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간의 ‘뉴타운 제로섬게임’이 시작됐다. 지난달 20일 뉴타운 추가지정 공약과 관련해 검찰 소환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번 뉴타운 사건은 향후 정국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조짐이다. 그 파장은 오 시장과 정 최고위원간의 갈등으로까지 밀려들고 있다. 폭풍의 핵으로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정치적 입지 훼손’. 정치권 안팎에선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 최고위원과 서울시장 재선을 노리는 오 시장 간의 갈등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뉴타운 허위공약 논란으로 지난달 20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틀 뒤 정 최고위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뉴타운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뉴타운 공약을 확대해석한 것을 인정한다”는 게 주된 골자다.
살제로 정 최고위원은 지난 3월17일 오세훈 시장과의 만남에서 뉴타운 얘기를 꺼냈다. 그 당시 오 시장은 “뉴타운 지정만 하면 집값이 뛰어서 신중히 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이 갈등 부추긴다
이에 대해 정 최고위원은 “서울의 경우, 뉴타운 지정만 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서울시민들에게는 주택에 대한 건강한 수요, 즉 유효수요가 있다는 뜻이므로 자신감을 갖고 뉴타운을 추진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오 시장은 ‘그런 식의 설명은 처음 들었는데 그렇게 볼 수 있겠다’고 했다. 그래서 오 시장도 뉴타운 추가지정에 동의했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오 시장의 반응을 확대 해석, “뉴타운 공약을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정 최고위원이 정치적 입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차기 대권 후보 이미지 손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뉴타운 추가 지정’이 ‘정-오’간의 파워게임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과 한나라당 내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최고위원 측 한 관계자는 “정 최고의원이 오 시장과 만남을 자주 가지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사이가 나빠질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당내 분위기로 인해 오 시장과 관계가 ‘서먹서먹’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정 최고위원은 차기 대권을 노린다는 얘기가 정치권의 ‘정설’로 회자되고 있다. 정치적 입지를 사전에 마련해 놓고 차기 대권을 노리려 했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 그 연결고리는 바로 4·19 총선 당시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던 것.
실제로 정 최고위원은 대외적인 인지도가 높다. 게다가 최고위원으로 선출됐을 당시 막강한 지원군을 얻은 만큼 차기 대권에 욕심이 없다면 거짓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사실상 정 최고위원은 서울 동작(을) 출마와 최고위원으로 등극함과 동시에 차기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뉴타운 공약이 서울시장의 발언을 확대 해석한 것이었음을 시인함으로써 차기 대권 도전에 먹구름이 끼었다. 게다가 정 최고위원이 이미 당 내에서 눈 밖에 난 만큼 상처 입은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는 적잖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편, 서울시장에 재선을 노리는 오 시장의 입지도 적잖게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여진다. ‘뉴타운 추가 지정 논란’을 계기로 ‘타운돌이’ 인사들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서울 시장 재선에 물음표가 붙었다는 반응이다.
실제 서울 시장 출마를 위해서는 당장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내 기반을 갖춰야 하지만 오 시장의 현 당내 기반은 상당히 취약하다. 이 때문에 시장 출마를 하더라도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또 ‘타운돌이’로 불리는 정 최고위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내 초선 의원인 신지호·유정현·현경병 의원 등 서울시 당선자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내 기반이었던 ‘수요모임’이 해체되면서 ‘뉴타운 추가 지정 논란’으로 각종 악재의 중심에 서 있게 됐다.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오 시장이 뉴타운 문제로 인해 스스로 ‘최대 아킬레스건’을 만들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최대 아킬레스건 생겼다
이처럼 정 최고위원과 오 시장은 ‘뉴타운 추가 지정 논란’으로 위상 자체가 뿌리 째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차기 대권과 재선을 노리는 이들은 서로 간에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입힘으로써 새로운 위기를 맞게 됐다. ‘제로섬 게임’의 중심에 선 이들의 향후 행보는 정치권의 최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