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절 터를 찾아서... ①합천 영암사지

모산재 기암절벽 아래 신비로운 절터

삼국시대부터 고려 때까지 융성한 불교는 많은 문화유산을 남겼다. 하지만 숭유 억불의 기치를 내건 조선이 들어서면서 많은 절집이 사라지는 비운을 겪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절집이 있는 반면, 한 시대를 풍미한 절집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절터도 있다.

상상력 자극하는 우리나라 손꼽히는 절터
일정한 간격의 쐐기돌, 튼튼한 영삼사지 석축

경남 합천 영암사지(사적 제131호)는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절터다. 영암사지의 든든한 배경이 되는 모산재는 기우제를 지내던 정상의 무지개 터에 사계절 물이 고여 신령스러운 바위산이란 뜻으로 영암산, 묘하게 생겼다고 묘산이라 부른다. 이름에 산이나 봉이 아니라 고개를 뜻하는 ‘재’가 붙어 특이하다. 석축 아래에서 보면 모산재와 영암사지가 잘 어울린다.

영암사지는 신비롭고 비밀이 가득한 절터다. 절집의 창건 내용은 전혀 없고, 내력에 대한 기록만 일부 남았다. 영암사적연국사자광지탑비에는 고려 현종 때(1014년) 적연선사가 지금의 가회면인 가수현에서 83세로 입적했다는 내용이 나오고, 강원 양양의 선림원지에서 출토된 홍각선사비 조각에 ‘영암사’라는 이름도 보인다.

자세한 기록 없는
비밀스런 절터

금오산 자락에 세워진 선봉사 대각국사비에는 천태종 5대 사찰로 원주 거돈사, 진주 지곡사, 해주 신광사, 여주 고달사, 가수현 영암사가 기록됐다. 문헌에 남은 기록은 조선 고종 때(1872년) 제작된 삼가현지도에 ‘영암사고지’란 글자와 탑이 표시된 것이 유일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같이 유명한 지리지에도 영암사의 흔적이 없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영암사지를 차례로 둘러보자. 모산재 기암절벽을 품은 영암사지의 풍경은 커다란 석축이 한몫을 한다. 1984년부터 다섯 차례 발굴 조사를 거쳐 금당 터와 서금당 터, 중문 터, 회랑 터 등이 발견되었다. 회랑 터는 경주 불국사나 황룡사지, 익산 미륵사지처럼 왕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절집이었음을 알려주는 단서다. 석축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독특한 돌이 박혔는데, 불국사 석축이나 석굴암에 있는 쐐기돌처럼 석축이 무너지지 않게 한다.

금당 터의 석축도 특이하다. ‘ㅜ’형으로 가운데가 튀어나오게 석축을 쌓고, 이 부분에 쌍사자 석등이 앉아 있다. 또 튀어나온 석축 사이로 금당에 오르는 돌계단을 양옆에 놓았는데, 돌을 휘게 깎은 뒤 디딤돌 형태로 만들기 위해 다시 깎았다. 돌을 떡 주무르듯 한 선현의 지혜와 공력이 돋보인다. 석축 위에 금당 기단을 쌓고 목재로 건물을 지었겠지만, 지금은 돌로 만든 기단과 주춧돌이 남았을 뿐이다.

기단에 다양하고 아름다운 문양을 새겼는데, 금당을 돌아보며 하나씩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르지 않은 식빵처럼 생긴 ‘안상’ 문양, 앞면과 좌우 양면에 각각 다른 사자 문양이 있다. 언뜻 보면 위엄 있는 모습이지만, 어떤 사자는 삽살개를 닮아 귀엽다. 금당으로 오르는 계단 난간에는 사람 머리가 달린 상상의 새(가릉빈가)가 새겨져 있다.

영암사지를 대표하는 유물은 석축에 당당하게 선 쌍사자 석등(보물 제353호)이다. 우리나라에 남은 쌍사자 석등은 모두 5기다. 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 국립광주박물관에 있는 광양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 합천 영암사지 쌍사자 석등이 통일신라 작품으로 손꼽힌다. 영암사지 쌍사자 석등은 꼬리가 아름다운 사자 2마리가 마주 보며 화사석을 받치고 있다. 작지만 다부진 사자 형상 사이로 영암사지 삼층석탑(보물 제480호)이 보인다. 사자상 위아래로 아름다운 연꽃이 조각되었고, 불을 밝히는 화사석에 사천왕상이, 석등을 받치는 팔각 지대석에 동물 문양이 새겨졌으니 석등의 문양을 하나씩 살펴보자.

대표 유물
쌍사자 석등

금당 터 뒤쪽에는 서금당 터가 있다. 건물 터 좌우로 영암사의 사격(寺格)을 높인 승려의 탑비인 듯한 귀부 2기가 보인다. 아쉽게도 비의 주인공이나 내력을 알 수 있는 비문이 적힌 비신은 사라졌다. 합천 영암사지 귀부는 보물 제489호로 지정되었다. 

합천은 백제 의자왕의 공격을 받아 김춘추의 사위 김품석이 목숨을 잃는 등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대야성을 품은 고장이다. 어쩌면 신라가 나라의 안전을 염원하기 위해 연 절집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영암사지의 든든한 배경이 되는 황매산은 5월 초면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많은 여행객을 불러 모은다.


황매산은 정상 아래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다. 주차장에 이르면 드넓은 억새밭이 지척이고, 황매산 능선이 손에 잡힐 듯하다. 언뜻 제주의 오름을 닮은 억새밭 능선에 10분이면 닿는다. 능선에 오르면 황매산 정상까지 목재 데크와 계단이 차례로 이어진다. 능선 너머가 경남 산청군으로, 지리산의 능선이 장쾌하다. 합천 허굴산이 볼록 솟았고, 앞모습과 현저하게 다른 모산재의 뒷모습도 보인다.

합천호를 지나 용주면에 이르면 합천영상테마파크가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근대에 이르는 한국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곳이다. 경교장, 조선총독부, 원구단, 일제의 적산 가옥과 경성 거리, 종로 거리 등 낯익은 풍경이 이어진다. 드라마 〈빛과 그림자〉 〈서울 1945〉 〈각시탈〉, 영화 〈써니〉 〈전우치〉 〈암살〉 〈동주〉 〈오빠생각〉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용주면에 영상테마파크가 있다면, 해인사가 깃든 가야면에는 대장경테마파크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인사 장경판전과 세계기록유산인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을 주제로 전시하는 대장경천년관, 애니메이션 〈천년의 마음〉 5D 영상을 상영하는 대장경빛소리관으로 구성된다.

합천에는 영암사지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유산이 전시된 곳이 있다. 가야국 연맹체인 다라국 유물을 볼 수 있는 합천박물관이다. 다라국은 400년 전후 광개토대왕의 남정 여파로 붕괴된 금관가야 일부가 옮겨 온 것으로 알려진다. 박물관은 다라문화실, 다라역사실, 합천역사실로 나뉘며, 1층에는 발굴 체험과 다라국 의상 입어보기 등을 할 수 있는 어린이체험실이 있다.

다라문화실에는 옥전 고분군에서 출토된 갑옷, 투구, 말갖춤, 무기류 등 부장품과 화려한 금제 귀고리, 용봉문양고리자루큰칼, 독특한 컵형 토기, 활발한 교류의 증거인 로만 그라스 등이 전시된다. 다라역사실에는 옥전 고분군 M3호분 덧널무덤이 부장품과 함께 실제 크기와 모습으로 전시된다. 박물관 뒤쪽에 자리 잡은 옥전 고분군도 산책하기 좋게 조성되어 옛 가야국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합천 영암사지→황매산→합천영상테마파크→정양늪생태공원→귀가

1박 2일 코스
첫째 날: 대장경테마파크→해인사→해인사 소리길→합천박물관→숙박 
둘째 날: 정양늪생태공원→합천영상테마파크→합천 영암사지→황매산 기적길→귀가

관련 웹사이트
· 합천 문화관광 http://culture.hc.go.kr/main
· 합천영상테마파크 http://culture.hc.go.kr/sub/02_01_01_01.jsp
· 대장경테마파크 http://culture.hc.go.kr/sub/02_02_01_01.jsp
· 합천박물관 http://mus.hc.go.kr/main

문의 전화
· 합천군청 관광진흥과 055-930-4666
· 합천박물관 055-930-4882
· 합천영상테마파크 055-930-3744
· 대장경테마파크 055-930-4801

대중교통(버스)
서울-합천: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6회(08:00∼18:40) 운행, 약 4시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버스타고 1644-2992, 합천시외버스터미널 1688-4460

숙박
· 묵와고가: 묘산면 화양안성길, 055-932-6403
· 삼가관광농원(연꽃인연): 삼가면 소오길, 055-934-4488
· 황매산오토캠핑장: 가회면 황매산로, 055-932-5880
· 오도산자연휴양림: 봉산면 오도산휴양로, 055-930-3733


식당
· 합천사누키우동: 사누키우동, 용주면 합천호수로, 055-931-1019
· 적사부: 탕수육, 합천읍 동서로, 055-931-5033
· 황대감약도라지백숙: 약도라지백숙, 가회면 서부로, 055-931-1870

주변 볼거리
이주홍어린이문학관, 합천댐물문화관, 정양늪생태공원, 가야산, 해인사, 해인사 소리길, 청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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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