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진땀 흘린 이세돌

알파고와 멋진 승부 “대단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알파고’가 한판 승부를 벌였다. 이 9단은 AI와 바둑을 둔 프로 기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 9단은 바둑계를 제패한 포스트 이창호 시대의 최고의 바둑기사로 ‘바둑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은 조훈현, 이창호에 이은 세계 바둑 최강의 계보를 이어가는 바둑기사다. 세계대회 우승 횟수가 이창호 다음으로 많고, 12세에 입단해 한국 프로 기사 중 최연소 입단 3위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1위는 조훈현 9세, 2위는 이창호 11세다.

역사에 기록될 5국
바둑천재 파격행보

이 9단은 전남 신안군 비금도 출신이다. 꽤 특이한 이름의 소유자인데 그의 이름에 쓰이는 한자인 돌(乭)자는 한국에서만 쓰이는 한자다. 돌(石)석자에 을(乙)자를 합쳐 만든 글자다. 석(石)자는 돌이라는 뜻을 나타내고, 을(乙)자는 한자와는 상관없이 돌의 받침 ‘ㄹ’을 나타낸다.

이 9단은 2012년 발간된 자서전 첫 머리에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아버지에게 배웠다”고 단언한다. 그의 부친은 대학 졸업 후 몇 년 간 교편을 잡았으나 어떤 연유에서인지 고향 섬 비금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5남매를 길렀고 자식 모두에게 직접 바둑을 가르쳤다.

이 9단은 만 5세 무렵 또래의 섬 아이들과 함께 아버지에게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 1989년 조훈현의 응씨배 우승이 프로기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계기였다고 한다.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 9세에 서울로 바둑유학을 왔다.


12세에 프로기사로 입단했다. 형인 이상훈을 프로를 따라 입단했으나 자신보다 기재가 뛰어난 동생을 본 형은 “나는 이세돌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은퇴하겠다”고 선언하고 동생 이 9단 지원에 전념한다.

1995년에 입단하고 그 뒤 2단이 되는 데 3년이 걸렸다. 1999년에 3단이 된 뒤로 크게 활약하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는 두각을 나타낸다. 32연승이라는 역대 연승 3위 기록을 세우며 ‘불패소년’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다. 당시 최우수기사상을 수상했다. 이후 3년간 바둑계를 휩쓸지만 당시 3단에 불과했다.

이는 이세돌이 더 높은 단을 달기 위해 치러야 하는 승단대회를 제대로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형식에 젖어 과도한 대국수로 스타급 기사를 혹사시키는 승단대회의 문제점은 이전에도 지적되고 있었지만 최초로 그 제도에 정면으로 대항한 사람이 이 9단이었다.

3단에 불과한 이 9단은 메이저 세계대회인 후지쯔배를 우승하고 LG배 결승에 진출하면서 승단대회 무용론을 몸소 보여줬다. 이때 여론의 지지도 받게 된다. 결국 한국기원은 2003년부터 승단 규칙에 “세계대회 우승시 3단 승단, 준우승시 1단 승단”을 추가했다. 이세돌은 이 대회들에서 우승하며 단 5개월 만에 9단이 된다.

이후에도 2009년 5월까지 국내랭킹 1위, 10번째 세계대회 우승을 하는 등 정상급 기사의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바둑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하면서 괘씸죄로 징계를 받게 된다. 그러자 이 9단은 이에 반항해 2009년 6월30일부터 2010년 12월31일까지의 18개월 휴직계를 제출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이 9단은 기보에 대한 저작권 문제와 대국료 관련 문제로 한국기원과 마찰을 빚었다. 하지만 이 9단은 휴직 6개월여 만인 2010년 1월 11일 한국기원이 복직조건으로 내건 ▲소속기사 내규의 준수 ▲중국리그 수입 일부를 기사회 기금으로 내는 문제의 수락 ▲공동저작물인 기보저작권의 사용 권한을 기사회에 위임하는 것 등에 대해 합의 하면서 휴직을 끝냈다.

비금도 출생…5세부터 아버지에게 배워
프로기사 목표로 9세 때 서울 바둑유학


한국기원과의 앙금을 청산하고 복직하자마자 파죽지세로 24연승과 함께 덤으로 제2회 BC카드배 결승에서 창하오 9단을 3:0으로 압살하면서 세계 타이틀 하나를 더 추가하게 된다. 세 판 모두 불계승.

이 대회 16강전에는 당시 중국 랭킹 1위이던 콩지에를 상대로 초반에 대마가 잡혀 85집 정도를 잃은 상태에서도 역전승을 했었다. 그날 인터뷰에서는 이 9단은 “초반에 밀려서 그냥 두는 데 의의를 뒀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2011년 4월 제3회 BC카드배 결승에서 라이벌로 여겨지는 구리 9단을 상대로 3:2 신승을 거두고 BC카드배 2회 연속 제패에 성공한다. 2012년 12월13일, 삼성화재배 결승 3번기에서 구리 9단을 2:1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삼성화재배는 통산 4번째 우승한 것. 구리 9단과의 상대전적도 10승 1무 14패로 약간 회복했다.

2014년 구리 9단과의 인생승부 10번기를 시작했다. 10번기는 제한시간이 4시간에 1분 초읽기 5회. 월드컵 기간인 6월을 제외하고 1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에 개최되며 먼저 6승자가 나오면 종료된다. 승자는 우승상금 500만 위안(약 8억 4000만 원)을 패자에게는 20만 위안(약 3500만 원)의 여비가 지급된다. 단, 최종 성적이 5승 5패일 경우 상금을 절반씩 나눈다. 이 대회에서 이 9단은 6승 2패로 승리한다.

세계 바둑계 평정
구글 인정한 실력

2011년 4월, 제3회 BC카드배 결승에서 라이벌로 여겨지는 구리 9단을 상대로 3:2 신승을 거두고 BC카드배 2회 연속 제패에 성공한다. 2012년 12월 13일, 삼성화재배 결승 3번기에서 구리 9단을 2:1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삼성화재배는 통산 4번째 우승한 것. 구리 9단과의 상대전적도 10승 1무 14패로 약간 회복했다.

이 9단은 30대에 접어든 이후부턴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준우승만 내리하며 서서히 기량이 하락하고 있다. 2016년 2월 한국 랭킹은 2위(1위는 박정환 9단)로 떨어진다. 다만 박정환 9단이 세계무대에선 국내무대만큼 기량을 잘 못발휘하는 편이라 국내용이라는 오명이 있다 아직도 한국바둑에서 이 9단의 위상은 죽지 않았다.

2016년은 연초부터 굵직굵직한 대국이 이어지고 있는데, 몽백합배 결승전에서 커제와 접전 끝에 준우승했다. 이후 이 9단은 제34기 KBS바둑왕전, 제43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에서 결승대결을 펼치면서 일명 8번기를 펼쳤다. 바둑왕전에서는 박정환 9단에게 첫 판을 딴 후 내리 두 판을 내주며 준우승했다. 명인전에서는 3승 1패로 박정환 9단을 꺾으며 통산 4번째 명인전 우승을 차지한다.

이 9단은 중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바둑기사다. 평소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는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한다.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인데 내가 우승해서 미안합니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 “이름도 잘 모르는데 그들의 바둑 실력을 어이 아나?” 등이 대표적인 이 9단 어록이다.

구글이 선택한 이유?…저돌적인 스타일
묘수·잔수 강해 “아마추어에 인기 굿”

이창호의 바둑이 느긋하면서도 안정적인 계산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스타일이라면, 이 9단은 압도적인 수읽기를 통한 흔들기로 상대를 난전으로 끌어들인다. 상대를 혼란시키고 압살해버리며 묘수와 잔수가 아주 강해서 전투가 많이 일어난다. 때문에 아마추어와 일반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구글이 이 9단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유이기도 하다. 이 9단의 이 같은 전투 스타일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센돌’이란 별명에서 보듯이 이 9단의 힘은 가공할만 하다. 저돌적이며, 모험심이 가득하며,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다. “지구상 최정상 프로바둑기사 중 이 9단은 가장 창조적이며 직관과 상상력에 기반둔 착점으로 일관하는 기사”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 같은 평가를 구글이 중요시 한 것이다. ‘돌부처’ 이창호라면 워낙 신중하기에 알파고 도전에 장고할 수 있겠지만, 이 9단의 경우는 호기심이 많아 도전에 응할 것이라는 확신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9단은 구글의 제안을 단 5분도 되지 않아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고의 도전장을 큰 고민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에 구글의 노련한 노림수가 숨어 있다. 박정환 9단이 국내 랭킹 1위이긴 하지만, 이 9단은 중국 프로기사에 공포의 대상이다. 중국에선 한국에서 가장 강한 상대를 이 9단으로 꼽는 것이다. 예전 이창호의 자리를 그가 꿰찬지 오래다.

특히 이 9단에 대해서 중국 바둑팬은 부러움과 질시, 두가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바둑원조’인 중국에선 구리 9단과의 ‘10번기 이벤트’에서 이 9단이 구리 9단을 누른 것에 여전히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거침없는 입담
중국인이 질투

구글이 중국의 자존심이었던 구리 9단을 인상적으로 누른 이세돌과의 알파고 대결을 추진한 것은 그래서다. 이 9단에 지면 지는대로 의미있고, 이긴다면 중국 바둑에게도 우세하다는 평가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IT업계도 인공지능 개발과 진화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9단과의 세기의 빅이벤트는 구글로서는 인공지능 측면에서 ‘중국보다 한참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할 기회로 여겼다는 것이다.   
 

<min1330@ilyosisa.co.kr>

  


[구글 알파고는?] 

구글의 인공지능개발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정책망과 가치망이라는 두 가지 신경망을 통해 결정을 내리며 머신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알파고는 2016년 3월9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되는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바둑대결로 화제가 되고 있다. 알파고는 다른 바둑 프로그램들과 총 500회 대국을 벌여 499회 승리하기도 했다. 2015년 10월에는 유럽바둑대회 3회 우승자인 판 후이(Fan Hui) 2단을 상대로 대국, 5전 전승했다. 이 승리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전문바둑기사를 상대로 거둔 사상최초의 승리였다.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와 대결에서 승리하며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바둑은 컴퓨터 인공지능이 도전하기에는 버거운 분야로 여겨졌다. 체스가 한 위치마다 가능한 수가 평균 20개 정도라면 바둑은 200개 정도일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바둑판에서의 경우의 수는 10의 170승으로 전 세계 원자 수보다 더 많다고 한다.)

수많은 경우의 수 중 선택하기 위해 알파고는 정책망과 가치망이라는 네트워크 프로세스를 이용한다. 수의 위치를 계산하는 ‘정책망’으로 탐색의 범위를 좁힌 뒤, 가치망으로 승률이 가장 높은 수를 판별해낸다. 이 두 네트워크가 서로 얽혀가며 바둑판에서 상대 수를 읽고 확률을 측정해 다음 수를 두게 된다.

또한 알파고는 머신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한다. 알파고는 2015년 10월 판후이 2단과 대국을 치른 이후 대폭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전해졌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2016년 3월 8일 기자회견에서 “알파고가 자기학습으로 지난 5개월 동안 스스로 학습하면서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는 분산 시스템 버전의 알파고가 참여했다. 48개 CPU(중앙처리장치)를 사용하던 단일 시스템 버전과 달리 1200여개 CPU를 사용해 더 강력해졌다. 판후이와의 대국 때에도 분산 버전이 사용됐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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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