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환경을 자랑하며 IT 강국이 된 대한민국.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불과 10여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1999년만 해도 인터넷은 ISDN 모뎀을 통해 64Kbps 속도에 불과했다. ‘참을 인(忍)’자를 빗댄 ‘인(忍)터넷’이란 오명이 나온 이유다. 이때 무려 1백배 이상 빠른 속도인 8Mbps의 초고속인터넷 ADSL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 대한민국에 인터넷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 바로 SK브로드밴드다. IT강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SK브로드밴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조명해봤다.
“누구도 못보던 컨버전스 세상을 열겠습니다.”
창립 11주년을 맞은 하나로텔레콤이 지난달 22일 ‘SK브로드밴드(broadband)’로 사명을 변경하고 새롭게 도약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이날 오후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임직원과 고객 등 약 9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CI선포식을 열고 컨버전스 1등 기업으로 새 출발을 선언했다.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선포식에서 “오늘 새로운 시작은 컨버전스 1등 기업을 향한 책임 있는 선택”이라며 “혁신적인 고객가치와 고객중심적인 서비스로 누구도 못 본 컨버전스 세상을 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K 시너지 극대화
현재 약 1천5백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해 1조8천7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SK브로드밴드의 전신은 하나로통신과 하나로텔레콤이다. 하나로통신은 지난 1997년 출범했다. 당시 국내 통신시장은 KT(구 한국전기통신공사)가 독점체제를 구축하던 시기였다. 정부는 이 시장에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도입할 목적으로 삼성전자, 데이콤 등 총 4백44개 국내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하나로통신을 제2시내전화사업자로 선정했다.
2년 뒤인 1999년 4월 하나로통신은 ADSL 초고속인터넷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인터넷 열풍을 몰고 왔다. 하나로통신은 정보통신의 패러다임을 선도하며 대한민국을 인터넷 강국으로 만든 주역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위기가 곧 찾아왔다. ADSL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불과 1년 만에 자본과 규모를 앞세운 KT에 역전을 허용했다. 급기야 2003년 사업을 확장하던 중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도 맞았다. 신용등급이 투자부격적 수준인 ‘BBB-’로 추락한 것.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나로통신은 그해 10월 총 11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에 성공하며 보란 듯이 위기를 넘겼다. 겨우 한숨을 돌린 하나로통신은 2004년 사명을 ‘하나로텔레콤’으로 변경하는 동시에 두루넷과 통합법인 출범, 온세통신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인수 등 몸집을 키워갔다. 2006년엔 주문형비디오(VOD) 기반의 IPTV인 ‘하나TV’(현 브로드&TV)를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SK브로드밴드 측은 “하나로텔레콤의 IPTV 출시는 ‘종합 멀티미디어기업’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며 “하나TV는 서비스 1년 만에 50만 가입자를 모으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2008년 3월 ‘사건’이 일어났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지분 43.59%를 인수해 대주주가 된 것. 유무선 컨버전스 추세에 본격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SK의 품속으로 들어온 하나로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로 또다시 변신한 것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2008년 9월22일 SK브로드밴드는 SK그룹의 행복날개를 달고 새롭게 태어났다”며 “더 높이 비상하기 위해 지난 11년간 오랜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가 가장 먼저 추진한 일은 고객가치(CV)를 높이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조 사장은 고객가치 제고를 위한 3대 중점 과제 및 10대 실천 과제를 발표했다. 또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지난 7월 영업과 기술조직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8월엔 SK텔레콤과 결합상품과 070 인터넷전화를 내놓고 초고속인터넷 상품체계를 개편하는 등 마케팅 역량을 강화했다.
더불어 올해 CAPEX 투자를 약 2천억원 이상 상향조정하는 등 네트워크 품질 제고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엔 차세대 성장동력인 IPTV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기업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새 슬로건인 ‘See The Unseen(누구도 못보던 세상)’에 SK브로드밴드의 추구가치와 야심찬 계획이 담겨있다. SK브로드밴드가 ‘See The Unseen’란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새 출발을 계기로 혁신적이고 차별적인 경쟁력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다 넓고 보다 새로운 시선’으로 혁신적인 트렌드를 만들고, 고객이 이를 더 쉽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고객중심적인 트렌드를 이끌겠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속도와 기능, 기계적 소통 위주였던 통신서비스의 한계를 뛰어넘어 ‘컨버전스 1등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석이다. 조 사장은 “단순히 이름만 바꾸는 것이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새 이름에 걸맞게 SK그룹의 일원으로서 컨버전스 1등 기업으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시장에선 컨버전스가 대세다. SK브로드밴드와 SK텔레콤이 유무선결합상품을 내놨고, KT·KTF·LG 계열 3사도 결합상품을 내놓고 경쟁에 들어섰다. 이달 대표적인 컨버전스 상품인 IPTV 실시간 방송도 시작된다. 이이 따라 SK브로드밴드는 SK와의 시너지를 통해 컨버전스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컨버전스 사업 ‘올인’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쉽고, 간편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해 새로운 영역인 컨버전스를 적극 공략할 방침”이라며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 IPTV, 홈네트워크까지 다양한 컨버전스 환경을 구현해 새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도 못보던 세상.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이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SK브로드밴드의 노력이 IT강국 명성에 어떻게 기여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