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15)호랑이굴 진입작전

“VIP 제거하고 선생님 모셔라!”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너는 어떻게 할래?”

“사무실도 없어질 텐데, 뭘 어떻게 하냐. 나도 이쯤에서 그만 손 접고 내 살 도리 해야지.”

“윤대중 선생은 구출하지 않고?”

“이미 남조선에 가 계신 분을 어떻게 구출하냐?”

마치 그 말의 의미라도 생각한다는 듯이 석원이 침묵을 지키며 자신의 잔과 상철의 잔을 채웠다.


“속담에 이런 말 있지 않냐.”

“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고.”

“그래서, 네가 남조선에 가서 윤대중 선생을 구출해오겠다는 말이냐?”

“바로 그 이야기다.”

상철이 물끄러미 석원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왜?”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네가 무슨 수로 구출해오겠다는 말이냐. 아마 모르긴 몰라도 경비가 엄청 삼엄할 텐데.”

“그러면 정말 그렇게 할까?”

“그게 무슨 소리냐. 좀 시원하게 이야기해봐라.”

석원이 동문서답하자 상철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를 살피며 석원이 다시 잔을 비워냈다.

“내가 일전에 고영진 그 새끼에게 했던 말 기억 안 나냐?”

“남조선의 박정희를 죽이겠다고 한 말 말이냐?”

“박정희를 죽이는 일이 오히려 더 간단할 듯도 싶다. 아무래도 윤대중 선생을 구출해서 일본으로 모셔오는 길보다는 그저 간단하게 박정희를 죽이면 굳이 일본으로 모시고 오지 않아도 되고. 그렇게 되면 남조선에서 윤대중 선생이 자연스럽게 대통령이 되니 오히려 그 편이 간단할 것 같은데.”

상철이 술잔을 비워내며 여운을 길게 남겼다.

“네 이야기 들어보니 차라리 그 편이 수월하겠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냐. 일본도 아니고 남조선인데.”

석원이 슬그머니 미소를 보였다.

“왜 그러냐?”

“조금 있으면 이호룡 부장께서 이리로 오실거야. 그 분과 한번 상의해봐야겠다.”


이호룡을 언급하자 박상철이 이외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상철이 답에 앞서 잔을 기울였다.

“석원아, 나는 이쯤에서 물러나야겠다.”

“그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방금 이야기했듯 나는 내 살 길 모색해야겠어. 너와는 차원이 다르니‥‥‥. 그리고 나 먼저 일어날게. 괜히 두 사람 이야기하는 데 개입하고 싶지 않아.”


말을 마친 상철이 석원이 미처 말릴 겨를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멍하니 그의 뒤를 바라보며 스스로 잔을 채우고 비우는 중에 저만치서 이호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석원이 잔을 비우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출현을 반겼다.

“오래 기다렸지.”

“먼저 마시고 있었습니다.”

호룡이 탁자를 살피다 천천히 자리 잡았다.

“동행이 있는가?”

“저희 지부 박상철 사무국장이 지금까지 같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장님 들어오시기 전에 급한 일이 있어 먼저 일어났습니다.”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그건 그렇고 급히 만나자고 한 사유나 들어볼까?”

호룡이 석원이 정중하게 따른 잔을 들었다. 석원도 급히 자신의 잔을 채워 들었다.

“부장님, 저희 아니 제가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인데.”

잔을 내려놓기 바쁘게 석원이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제가 한청에서 축출되었습니다.”

“아닌 밤중에 그 무슨 소린가? 자네처럼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축출되다니!”

석원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초지종을 말해보게.”

비밀리에 모여 대통령 암살계획 모의
결국 선택은…좌익 과격파 결단 임박


석원이 지난 캠핑 시 한청 중앙위원장인 고영진과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고 나자 이호룡이 병을 들어 두 개의 잔을 채웠다.

“참, 그 사람도 그렇다고 제명까지 시키다니.”

이호룡이 가볍게 혀를 찼다.

“부장님, 그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정작 중요한 실수는 본인이 해놓고.”

“그러게 말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윤대중 선생 납치를 막을 수 있었는데. 백주에 납치당하다니.”
호룡이 말하다 말고 다시 혀를 찼다.

“그런데 자네가 한청 이름으로 영사관에 공갈 협박한 일은 잘못되었어.”

“왜요?”

“지금 일본 정부에서 한청을 바라보는 시선이 편치 않아. 일본 정부는 좌익 과격파 세력들에 대해 모종의 트집 잡을 구실을 마련하고 있거든. 그런데 한청 이름을 사용했으니 마음이 좋을 리 없지.”

석원이 그 뜻을 헤아린다는 듯이 침묵을 지켰다.

“그건 이제 지나간 일이고 향후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가?”

“그래서 생각해보았는데.”

석원이 말하다 말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호룡 역시 호기심이 일었는지 석원의 행동을 따라했다.

“윤대중 선생 구출을 실리적인 부분에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실리적이라.”

“제가 남조선으로 건너가서 윤대중 선생을 구하는 방법이지요.”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어차피 윤대중 선생을 구출한다 해도 일본으로 모셔오기 힘든 만큼 이참에 남조선의 박정희를 암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라!”

이호룡이 하도 기가 찬지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왜요, 아니 되겠습니까?”

“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 급작스러운 이야기라 그러네.”

흡사 그를 입증이라도 하듯 이호룡이 급하게 술을 들이켰다. 술이 넘어가다 목구멍에 걸렸는지 갑자기 기침하기 시작했다. 석원이 급히 찬물을 따라 건넸다.

“너무나 허황된 이야기인가요?”

“그런 의미가 아니라네.”

“하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

석원의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실은 그 문제로 부장님께 상의 드리려 했습니다.”

호룡이 잔을 들어 천천히 들이켰다.

“정말 각오되어 있는 건가?”

“당연합니다, 부장님. 그 일이 윤대중 선생을 위하고 결국 우리 조선을 위하는 길이라면 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기꺼이 한 목숨 던지렵니다.”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하는 석원의 얼굴에 결연한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다.

“자네 생각이 정 그렇다면 긍정적으로 접근해보도록 하세.”

“임자, 고생했어.”

김운정 총리가 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청와대로 박정희 대통령을 방문하여 두 사람만이 자리했다.
“각하의 압박이 주요했습니다.”

“윤대중 돌려보내주겠다고 한 말 말이지.”

“그 이야기를 꺼내니까 그쪽에서도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야 당연한 일이지. 여하튼 오히라도 그렇지만 다나까도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야.”

“특히 오히라 그 사람 정말 고맙지요.”

“그런데 그들 생각대로 일이 이루어지겠는가?”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