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 전설의 호빠선수 ‘레드모델바’ 대표 김동이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①

“사실 내 꿈은 연예인이었다”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편집자 주>


“동이야, 너도 돈 걱정 없이 살고 싶지 않냐?”
“하룻밤에 50만원 이라고?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갔다”

■병구의 제안

오랜만에 만난 병구는 나보다는 훨씬 신수가 좋아보였다. 무명모델인 나로서는 쉽게 살 수 없는 고급 양복에 값비싼 시계를 차고 있었고, 거기에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여유로움까지 곁들여있는 듯 했다. 언제까지나 나와 같은 무명모델의 처지라고 생각했던 병구. 그래서 늘 녀석을 만나면 신세한탄도, 돈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것도 거리끼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오늘만큼은 병구와 나는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병구가 소주를 따르며 이야기했다.

“그렇게 언제까지나 무명으로 있어서 돈이나 벌겠냐?”
나라고 그거 모르겠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차가운 소주로 다시 가슴 깊이 눌러 내렸다. 마치 껌을 씹듯 곱창을 질겅질겅 씹던 병구가 다시 소주병을 내밀었다.
“동이야, 너도 돈 걱정 없이 살고 싶지 않냐?”

소주를 애써 넘기듯 인상을 찡그렸지만 이미 내 귀는 병구의 말에 솔깃해지기 시작했다.
“호스트 바라고 하는 건데 말이야… 너 정도면 하루에 5~6방은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마 하룻밤이면 지금 네가 하는 일 한달 치 돈은 벌 수 있을 걸?”
사실 내 꿈은 연예인이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돈 안 되는 모델 일을 하고 있었던 것도 결국 연예인이라는 가슴 뛰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꿈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됐었다.

내 꿈을 듣자 아버지가 하신 행동은 한참동안 사용하지 않아 방구석에 처박혀 있던 몽둥이를 집어 드는 일이었다. 그 길로 집을 뛰쳐나온 뒤 밤이 되어야 겨우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집에 들어갔었다. 그 이후로 집에서는 단 한번도 ‘연예인’이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아버지가 계실 때면 TV의 연예오락방송을 보는 것도 눈치가 보일 정도였다.

화학과 2학년, 화려한 무대조명과 팬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꿈꾸던 내가 원소주기율표를 외워야 했으니 그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결국 대학은 자퇴를 하고 다시 내 꿈을 찾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길은 철없는 고등학생이 생각하던 환상하고는 멀어도 한참 멀었다. 병구를 만난 건 시골에서 50만원을 들고 처음 서울에 왔을 때였다. 대학교를 자퇴한 나는 난생 처음 모델 일을 하는 현장에 갈 수 있었다. 당연히 군중의 한 사람이었다. 병구는 그때 내 옆에 있었던 또 다른 군중이었다.

“동이야, 한잔 더 받아봐”
처음 만날 때만 해도 별로 술도 못 마시던 녀석이 술이 많이도 늘었다.
“그런데 호스트 바가 뭐냐?”
순진한 척이 아니라, 정말로 그때만 해도 호스트 바라는 것 자체를 몰랐다. 병구의 말에 따르면 일은 지극히 단순했다. 첫째, 여자 손님과 놀아준다. 둘째, 여자 손님에게 돈을 받는다. 세상에 그렇게 쉬운 일도 있었나?

하루에 버는 돈은 30만원에서 40만원이라고 했다. 일주일에 6일 정도 일하는 걸로 치면 한달에 700만원에서 1000만원.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의 일이다. 정말로 돈 걱정은 없을 듯 했다.
“병구야, 근데 그거 법으로는 뭐 문제되는 거 없는 거냐?”

“그럼 임마, 비상구가 있잖아. 뭔 일이 있으면 그쪽으로 도망가면 돼. 그런 건 괜찮으니까 나만 믿어”
드디어 나에게도 기회가 온 걸까? 하지만 연예인에 대한 꿈을 접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잠시 돈이 없으니까 돈을 벌 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기 싫거나, 또다시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라면 언제든 호스트 바는 그만두면 되는 거니까.

■ 첫 출근, 첫 초이스

다음 날 첫 출근을 하기로 했다. 입고 갈 옷은 많았다. 모델 일 하면서 늘었던 것은 옷 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럼, 오늘부터 열심히 해보자고, 이름이 동이?”
백마담이라고 했다. 병구에 따르면 이 업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마담 중의 한명이었다. 건물 지하에 있던 호빠는 10개 정도의 룸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로서는 꽤 큰 편에 속했다. 어색한 인사를 하고 전체 미팅이 시작됐다. 백마담이 이름을 부르며 돈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어제 일을 했던 ‘선수’들이 번 돈을 나눠준다고 했다.

“백호!… 반성해라. 자, 8만원. 어제 한 테이블 밖에 못 들어갔지?”
“영두 … 계속해서 이렇게 할 거면 그냥 노가다나 알아봐라”
“영철이!… 자, 40만원… 맞지?”
“윤호는 50만원이고… 수고했어!”

하룻밤에 50만원이라고?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머릿속에서는 빠른 속도로 계산기가 찍히고 있었다.
‘능력에 따라 돈을 버는 곳, 아니, 능력만 있다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구나!’
새벽 2시. 남들은 잠을 잘 시간이지만, 이곳 호빠 선수들에게는 지금부터가 일의 시작이다. 내 인생 최초의 초이스가 시작됐다. 각조는 3명씩 짝지어져 있었고, 나는 그 중에서 7조에 속했다.

단 세 명의 여자 손님이 자신의 파트너를 선택하기 위해 무려 20여명이 넘는 사람을 본다는 이야기다. 3조, 4조, 5조에 이어 드디어 6조가 룸으로 입장했다.안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제 곧 있으면 내가 저 룸에 들어간다. 그리고 여자들 앞에 서야 한다. 그런데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어떻게 인사를 했는지도 모르고, 손님들 앞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나는 선수 대기실에 와 있었고 다만 가슴이 여전히 뛰고 있다는 사실만을 느낄 수 있었다. 백마담이 다시 대기실로 와서 무슨 소리를 떠드는 것 같았다.

“1조 3번, 4조 1번, 7조 2번, 입실하자”
누군가 다시 주섬주섬 백마담 곁으로 가는 것 같았다.
“7조 2번, 왜 안 나오냐. 한번 부르면 좀 잽싸게 튀어나와라”
옆에 있던 어떤 선수가 내 허리를 찔렀다.
“너 아냐? 제일 마지막에 두 번째에 서 있었잖아”
“어, 그런 거 같긴 해…”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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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