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스타들 공식 핸디캡

빌 게이츠·도널드 트럼프 골프 실력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의 골프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게이츠의 핸디캡은 평범한 주말골퍼의 수준에도 약간 못 미친다. 시애틀의 프라이빗 골프장인 브로드무어GC에서 측정된 게이츠의 미국골프협회(USGA) 공인 핸디캡은 24.1이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게이츠의 자산은 795억달러에 이르지만 핸디캡은 20대 중반이다. 누구든 모든 것을 다 갖지는 못하는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클 조던, 숨기지 못한 골프 사랑
소문난 골프광들 아예 골프로 전업도

골프전문지인 <골프다이제스트> 인터넷판은 최근 미국골프협회(USGA)의 핸디캡 네트워크(GHIN)를 인용해 미국의 유명인사 및 스포츠, 연예계 스타 30명의 핸디캡을 공개했다.

유명 인사들
실력 각양각색

세계 제일의 부자로 알려진 빌 게이츠는 지난 2003년 5월 브로드무어골프장에서 109타를 친 것이 공식 집계된 마지막 스코어였다. 게이츠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는 꼬박꼬박 핸디캡 인덱스에 스코어를 올렸다. 2000년 6월에 기록한 90타가 가장 좋은 스코어였다. 지금도 골프를 즐기지만 스코어를 남기지는 않는다. 14년간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지내고 2014년 2월 은퇴해 지금은 농구팀 LA클리퍼스의 구단주로 있는 스티브 발머는 시애틀 골프장에서 13.2의 핸디캡을 적어냈다.
메이저 18승을 거둔 뒤에 골프설계가로 여전히 활약하는 잭 니클라우스는 자신의 홈 코스인 플로리다 베어스클럽에서 현재 3.4의 공식 핸디캡을 유지하고 있다. 더 이상 현역 프로선수가 아닌 만큼 그의 핸디캡이 더이상 ‘0’이 아니라는 사실 자체가 새롭다.
2004년 조지 부시 정부에서 콜린 파월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는 최초의 오거스타내셔널 여성 회원이면서 동시에 세계 최고의 골프장으로 알려진 페블비치 인근 태평양을 마주한 코스 사이프러스포인트의 멤버로 11.3의 공식 핸디캡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공화당의 미국 대통령 후보이자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부동산과 골프계의 거물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소유한 주피터트럼프내셔널에서 3.0의 핸디캡을 기록해, 적어도 골프 실력만큼은 허풍이 아님을 증명했다.
지난해 9월 미국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직 사임의사를 밝힌 존 뵈너는 웨더링턴골프클럽에서 9.3의 핸디캡을 작성했다. 최근에 스코어를 적어낸 것이 5개월만인 10월이었다. 그간 정치 행보를 고민하느라 골프 스코어를 적지 않은 것이 우연처럼 묘하게 겹친다.
그렇다면 미국 4대 프로 스포츠로 풋볼,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골프 실력은 어떠할까? 프로 스포츠 정상급 선수들은 평소에는 자신의 종목에 열중하지만 취미로는 골프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에 버금가는 뛰어난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미국 프로 스포츠 선수 가운데 현재 최강의 골프 실력자는 미국프로풋볼(NFL)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쿼터백 토니 로모이다.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로모의 공식 핸디캡은 +3.3이다. PGA 투어 선수급 실력이다. 로모는 US오픈 예선에 출전한 적도 있다. 비록 2차 관문에서 낙방했지만 프로 선수들과 겨뤄도 되는 실력임을 과시했다. 로모는 현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핸디캡’ 보유자이기도 하다.
왕년의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도 투어 선수 버금가는 골프 실력을 뽐낸다. 맥과이어의 공식 핸디캡은 +2.2이다. 거구에서 뿜어나오는 엄청난 장타뿐만 아니라 코스 매니지먼트도 뛰어나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전설적 3루수’ 마이크 슈미트는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한 뒤 PGA 시니어투어의 문을 두드릴 만큼 골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핸디캡 +1.1의 슈미트는 골프 선수로 전향을 선언하고 시니어투어대회에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미국 프로풋볼 사상 가장 뛰어난 와이드리시버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는 제리 라이스도 골프 실력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실력자다. 라이스 역시 ‘플러스 핸디캡’을 자랑한다. 핸디캡 +0.7의 라이스는 그러나 PGA 2부투어에 도전했다가 쓴맛을 보고 투어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178승을 올리고 은퇴한 쿠바 출신 투수 리반 에르난데스는 핸디캡 0의 수준급 골퍼다.
북미아이스하키(NHL) 명예의 전당 회원인 브레트 헐도 핸디캡 0의 스크래치 골퍼다. 빙판을 누비던 헐은 아주 빠른 그린에서도 퍼팅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타이거 우즈가 PGA 투어를 석권할 때 ‘테니스 황제’로 군림한 피트 샘프러스도 골프 고수다. 로스앤젤레스 지역 고급 회원제 벨에어 컨트리클럽에 신고한 그의 골프 핸디캡은 0.5이다. 이런저런 골프대회에 모습을 많이 드러내는 다른 선수와 달리 ‘은둔형’ 골프를 즐기지만 함께 쳐본 프로 선수들은 ‘대단한 실력자’라고 입을 모은다. 테니스 스타 이반 렌들도 핸디캡 2를 신고한 수준급 실력이다. 그는 딸 셋을 모두 골프 선수로 키웠다.

스포츠 선수
실력자 상당수


톰 글래빈, 존 스몰츠, 그레그 매덕스 등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선발투수 3인방도 골프 실력은 투어 선수 버금간다. 핸드캡 1.6인 스몰츠는 라이스에 이어 PGA 2부투어에 도전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지난 4월 PGA 투어 선수 키건 브래들리는 “스몰츠가 PGA 투어 선수들과 내기 골프를 자주 치는데 칠 때마다 돈을 잃는다”고 ESPN에 폭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200승 투수 존 스몰츠(48)는 스포츠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골프광 중 한 명이다. 그가 가족 6명과 사는 미국 조지아주 밀턴의 저택 뒷마당에는 9홀짜리 골프코스가 있다. 3개의 연습그린에는 밤에도 연습할 수 있게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다. 스몰츠는 이 특별한 뒷마당을 만드는 데만 200만달러를 썼다.
스몰츠의 핸디캡은 +1.7. 1~2언더파를 친다는 얘기다. 과거 타이거 우즈와 친선 라운드를 할 때 5언더파 67타를 적을 정도로 강심장으로 알려졌다. 우즈는 “내가 본 아마추어 골퍼 중에 스몰츠가 최고”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프로 대회의 벽은 높았다. 2011년 미국프로골프(PGA) 2부투어에 초청선수로 데뷔했으나 첫날 84타를 치는 등 2라운드 합계 27오버파로 예선 탈락했다. 앞서 US 오픈 예선에도 나갔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스몰츠는 여전히 투어 프로라는 목표를 버리지 않고 있다.
‘농구황제’이자 야구에 도전했다가 골프 선수까지 꿈꿨던 마이클 조던은 홈코스인 플로리다 베어즈클럽에서 작성한 1.9가 공식 핸디캡이다. NFL의 불후의 스타이자 더스틴 존슨의 예비 장인인 웨인 그레츠키는 고저랜치리조트에서 8.5의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미식축구 뉴잉글랜드패트리어츠팀의 쿼터백이자 모델 지젤 번천의 남편인 톰 브래디는 매디슨클럽에서 9.2의 핸디캡을 작성했다.

골프가 좋아
선수로 전향

골프를 열광적으로 즐기면서도 실력은 형편없는 ‘골프 지진아’ 스타 플레이어로는 미국프로농구(NBA)의 간판 파워포워드 출신 찰스 바클리와 ‘미스터 양키스’ 데릭 지터가 꼽힌다.
골프는 유독 다른 종목에서 전향한 선수가 많은 편이다.미국 남녀 프로 골프에서 다른 종목에서 넘어와 투어 대회 우승까지 일궈낸 선수는 드물지 않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추앙받는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육상 선수 출신이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 하계 올림픽에서 80미터 허들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고 투창에서도 올림픽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높이뛰기에서는 연장 끝에 은메달을 땄다. 2년 뒤 골프 선수로 전향한 자하리아스는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다.
아마추어 무대를 석권하고 36세라는 늦은 나이에 프로 무대에 뛰어든 자하리아스는 메이저대회 10승을 포함해 41승을 올렸고 상금왕 두 번을 차지했다. AP가 선정하는 올해의 여성 운동선수에 6번 뽑혔는데 한 번은 육상 선수였고 세 번은 아마추어 골프 선수, 그리고 두 번은 프로 골프 선수 자격이었다.
전설적인 복싱 스타 ‘갈색 폭격기’ 조 루이스(미국)도 복싱을 그만 둔 뒤 프로 골프 선수로 활약한 적이 있다. 복싱 헤비급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25차례나 방어한 그는 독일의 막스 스멜링과 타이틀전에서 이겨 미국의 국민적 영웅이 됐다. 1935년부터 골프를 즐긴 루이스는 1951년 은퇴하고 골프 선수로 변신했다.
1952년 PGA 투어 샌디에이고오픈에 초청 선수로 출전한 루이스는 컷을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PGA 투어 대회에서 사상 처음 출전한 흑인 선수라는 뜻깊은 족적을 남겼다. 당시 PGA투어는 ‘백인만 선수로 출전할 수 있다’는 인종차별적 규정을 두고 있었다. 대회 주최 측은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탄원 서를 제출한 끝에 출전할 수 있었고 골프에 흑인 선수가 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쾌거로 평가받는다. 그는 프로 선수로는 뛴 적이 없지만 1951년 아마추어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만만치 않은 골프 실력을 과시했다.
엘스워스 바인스(미국)는 테니스와 골프 두 종목 US오픈에 출전한 이색 경력을 자랑한다. 1931년과 1932년 US오픈, 1932년 윔블던을 제패하는 등 최고의 테니스 선수였던 바인스는 1942년부터 골프 선수로 전향했다. 15년 동안 PGA 투어에서 뛴 바인스는 1947년 상금랭킹 12위에 오르는 등 정상급 기량을 선보였다. 하지만 골프에서 이룬 업적은 테니스에서 남긴 성과에 한참 못 미쳤다.
미국프로풋볼(NH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전설적인 쿼터백 존 브로디(미국)는 17년 동안의 풋볼 선수 생활을 마치고 곧바로 골프 선수로 전향, 시니어 골프 선수로 투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스탠퍼드대학 재학 때는 풋볼뿐 아니라 야구와 골프 등 3개 종목 학교 대표로 뛰었던 브로디는 풋볼 선수로 전성기를 누리던 1956년 US오픈에 자력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1942년부터 1947년까지 PGA 투어에서 6승을 쓸어담은 새미 버드(미국)는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 선수였다. 발이 빠른 버드는 홈런 타자 베이브 루스가 안타를 치고 출루하면 대주자로 주로 기용돼 ‘베이브의 다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메이저리그에서 8시즌을 뛰고선 과감하게 골프로 종목을 바꿔 1936년 PGA 투어에서 뛰어든 그는 야구 선수보다는 골프 선수로 더 유명해졌다. 버드는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와 PGA 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 모두 출전한 유일한 인물이다.
릭 보든(미국)도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골프에서 적지 않은 발자취를 남겼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뉴욕 양키스 등에서 151승을 따낸 정상급 선발 투수였던 그는 1989년 은퇴하자 뛰어난 골프 실력으로 PGA시니어 투어에 뛰어들었다. 우승은 못했지만 더러 톱10에 입상해 식지 않은 골프 재능을 뽐냈다.
PGA 투어에서 8년을 뛴 에스테반 톨레도(멕시코)는 원래 복싱 선수였다. 라이트급 복서로 12승1패의 전적을 남긴 톨레도는 1982년부터 골프를 시작해 23세이던 1986년 프로 골프 선수가 됐다. PGA 투어에서 우승은 없었지만 8년 동안 투어 카드를 지키며 꾸준한 성적을 낸 톨레도는 2013년부터 시니어 투어로 넘어가서 3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2008년 그래미어워드 상을 받은 올해 58세의 빈스 길은 테네시골프클럽에서 플러스 +0.1의 핸디캡을 가진 음악가 중의 최고수다. 자신의 이름을 딴 골프대회도 주최한 팝가수이자 영화배우인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레이크사이드에서 0.2의 공식 핸디캡을 기록하고 있다. 5년 전 핸디캡 6이었으나 이후 골프장을 사들이기도 한 골프광이다.
최경주의 지인으로 한국을 찾기도 한 케니G의 핸디캡은 셔우드컨트리클럽에서 기록한 3.5였다. 59세의 섹소포니스트의 본명이 케네스 고어리크(Kenneth Gorelick)란 사실은 증명서에 적인 이름을 통해 알려졌다.

연예계 스타
골프광 천지

영화배우 사무엘 잭슨은 마운틴게이트에서 6.9의 공식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어떤 때는 73타를 치고 종종 95타로 치는 불규칙한 스코어를 낸다. 골프 영화 <틴컵>의 주인공이자 프로암 대회의 단골 출연자인 케빈 코스트너는 버남우드에서 11.4의 핸디캡을 가졌다.
영화 <트랜스포머> <19곰 테드>등의 주연 배우 마크 월버그는 맨해튼우즈골프장에서 핸디캡 13.0을 기록했다. 그의 백에는 로리 매킬로이로부터 선물받은 드라이버가 꽂혀 있다. 올해 85세의 영화배우이자 감독으로 정정한 활동을 하고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요즘에도 꾸준히 필드에 나가서 골프를 즐기며 22.5의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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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