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윤기원 사망 미스터리

“조폭이 죽이고 자살로 위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5년 전, 한 축구선수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자살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유족들은 의문점들을 제시하며 확실한 수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 측은 입을 다물었다. 가족들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 5월 당시 인천유나이티드 소속 골키퍼 윤기원 선수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윤 선수는 아주대학교를 졸업한 후 2010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5순위로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시신 부폐 심해
사망 시각 부정확

1년 가까이 2군 무대에서 묵묵히 자신의 기량을 쌓은 뒤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르며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188cm, 79kg의 건장한 체격 조건으로 허정무 인천 감독의 큰 기대를 받아왔던 유망주였다.

총 8번의 경기에 출장을 하면서 K리그 선수로서의 경력을 쌓아가던 윤 선수.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2011년 5월 6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윤 선수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이 된 것.

그해 5월4일 윤 선수는 오전 훈련을 마치고 구단에 외출 승인을 받았다. 숙소를 나선 뒤 오전 11시4분에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고, 낮 12시30분에 이마트에 들른 이후 행방불명됐다. 윤 선수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구단에서는 그의 소재를 찾아 나섰으나 찾을 수 없었다. 


실종 이틀 만인 6일 오전 11시50분쯤, 윤 선수는 서울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하행선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광장 주차관리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차안에는 맥주캔과 과자봉지가 있었고 윤 선수는 누워있었는데 타다 남은 번개탄이 발견이 됐다. 맥주캔은 6개나 있었지만 윤 선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고 외상 흔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자세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전신에 특이할 만한 외상이 없고 혈액과 위 내용물에서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혈중 일산화탄소 헤모글로빈 농도가 82%로 나왔다”며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2011년 윤기원 선수 주검으로 발견
경찰, 남긴 유서 단서로 자살 결론

경찰은 추가로 수사를 진행했고 윤 선수가 사망 전 노트북을 통해 포털 사이트에서 ‘연탄 자살’ ‘번개탄 자살’을 검색한 기록이 있는 점과 사망하기 일주일 전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 문자를 보낸 것 등을 감안해 자살이라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유족에게 윤 선수의 죽음은 더더욱 갑작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더구나 자살은 더더욱 납득할 수 없는 사인이었다. 그가 그렇게 발견되기 사흘 전, 그는 부모님께 어버이날 자신의 경기를 관람하러 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또, 이날 아버지를 위해 선물로 와이셔츠를 사 놓기까지 했었다. 윤 선수의 어머니 옥정화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속이 깊은 아이”라고 말했다.


또 주변에는 그를 “분위기 메이커”로 생각하는 동료들이 있을 만큼 그는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국가대표를 꿈꾸며 최선을 다짐하던 그가, 더구나 구단의 기대주였던 그가 갑자기 스스로 생을 마감할 이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족들은 윤 선수가 특별히 자살을 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윤기원 선수가 자살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자친구와의 이별과 주전경쟁에서 밀린 스트레스라고 추정했지만 가족들의 주장에 의하면 4월 경쯤에 윤 선수가 먼저 여자친구와 거리를 두자고 말을 했었고 이미 4월 말경에 헤어진 상황이었으며 자살을 할 만큼 주전경쟁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의문 투성이”
조심스런 경찰

보통 자살자들은 죽기 전후에 ‘징후’와 ‘정황’을 남긴다. 자살자가 남긴 유서는 자살이나 타살로 결론짓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윤기원은 자살 징후나 정황이 없었고,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그의 동료 선수들도 한결같이 “기원이는 자살할 애가 아니다”고 말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경찰이 처음 윤 선수가 인터넷에서 ‘연탄 자살’ ‘번개탄 자살’로 검색했다고 밝힌 시간이 4일 오후 3시20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는 4일 오전 11시37분으로 바뀌어 있었다. 

윤 선수의 어머니는 “경찰이 처음 노트북에서 ‘자살’을 검색했다는 시간은 고속도로에서 운전 중이던 시간이다. 정확하게는 수원TG(톨게이트)를 통과하기 9분 전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운전자 본인이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검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우리가 이런 문제를 제기하니까 나중 자료에 노트북 접속 시간이 달라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선수가 서울 만남의 광장에 진입한 날짜와 시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은 5월4일 오후 11시2분쯤 윤 선수의 차량이 만남의 광장에 도착했고, 11시7분쯤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차량에서 내린 후 8분쯤 지나 다시 차량에 탄 것으로 밝혔다. 

이를 윤 선수가 만남의 광장에서 자살한 중요한 증거로 제시한 것.

윤 선수의 부모는 사건 이후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 찍혔다는 CCTV 영상 공개를 강하게 요구했다. 영상 공개가 어렵다면 영상을 캡처해서 인쇄한 것이라도 보여달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계속해서 공개를 거부했고 나중에는 폐기하기에 이른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 2014년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CCTV 영상을 요구하자 경찰은 “당시 CCTV 화질이 증거로 활용하기 애매해 영상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당초 ‘중요 증거’라고 했던 것과 상반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서울 만남의 광장 주차장에는 1시간 이상 장기 주차를 금지하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고 이를 위반하면 불법 주차 스티커를 붙인다. 하지만 윤 선수의 차에는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았다. 이런 점을 보면 윤 선수의 차량이 만남의 광장에 진입한 날짜와 시간이 불명확하다. 


그런데도 경찰은 왜 CCTV를 통해 윤 선수와 차량을 식별했다고 했을까. 이에 대해 해당 경찰서는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현재 근무하지 않아 자세한 답변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선수가 자살했다고 가정했을 때 숙소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서울 만남의 광장을 선택한 것도 의문이다. 사람과 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자살 장소로 삼았다는 게 석연치 않다.

“영상은 어디에”
CCTV 폐기 왜?

윤 선수의 차량이 있던 곳은 사람과 차량이 빈번하게 오가는 곳이었다. 만약 번개탄을 피웠다면 숨을 거두기 전에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의 현장 보존도 문제가 됐다. 변사 사건의 경우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현장을 보존하는 것이 기본인데 경찰은 사건 현장에 폴리스라인도 치지 않았고 차량을 곧바로 관내 파출소로 옮겼다.

윤 선수의 어머니는 당시 인천 유나이티드 허정무 감독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편지에는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고 오명을 바로 잡도록 진실을 꼭 밝혀 달라”고 당부하는 윤 선수의 어머니 옥정화씨의 간곡한 호소가 담겨 있었다. 옥씨는 편지에서 “ 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아들에게 베풀어 준 감독님의 사랑을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윤 선수가 사망한 후 빈소에는 동료 선수가 많이 찾아왔다. 윤 선수의 부모는 이곳에서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윤 선수가 승부 조작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자 3주 전부터 “죽인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5월 우리나라 K리그 역사상 초유의 사태인 승부조작 사건이 벌어져서 리그자체가 중단돼버리는 상황까지 갔던 엄청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수많은 K리그 선수들이 승부조작으로 형사처벌을 받고 축구협회에서 제명을 당했다.

당시 K리그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선수 중 한 명은 인터뷰에서 “승부조작에 가담을 하면 돈을 줬다”며 “비기는 것도 안되고 무조건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폭들은 다섯명 가량의 선수들을 앉혀두고 실수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식의 협박이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윤 선수의 죽음을 목격했다는 동료 선수가 있다는 말도 들었다. 윤 선수 아버지는 “조폭들이 기원이를 봉고차에 태운 후 번개탄을 피워 차량에서 내려도 죽고 내리지 않아도 죽는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봉고차 밖에서 조폭들이 차 문을 막아섰고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기원이는 가스 질식으로 죽었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유가족 정황상 타살 가능성 제기
승부조작 거부? 조폭 연루 주장

윤 선수의 친구는 “취직자리를 장난스럽게 물어본걸 보니 사망 전에 축구를 그만둘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선수의 친구는 “프로 축구에서 축구를 하고 게임을 늘 뛰고있는 그가 축구선수를 그만들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이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편 사망 당시 윤 선수를 수사했던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윤 선수의 자살 동기를 조사하기 위해 노트북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계좌 및 통화내역 등을 조회해 봤지만 승부조작과 연루됐을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망한 지 5년여가 지났지만 윤 선수의 부모는 ‘자살’을 인정할 수 없다며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윤 선수의 부모는 행정 정보공개 요청을 통해 경찰이 내놓지 않는 ‘수사 자료’ 등을 받을 생각이다. 만약 경찰에서 공개를 꺼리거나 자료를 주지 않을 경우에는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4년여 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윤 선수의 죽음은 점차 잊히는 듯했다. 지난 2014년 12월 <모두의 가슴에 별이 된 골피커>란 책이 세상에 나왔다. 윤 선수가 세상을 떠난 2011년 5월6일 이후 3년7개월 만이다. 

세상이 외면한 아들의 외로움과 억울함을 달래기 위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그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윤 선수의 어머니 옥정화씨가 쓴 이 책은 멈춰버린 그 시간에 대한 토로다.

언론을 포함한 소통 창구가 막혀버렸다는 생각이 들자 옥정화씨는 어머니의 이름으로 직접 펜을 들었다. 책과 옥정화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윤 선수의 사망은 공식적으로 ‘자살’로 처리됐다. 하지만 윤 선수는 주민등록상에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이다. 

“승부조작 연루”
충격적인 증언

옥정화씨가 사망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떠나보내지 못해서’라거나 ‘가슴에 살아 있어서’와 같은 일차원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사망 신고를 할 경우 아들의 죽음이 자살로 인정되기 때문”이라는 명확한 논리에 의한 것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는 옥정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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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