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4·13 가상대결> 역대급 빅매치 시나리오

둘 중 한 명만…개봉박두 단두대 매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흘러가는 2015년보다 다가올 2016년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있는 지금, 정치권은 제20대 총선을 향한 ‘동상이몽’에 빠져 있다. 4·13 총선 빅매치 예상지를 <일요시사>가 선정해봤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출전 대기자 명단을 추려 봐도 면면이 화려하다. 최근 스포츠팬의 이목을 끈 ‘파퀴아오 대 메이웨더’의 대결보다 대진표가 화끈하다. 더불어 시시하게 끝났던 그때 그 경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혈투가 예상된다. 지난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기 시작, 4·13 총선을 위한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시작 알린
4·13 총선

서울은 ‘3자 대결’과 ‘우먼파워’, ‘스캔들 매치’가 눈에 띈다. 정치1번지 종로에서는 현역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정세균 의원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박진 전 의원이 가세해 불꽃 튀는 대결을 예고했다.선수들은 출전 준비를 마친 상태다. 오 전 시장과 박 전 의원은 지난 15일 등록을 마치고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앞서 지난달 3일 두 후보자는 단일화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담판을 짓지 못하면서 판세는 3자 대결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상대가 한때 당 대표를 지낸 거물이라는 점에서 당초 여당의 후보 단일화가 점쳐졌다. 그러나 둘 다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결국 공천이 결정되는 내년 2월경이 지나야 명확한 대진표가 짜여 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로가 가진 상징성은 두말하면 잔소리. 제15대 총선 당시 이곳에 출마해 대결했던 신한국당 이명박 후보와 통합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각각 16·17대 대통령에 올랐다. 오 전 시장 또한 내친김에 종로를 기반으로 대선까지 꿈꾼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종로 3선’인 박 전 의원은 출판기념회 등을 열고 일찌감치 지역에서 활동해 왔다. 지난 15일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후에는 “4선 의원 고지를 넘어 어려운 민생경제를 살리고 국정개혁을 추진하는 힘 있는 집권여당 지도자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험지출마론’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줄곧 오 전 시장에게 험지출마를 요청해왔다. 지난 23일 다시 한번 오 전 시장 설득에 들어간 김 대표는 그날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선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조해 달라고 했다. 오 전 시장도 ‘당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다만 “종로도 포함해 논의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3자 대결 구도는 아직 유효한 상황이다.

서울·인천
수도권 표심

종로가 남성 3명이 펼치는 ‘브로맨스’ 대결이라면 서초갑은 이혜훈·조윤선의 ‘우먼파워’가 돋보인다. 과연 원조 친박 이혜훈 전 최고위원과 새로운 친박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중 누가 승자가 될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의 총선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터라 경선이 곧 당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두 사람의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대결 결과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두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측근이라는 점 덕분이다.

‘원박’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각별한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조 전 수석과 같은 날 출사표를 던진 이 전 최고위원은 “서초도 힘 있게 서초의 문제를 해결할 다선 중진을 가질 권리가 있다”며 “새누리당과 국회에 제대로 된 경제전문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회에 경제통이 많아져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그는 “검증된 능력에 3선의 힘을 더하겠다”고 전했다. 변호사 출신에 초선인 조 전 수석보다 UCLA 경제학 박사에 서초갑에서 재선에 성공했던 본인을 선택해 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전 수석은 지난해 6월12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 당시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정무수석으로 기용돼 약 1년여간 박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한 적 있다.

사퇴할 당시에도 조 전 수석은 “공무원연금개혁이 박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혁과정에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난 18일에는 “박근혜정부에 맡긴 책무를 완수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바짝 다가온 총선…격전지는 어디?
스타성 높은 수도권 대진 각양각색

용산구는 의외 인물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상황이다. 항간에 강용석 변호사의 용산 출마설이 제기된 가운데 불륜 스캔들의 상대였던 ‘도도맘’ 김미나씨의 동시 출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MBN은 지난 21일 공화당 신동욱 총재가 김씨에게 강 변호사의 대항마로 용산에 출마해 달라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씨는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지만, 지금은 소송 등 주변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라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강 변호사의 새누리당 복당, 김씨의 출마로 이어진다면 화제성에서는 단연 최고의 대진이 완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5일 강 변호사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용산 출마 가능성 시사했지만,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태 의원은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출마설에 대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자숙해야 할 사람이 나온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비판한 바 있다.

인천에서 벌어질 ‘입’의 전쟁이 흥미롭다. 청와대의 ‘입’이었던 민경욱 전 대변인과 새누리당의 ‘입’이었던 민현주 전 원내대변인이 인천 연수구에서 만날 예정이다. 특히 민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민 전 ‘원내’대변인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입’으로 통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현재 연수구는 인구 31만명을 기록, 단일 선거구 인구 상한선을 초과했기 때문에 분구가 예상된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여의도 복귀가 성사됨에 따라 연수구의 한 자리를 놓고 두 ‘민’의 양보 없는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향방에 따라서 새누리당 내 계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부산
영남 패권

대구와 부산은 총선 최대 격전지로 분류된다. 그 중 대구 수성갑은 잠룡들 간의 대결로 일찌감치 유권자의 주목을 받아왔다.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의 대결. 지난 21일 수성구 범어네거리에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가진 김 전 지사는 이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결의를 다졌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을 통해 리더십을 배웠다”고 말하는가 하면, “김정은에게 돈을 갖다 주면 통일될 거라고 생각하는 정당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의 소속 정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어서 김 전 지사는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는 정당은 오직 기호 1번 새누리당밖에 없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 정가 전문가는 김 전 지사의 이 같은 발언들을 두고 “인물 간 대결보다 당 대결로 끌고 가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라고 해석했다.
 


과연 김 전 의원이 ‘보수의 성지’에서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9대 총선에 이어 두 번째 도전하는 그는 “침체에 빠진 대구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대구 정치도 경쟁을 해야 한다”며 “하나의 당이 독점하다 보니 정치인들이 나태해졌고 일을 하지 않는다”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부탁했다.

이 역시 다분히 새누리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인물 지지율에 비해 떨어지는 정당 지지율을 얼마만큼 보완할 수 있을지가 김 전 의원 당선의 길을 열어줄 열쇠가 될 전망된다.

대구 동구을은 바야흐로 전운이 감돈다. 비박과 진박 간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지난 19일 선거 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행보를 알렸다.

별 다를 것 없던 개소식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이 참석해 이 전 구청장을 두고 “그가 진실한 사람이란 것은 여러분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나돌던 진박 마케팅이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며칠이 지난 23일에도 홍 의원의 발언은 이어졌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그는 “이 전 구청장이 진실한 사람인 것만은 확실하다”며 “내가 같이 지냈던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말씀드렸던 것이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친박 VS 비박’TK·PK 패권 향방은?
전남에 부는 이정현 돌풍은 진행형?


당사자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직접 진화에 나섰다. 대구경북 중견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21’에 참석한 그는 “선거를 위해 박 대통령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가 알고 있는 박 대통령은 그렇게 특정인을 지적해 내려 보내고 할 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즉 일련의 사태들이 박 대통령의 뜻이라기보다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짓이란 주장이다. 갈수록 친박계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유 전 원내대표의 필승 전략이 언제 가동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부산은 유독 거물들 간 대결이 많다. YS 출연 이후 부산 정치의 최대 전성시대라 불러도 될 만큼 대선주자급 인사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서구·중동구·영도구를 중심으로 한 삼각벨트가 과연 어떻게 재편될지가 초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각각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 정의화 국회의장,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다. 선거구 획정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3곳의 지역구가 2곳으로 통·폐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도구 출마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했던 김 대표는 물론 총선을 위해 장관직을 사임, 여의도로 돌아온 유 전 장관도 출마가 확실시 되고 있다. 거기다 정 의장 또한 출마 의지를 보여 교통정리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부산에서의 장외 전쟁도 뜨겁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이 된 안철수·문재인은 부산 총선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 의원이 사퇴를 밝힌 날을 전후로 부산을 향하는 발걸음이 잦아졌다는 점, 총선 불출마 뜻을 밝혔던 문 대표 또한 최근 부쩍 부산을 자주 찾는다는 점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분히 제19대 대선을 노린 행보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전남에 부는
여당 돌풍

당초 부산 해운대 출마가 유력시 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새누리)당에서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으로 전환했다. 수도권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여당 일각에서는 부산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견해다. 과연 ‘진박’으로 불리는 안 전 대법관의 최종 행선지는 어디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남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대는 최근 이 최고위원을 검찰 고발했던 손훈모 변호사다. 지난 16일 출마 선언을 한 손 변호사는 “정치가 대한민국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그저 동네 국회의원 한 사람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후보가 돼야한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0월26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가 정가를 강타했을 때 이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를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손 변호사는 지난달 5일 이 최고위원을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발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폄훼발언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게 고발장의 핵심 내용이었다.

그러나 대결에서 승리할지는 미지수다. 이 최고위원 저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순천투데이>가 여론조사기관 ‘전남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최고위원은 손 변호사를 포함한 새정치연합 후보 6명과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앞섰다.

특히 노관규 전 순천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5명과의 대결에선 두 자릿수 이상의 지지율 차가 나는 등 크게 앞서는 상황이다(4∼6일 동안 순천지역 유권자 1084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포인트). 과연 이 최고위원의 저력이 재보선을 넘어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역시 야권이 재탈환하는 그림이 그려질지 호남 유권자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대희·오세훈 어디로 나올까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제안한 ‘험지출마’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과연 어디에 출마할지 당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국 야권의 세가 강한 수도권 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호남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사실상 ‘사지’에 내모는 모양새가 돼 당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야당으로부터 서울을 탈환해야 한다는 당내 분위기도 서울 출마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한 여권 관계자는 “험지출마가 결국 수도권에 바람몰이를 하자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이름값 높은 사람들이 그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라며 원래의 취지를 강조했다.

따라서 중랑구·마포구·광진구 등 강북 행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지역 모두 제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차지했으나 제19대 총선에선 야권에 넘겨 준 곳들이다. ‘수복’이라는 명분이 있는 만큼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시장의 출마 요청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오 전 시장은 김 대표의 요청에 “종로까지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곳이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