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망신살 뻗친 린다 김

수조 주무른 큰손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영삼 정부 시절 무기 로비스트로 군 무기 도입사업에 깊숙이 관여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린다 김. 그가 빌린 돈을 갚지 않고 오히려 폭행과 폭언을 휘둘렀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로비스트로 천문학적인 커미션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 린다 김이 어쩌다 돈도 못 갚는 신세가 됐을까.

‘무기 로비스트’로 유명세를 떨쳤던 여성 사업가 린다 김(63)이 카지노 도박자금으로 쓰기 위해 빌린 5000만원을 갚지 않고 채권자를 폭행한 혐의(사기 및 폭행 등)로 고소를 당했다.

지난 16일 언론 보도에 의하면, 화장품 납품업 종사자 정모(32·여)씨는 린다 김에게 이 같은 일을 당했다며 최근 인천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사건이 벌어진 호텔 관할인 인천 중부경찰서에 고소장을 넘겼다. 경찰은 조만간 린다 김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할 예정이라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받으러 온 사람
갚지 않고 폭행

“어이. 권 장관. 양아치 짓 하면 안 돼. 이번 무기는 말이야…”

정씨가 호텔 방에 들어서자 화가 난 듯한 목소리의 통화음이 들렸다. 전화를 끊고서 곧바로 다른 사람과 영어로 통화를 이어갔다. 이 중년 여성이 바로 린다 김이었다. 정씨는 린다 김의 고압적인 태도와 분위기에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면세점에 화장품 납품을 하는 정씨는 부업으로 관광 가이드 일도 했다. 정씨는 린다 김을 얼마 전 외국인 전용 호텔 카지노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A씨를 통해 소개받았다.

A씨는 정씨에게 “아는 언니(린다 김)가 있는데 유명한 사람이다. 돈을 급하게 써야 한다. 이틀만 5000만원을 빌려주면 이자로 500만원을 준다고 했다”며 급전이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정씨는 대전에서 서울로 이사를 앞두고 있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15일 A씨의 부탁을 받고 집 보증금을 치를 현금을 들고 인천 영종도의 한 카지노 호텔로 린다 김을 만나러갔다.

린다 김의 통화 내용을 듣고 위압감을 느낀 정씨는 “돈을 빌려 드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고서 호텔 방을 빠져나왔다. 곧 A씨가 다시 전화를 걸어와 붙잡았다. 그는 강원도 춘천의 땅 계약서를 보여주며 자신이 직접 보증을 서겠다고 했다. 계약서에는 평생 보지 못한 12억원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다시 A씨를 따라 호텔방에 들어서자 린다 김은 불같이 화를 냈다. 린다 김은 “내가 누군지 몰라. 이 시계가 1억8000만원짜리야. 반지는 15캐럿이고. 미국에서 그랜드 호텔도 운영하고 있어”라며 “너 이런 식이면 한국에 못 산다. 좋게좋게 돈 주고 가”라고 말했다. 린다 김은 노트 한 장을 찢어 차용증을 썼다. 차용증에는 ‘5000만원을 차용함에 있어 이를 어길시에 민·형사상에 모든 책임을 질 것을 약속함’이라고 썼다.

한때 잘나갔던 거물 로비스트
도박하다 돈 날리고 갑질 행패

다시 A씨를 따라 호텔방에 들어서자 린다 김은 불같이 화를 냈다. 린다 김은 “내가 누군지 몰라. 이 시계가 1억8000만원짜리야. 반지는 15캐럿이고. 미국에서 그랜드 호텔도 운영하고 있어”라며 “너 이런 식이면 한국에 못 산다. 좋게좋게 돈 주고 가”라고 말했다. 린다 김은 노트 한 장을 찢어 차용증을 썼다. 차용증에는 ‘5000만원을 차용함에 있어 이를 어길시에 민·형사상에 모든 책임을 질 것을 약속함’이라고 썼다.

정씨는 차용증을 들고 호텔방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불안했다. 지난 12월16일 자정쯤 린다 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호텔 로비에서 다시 만났다. 린다 김은 정씨에게 다짜고짜 “카지노에서 1억5000만원을 날렸다”며 “5000만원만 더 밀어주면 10억을 주겠다”고 급전을 요구했다. 정씨는 “더 이상 돈이 없다”고 거절했다.


17일 오후 1시. 돈을 돌려받기로 한 시각이 돼 정씨는 영종도 호텔 방에 찾아갔다. 정씨는 “빌려간 5000만원을 달라”는 정씨의 말에 린다 김은 “못 주겠다”고 답했다. 린다 김은 돈을 갚으라는 정씨를 한 차례 밀치고선 뺨을 휘갈긴 것으로 전해진다. 정씨는 “왜 때리냐”고 맞서다 겁이 나 호텔 방에서 뛰쳐나와 곧장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인천 중부경찰서 공항지구대 경찰관이 호텔 로비에 도착했고, 사실 확인을 위해 호텔 방으로 전화를 걸었다. 린다 김 대신 로비로 내려온 A씨는 정씨에게 “너 이렇게 하면 돈 못 받는다. 저 언니가 돈 해준다고 하니 경찰관들 빨리 보내”라고 말했다. 정씨는 A씨의 말을 믿고 경찰관들을 돌려보냈다.

호텔방서 난동
조만간 소환조사

정씨가 다시 호텔방에 올라가자 린다 김은 적반하장이었다. ‘5000만원을 더 빌려주지 않았으며, 경찰을 불러 자신을 갖고 놀았다’는 것이었다. 린다 김은 “싸가지 없는 놈. 무릎 꿇고 빌면 돈 돌려줄게. 꿇어”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씨는 돈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잘못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린다 김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 정씨는 “이모님, 제발 돈 좀 돌려주세요”라며 “제가 죄송해요. 저한테 정말 큰돈입니다”라고 사정했다. 그러자 린다 김은 며칠 안에 갚을 테니 돌아가라고 했다.

린다 김은 정씨에게 돈을 대신 갚을 사람이라며 지인 연락처를 알려줬다. ‘마포 조박사’ 등 지인 2명은 2개월이 지난 최근까지도 정씨를 사채업자로 몰며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그 사이 린다 김은 정씨의 문자 메시지와 휴대전화를 수차례 피했다.

정씨는 최근 린다 김의 욕설 등이 담긴 음성 녹취록과 전치 3주 진단서 등을 토대로 인천지검에 사기 및 폭행 혐의로 그를 고소했다. 검찰은 사건이 벌어진 호텔 관할의 인천 중부 경찰서에 고소장을 넘겼다. 경찰은 조만간 린다 김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정씨는 지난 16일 <연합뉴스>와 통해에서 “돈을 빌려 가 놓고선 갚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굴욕을 줬다”며 “당시에는 돈 때문에 참았지만 지금은 돈을 돌려받는 것보다도 가해자가 꼭 처벌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린다 김은 “5000만원을 빌리기로 하면서 500만원 선이자를 먼저 떼고 4500만원을 받았다”며 “돈을 빌린 것은 맞지만 중간에 감정이 나빠져 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호텔방에서 어깨를 한 차례 때린적은 있지만 무릎을 꿇린 사실은 없고, 정씨에 대해 법적 대응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린다 김의 한국명은 김귀옥으로, 성장 과정이나 경력 등에 관해서는 확실히 알려진 것이 없다. 1953년 경상북도 청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마친 뒤, 무용단에서 활동하다가 1979년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모의 로비스트
장관과의 염문설

1995년 무기 중개업체인 PTT사를 설립했다가 이후 IMCL사로 회사명을 바꾸고, 미국의 E-시스템사와 이스라엘 IAI사의 로비스트로 활약했다. 국내 고위급 인사들과도 친분관계를 유지한다.


린다 김은 한 때 ‘미모의 한 여성 로비스트가 한국군을 뿌리째 흔들어 놓은’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0년 5월 한 언론사에 러브레터가 공개됐다.

‘사랑하는 린다에게.

5.Apr.1996(식목일 휴일 아침). 편지 잘 받았어요(96.4.3)

지난번 서울 방문은 린다에게 큰 변화를 가져온 dramatic한 사건이었고 그에 따른 심적 갈등, 혼란을 느꼈던 것을 편지에서 알았어요. So do I. 편지 말미에 린다의 결론, ‘당신을 사랑해요’가 모든 것을 감싸고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 마음을 잊지 않도록 같이 노력합시다. (중략) 당신을 사랑하는 L. I hope to see you soon.’

L은 김영삼 전 대통령 문민정부 당시 이양호 국방부장관이었다. 편지를 보낸 1996년 4월5일 당시 현직 국방부장관이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에게 러브레터를 보낸 것이다.

이 편지로 이른바 ‘린다 김 로비사건’이 세상에 알려진다. 이 사건은 김영삼정부 시절에 국방부 장관 등 고위 인사들이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사업인 백두사업 등의 무기 도입 과정에서 린다 김과 공사를 구분할 수 없는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었다.


카지노 자금으로 빌린 5000만원
채권자 뺨 때리고 무릎 꿇려

백두사업은 약 2200억원이 소요되는 대형 국방사업으로, 1996년 린다 김을 고용한 미국의 E-시스템사가 응찰업체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했는데도 2개월 뒤 프랑스와 이스라엘의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해 문제가 생겼다.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기 3개월 전에 당시 이 국방부장관이 정종택 환경부장관의 소개로 린다 김을 만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국회 국방위원장과 변호사, 산업자원부 장관, 국회의원 등이 폭넓게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수사 결과 린다 김의 불법 로비는 드러났지만, 이 전 장관과 직접 관련된 혐의는 없었다.

린다 김은 1995∼1997년 공군 중령 등으로부터 2급 군사기밀을 빼내고, 백두사업 총괄팀장에게 1000만 원을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2000년 6월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으나, 같은 해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미국으로 출국함으로써 이 사건은 종결됐다.

문민정부 시절 정계·관계 인사들과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없고, 수사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종결되었다는 의혹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린다 김 사건으로 처벌받은 적이 없지만, 1996년 10월 경전투 헬기사업과 관련해 대우중공업에서 1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불거져 그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옷을 벗었다.

린다 김은 몇 년째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종종 방송에도 출연하며, 과거 로비스트로 활동했던 시절 비화 등을 공개하기도 한다. 지난해 린다 김이 클라라와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사건을 언급해 화재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클라라와 이 회장의 ‘협박 논란’에 대해 다뤘다. 당시 방송에서 클라라의 지인은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클라라에게 로비스트가 되는 게 어떻겠냐”며 “(클라라에게) 너는 영어도 잘하니까 로비스트로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린다 김은 “이 회장과 클라라 그 두 사람만 생각하면 불쾌하고 불편하다”며 “이 회장의 생각이 마음에 안 든다. 영어 잘하고 얼굴 예쁘니까 로비스트 해라? 난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했다.

뭐하며 지낼까
근황 알아보니…

린다 김은 “요즘에 정말 예쁘고 톱 탤런트라 하면 기본적으로 영어는 다 한다. 그런 마인드라면 제일 예쁜 사람이 나가면 성공률이 높겠다는 것 아니냐. 근데 미모만 갖고 타협이 되겠냐”며 “경쟁이 붙으면 얼굴 하나로 타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어 “로비스트들이 하는 일이 (미국에서는) 불법은 아니다. 지극히 합법적”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돌아가는 무기 시장에 로비스트가 안 끼고 성사된 적이 한 건도 없다. 로비스트가 누구 하나 안 다고, 줄 하나 있다고 무작정 들어와서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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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