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2015 이슈메이커> '베스트&워스트'

국민들 울리고 웃긴 사람들 누구?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새해 첫날의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건만 어느덧 한해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사건·사고들은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평탄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훗날 2015년을 되돌아보며 격변의 시대였다고 되새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사다난했던 2015년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올 한해 굵직한 이슈를 만들어 낸 인물들을 각 분야에 걸쳐 ‘베스트&워스트’로 나눠 선정해 봤다.

[정치]

[Best] 모난 돌 유승민

지난 6월25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에게 날선 분노를 표출했다.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했다고 봐도 무방한 사안이었다. 대통령이 당 원내대표에게 사퇴 압력을 행사하는 건 옳지 않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결국 유 의원은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박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해 온 유 의원의 언행이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탓이다.

전화위복이랄까. 당내에서 실권을 상실한 유 의원은 오히려 앞날이 기대되는 정치인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할 말은 하는 올곧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마저 더해졌다. 지지율은 급등했고 어느새 차기 대통령감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유 의원의 인기를 거품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그의 정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Worst] 억울한 성완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4월9일 메모를 남긴 채 죽자 엄청난 후폭풍이 불러왔다. 앞서 해외자원개발 비리 혐의로 성 전 회장을 지목한 검찰은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화하는 등 전방위로 압박하는 상황이었다. 당시만 해도 경제인의 개인 비리쯤으로 인식되던 사건은 성 전 회장이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성 전 회장이 죽기 전 남긴 메모에는 허태열, 홍문종, 홍준표, 김기춘, 이완구 등 현 정권의 유력 인사 8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성완종 리스트’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성완종 리스트가 불법대선자금 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그러나 지난 7월2일 검찰은 2012년 대선과의 관련성이 없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불법대선자금 의혹을 일축했다. 성 전 회장의 리스트가 정치권의 살생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별다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검찰의 용두사미 수사로 리스트의 진실은 미궁 속에 남았다. 다만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한층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제]

[Best] 성공신화 서경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화장품을 수출 효자 상품으로 부상시킨 일등공신이자 올 한해 재계에서 가장 빈번히 언급된 인물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1년간 아모레퍼시픽의 수출실적은 1억9700만달러로, 전년동기(1억3000만 달러) 대비 51.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수출액도 1억8253만 달러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2억달러 수출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국내 화장품 기업 최초로 ‘1억달러‘ 수출 금자탑을 쌓은 지 2년 만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눈부신 성장의 배경에는 서 회장의 치밀함이 숨어있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절감한 서 회장은 2000년대 초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했고 결국 아모레퍼시픽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서 회장은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7일 ‘제5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최고등급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Worst] 뒷방신세 신격호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시간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이에 불거진 경영권 다툼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입김이 축소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롯데그룹의 면세점 경쟁력이 약화되는 등 주력사업 곳곳에서 불안정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지만 오너 일가는 여전히 경영권 다툼에 혈안이 돼 있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담하다. 특히 신 총괄회장에서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커지고 있다.

아들 간 분쟁을 조정하고 화해를 유도해 경영정상화에 힘을 보태야 할 신 총괄회장이 왜 더 갈등을 키우는 쪽으로 일을 벌이는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오늘날 롯데를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일궈온 그의 지난 행보는 어느덧 퇴색된 지 오래다. 힘없고 늙은 뒷방 어른쯤으로 치부되는 게 현실이다.

유승민·성완종으로 떠들썩했던 정계
‘형제의 난’롯데그룹 오너일가 구설수

[사회]

[Best] 희망메신저 김정원

지난 8월4일 벌어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은 한 개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부각시켰다. 당시 사고로 김정원 하사는 오른쪽 발목 아래가 절단됐다. 국군의무사령부는 김 하사 치료를 계기로 부상 장병을 중앙보훈병원에서 재활 치료하는 동시에 이 병원 보장구센터의 보장구 제작ㆍ수리 서비스를 받기로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후 국군수도병원에서 성공리에 수술을 마치고 서울 중앙보훈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김 하사가 이전처럼 멀쩡히 걷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김 하사는 4개월간 재활치료 기간 동안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비록 의족의 도움이 절대적이지만 걷는데 큰 지장이 없을 만큼 상황이 호전됐다. 계속 군복무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김 하사는 “발을 잃었지만 수십배 가치가 있는 모든 분들의 격려와 응원이 있어서 일어서게 됐다”며 “다치기 전과 다름 없이 밝고 현재를 즐기려고 한다”고 말해 감동을 주었다.
 

[Worst] Ctrl+V 송유근

지난달 24일 ‘천재 소년’으로 불리던 송유근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블랙홀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었다. 송군이 논문을 게재한 천체물리학저널(ApJ·Astrophysical journal)은 송군의 논문이 표절로 확인됨에 따라 게재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표절 대상으로 지목된 학술대회 발표자료(Proceeding)의 원저자인 박석재 위원은 표절논란에 대해 “송군이 쓴 논문과 내 발표 자료가 많은 부분이 같거나 비슷해 일반인이 보기엔 표절로 의심할 수 있다”며 “논문의 앞부분은 비슷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고 핵심인 편미분방정식이 다르므로 이 둘을 서로 다른 논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론은 송군의 편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천재로 불리던 한 소년의 씁쓸한 성장기는 우리 사회가 지닌 실적 우선주의가 불러온 단면이나 마찬가지였다.

[종교]

[Best] 갈등 봉합한 자승

지난달 발생한 민중대궐기는 반목과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죄를 물은 경찰과 노조 측의 대립은 극단으로 치닫았다. 이 과정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자승스님은 조계사에 24일간 은신한 한 위원장이 경찰에 자진 출두하는데 힘을 보탰다.

일촉즉발의 순간 모습을 드러낸 자승스님은 “한상균 위원장의 거취를 해결하겠다”며 중재안을 냈다. 자승스님은 ‘내치지 않되 협조하지 않는다’는 조계종의 기조를 유지했고 경찰은 자승스님의 입장을 받아들여 공권력 투입을 보류했다.


자승스님은 2009년 10월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80명과 전국 24개 교구 본사 선거인단 등 총 320명이 참가한 가운데 치러진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전체 317표 중 290표라는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됐다. 2011년 3월부터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을 맡고 있으며 2013년 11월 제34대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했다.
 

[Worst] 우울한 말년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조용기 목사를 둘러싼 의혹은 올해도 계속됐다. 이미 헌금을 빼돌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조 목사이다. 이번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 30명이 공동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조 목사의 비리 혐의는 800억원에 대한 부당이득이다. 2004년부터 5년간 매년 120억원씩, 총 600억원이 특별 선교비란 명목으로 지급됐는데 이 돈을 조 목사가 개인적으로 챙겼다는 것이다.

조 목사의 퇴진을 요구하는 장로들이 검찰에 고발장을 낸 건 이번이 두 번째. 이들은 2011년부터 이른바 ‘교회바로세우기 장로모임’을 만들고, 조 목사와 장남 조희준씨를 교회 헌금을 빼돌린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조 목사는 지난해 1심에 이어 2심 재판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교회 측은 이번 고발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조 목사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한층 냉담해졌다.

신경숙·송유근 표절 논란
계속되는 종교인들 비리도


[연예]

[Best] 인생 한방 이애란

방송가를 뜨겁게 달군 ‘쉐프’ 열풍도 이애란의 “~라 전해라”에 비견할 수 없었다. 지난해 EXID가 기적적인 역주행을 이뤄냈다면 올해는 이애란이 그 주인공이다. 소위 말하는 '짤방' 스타로 뜬 이씨는 자신이 과거에 발표한 곡 '백세인생'에서 계속 반복되는 가사인 ‘못 간다고 전해라’ ‘와있다고 전해라’ 등이 유행어로 떠오르며 요즘 대세임을 제대로 입증했다.

백세인생이 유명세를 타면서 이씨의 몸값은 6배 이상 치솟았다. 메신저 속 이모티콘으로 출시된 것도 모자라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하며 데뷔 25년 만에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실제로 이씨는 연예인 인기 척도인 CF 문의가 쇄도하는 상황이다.

[Worst] 아빠된 김현중

김현중의 아이라고 주장했던 전 여자친구 최씨의 말이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김씨가 아버지일 확률이 99.9999%라는 감정결과가 마침내 공개된 것이다. 김씨에게는 남은 군 복무를 성실하게 마치고 아이 아빠로서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주어졌다.

이제 쟁점은 16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쏠렸다. 사실 친자 여부는 최씨 측에서 제기한 16억원대 위자료 청구 소송과는 관계가 없다. 최 씨는 반복적인 임신과 유산에 따른 정신적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서 16억원에 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앞서 김씨는 2012년부터 2년여 간 교제한 최 씨와 임신-폭행-유산을 둘러싸고 진실 공방을 벌여왔다. 최씨는 지난해 5월 폭행을 당해 유산됐다며 김씨를 고소했지만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취하했다. 이후 최씨가 정신적 피해를 이유로 김씨를 상대로 지난 4월 16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다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씨는 아이 양육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변함없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최씨는 군 복무 중인 김씨의 ‘남자다운’ 사과를 원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문화]

[Best] 한국의 쇼팽 조성진

동양인에게 콧대를 숙이지 않았던 쇼팽 콩쿨이 한국의 전도유망한 청년에게 결국 무릎을 꿇었다. 지난달 21일 프레데릭 쇼팽 협회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7회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 결선의 최종 심사 결과 조성진이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그는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가능성으로 충만한 연주자였다. 2008년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 1위 등 그는 국제무대에서 차곡차곡 수상 이력을 쌓아 왔다. 6세에 피아노를 시작해 만 11세이던 2005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한 조군은 2008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최연소 우승, 2009년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제14회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3위로 입상했다.
 

[Worst] 표절 권력자 신경숙

소설가 이응준이 지난 6월 신경숙씨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일부를 표절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진 ‘신경숙 표절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문학권력으로 지목된 출판사 창비의 내부인사들이 물러났지만 문학계의 폐쇄적 구조는 좀처럼 허물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

10년 전부터 표절 의혹 제기됐음에도 창비가 무시한 사실이 밝혀지고 창비가 여론과 동떨어진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여기에 신 작가의 모호한 입장 표명도 사태를 더욱 키웠다. 문학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한국소설이 독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불거진 신 작가의 표절 논란은 한국소설의 위기론을 더욱 부채질했다. 어쩌면 이번 표절 사태는 문단 내 자정의 목소리가 모처럼 힘을 얻을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스포츠]

[Best] EPL 입성 손흥민

한국축구의 기대주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면서 ‘꿈의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 입성했다.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17골을 터트리며 활약한 손흥민은 토트넘 이적 후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축구의 본고장 잉글랜드에서도 적응 기간 없이 곧바로 자리 잡아 올 시즌 3골 5도움을 기록하며 자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올해 국가 대표 팀이 치른 13경기에 출전해 팀 최다골인 9골을 뽑아내기도 했다.

손흥민은 축구팬이 뽑은 2015 올해의 남녀 선수에도 선발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9일부터 20일까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15년 한해 동안 축구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올해의 선수’ 인터넷 투표를 실시했다. 손흥민은 전체 2242표 중 656표(29.2%)를 획득해 574표(25.6%)를 얻은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제치고 남자 부문 1위를 차지했다.

[Worst] 나쁜 손버릇 임창용

올해 상반기에 프로농구가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홍역을 치렀다면, 하반기에는 프로야구가 해외 원정 도박 파문에 시달렸다. 야구 선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사실은 검찰이 기업인과 도박을 알선한 조직폭력배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원정 도박자 명단을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삼성 라이온즈의 간판급 선수인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의 이름이 나온 데 이어 오승환까지 검찰에 출두하면서 팬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 임창용은 지난달 11일 가장 먼저 검찰에 출석해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이어 지난 9일 오승환이 5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11월말 마카오에서 수억 원 상당의 칩을 빌릴 건 맞지만 실제 도박 횟수와 액수는 많지 않다며 억대 도박금액에 대해선 부인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임창용은 삼성으로부터 방출돼 불명예 은퇴의 위기에 놓였다. 예전부터 다루기 힘든 선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임창용은 도박 파문으로 선수생명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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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