관된 산업은행장을 역임한 약력이 있어 적격자로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권력기관 출신
정경유착 고리

현대중공업의 사외이사 자질 논란은 지난해에도 일어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 후보를 송기영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 고문변호사에서 유국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변경했다. 송 변호사의 경우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과 특수관계에 있어 비판이 일었다. 송 변호사는 정몽준 대주주와 현대중공업이 출연해 세운 아산나눔재단의 감사를 맡은 바 있다.


대기업 사외이사 자리에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이 진출하는 모습도 변함없이 재현됐다. 사외이사가 경영 투명성이 아닌 정경유착의 고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비판에 자유롭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벌닷컴이 10대 그룹 상장사의 신규 또는 재선임 예정인 사외이사 후보 140명을 분석한 결과, 43.6%인 61명이 정부 고위관료, 국세청, 금감원, 판·검사 출신으로 나타났다. 전직 장·차관도 16명이나 된다.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장관(GS건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장관(두산인프라코어), 김경한 전 법무부장관(한화생명),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장관(삼성중공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권도엽 전 장관은 요주의 대상이다.

GS건설은 18일 열린 주총에서 권도엽 전 국토교통부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권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5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국토해양부장관을 지냈다. GS건설은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권 전 장관의 전문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다만 독립성에 국한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신이 주무 장관으로 있던 분야에서 기업의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들이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허가 없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선임됐거나 활동했던 사실이 공개돼 사외이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권력기관 출신 변호사들을 대거 영입해 방패막이로 삼거나 향후 돌발상황에 대비한 보험 명목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다.

검찰총장 출신인 송광수 변호사는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영입된 이래 3년 동안 20차례 이사회에 참석하며 60여개 의안에 모두 찬성 입장을 냈다. 두산 사외이사로도 활동하는 송 변호사는 이 회사에서도 찬성표를 던지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름만 대면 아는…퇴직 후 방패막이 역할 
전직 검찰 간부들 겸직 위반

법무부장관을 지낸 김성호 변호사도 2013년부터 CJ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자신이 참석한 모든 안건에 찬성 입장을 개진했다. 지난해 기아자동차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귀남 변호사 역시 7차례 이사회에서 모두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이 변호사는 2009∼2011년 법무부장관을 역임했다.

일부 인사는 재직 시절 수사했거나 직무와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었던 기업과 연고를 맺었다. 송광수 변호사는 검찰총장 시절 삼성가의 편법 경영권 승계 수사를 지휘했지만 퇴임 후인 2013년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았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다시 선임돼 3년간 활동한다. 이재원 변호사는 자신이 지검장을 지냈던 서울동부지검장 관할 구역에서 제2롯데월드를 추진하던 롯데쇼핑의 사외이사가 됐다.
 

기업이 판·검사 출신 법조인을 영입한 것은 새삼스러운 그다지 일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최태원 SK 회장 형제가 회삿돈 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받던 2012년 1월 이 회사에 전무급 이사로 영입되기도 했다.

물론 해당 기업이 충분한 검토와 자문을 거쳐 결정한 사안인 만큼 찬성, 반대 여부만으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굳건한 방패막이
회사와 한통속

실제로 시민단체들은 권력형 사외이사 선임을 ‘방패막이’ 쯤으로 평가한다. 권력형 인사의 경우, 풍부한 인맥과 경험을 통해 기업에 유리한 정책입안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사정기관 동향파악 등 사실상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하는 그릇된 사외이사의 행태가 곳곳에서 드러난다"며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기 위해서라도 전관예우 문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가시화된 오너 2·3세 승계작업

정기주주총회를 거치며 대기업들이 경영 승계 작업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오너일가 2·3세들이 그룹 주력 계열사 사내이사 명단에 잇달아 이름을 올린 형국이다.

재계의 대표적인 3세 경영인으로 꼽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은 지난 18일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조 부사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한국공항의 대표이사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미 한진칼과 대한항공, 한국공항 등 그룹 내 주요 12개 계열사에서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조원태 부사장은 지난 1월 단행된 대한항공 ‘2016년 정기 인사’에서 회사 전 부문을 관장하는 총괄 부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주회사와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에 오르자 일각에서는 사실상 조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의 경영 승계가 정지작업을 마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은 올해 정기 주총에서 등기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은 28일 열린 주총에서 박세창 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박세창 사장의 금호산업 등기이사 선임은 그룹 경영 승계를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세아그룹의 3세 경영인 이태성 세아베스틸 전무도 등기이사 명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 전무는 세아베스틸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이번 세아베스틸 등기이사 선임으로 이태성 전무는 세아홀딩스와 세아특수강 등 그룹 핵심 계열사의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지난 2009년 세아그룹 지주사인 세아홀딩스에 입사한 이태성 전무는 지난해 세아홀딩스와 세아베스틸 전무로 승진한 바 있다.

한술 더 떠 두산그룹은 오너가 4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큰조카인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에게 넘기면서다. 박정원 회장은 25일 주총에 이은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절차를 거친 뒤 그룹 회장에 정식 취임했다.

두산그룹은 박두병 창업 회장의 유지에 따라 형제간에 경영권을 승계해왔다. 박 창업 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회장부터 시작해 박용오, 박용성, 박용현, 박용만 회장까지 차례로 경영권이 이어져왔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일가 1세대가 그룹의 기틀과 성장을 이끌었다면 2·3세대는 신사업과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그룹의 전면에 등장한 이들의 활약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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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