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19)한남운수 해고자 이병삼씨

모범사원 사장에 찍혀 ‘집으로’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열아홉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남운수 해고 노동자 이병삼씨입니다.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방배동 인근 고급 빌라 앞에서 아침 일찍부터 1인 시위를 벌이는 사람이 있다. 그는 옛 직장의 대표가 살고 있는 이곳을 며칠 전부터 굳건히 지키고 있다. 연신 너털웃음을 짓고 있지만 눈빛에는 비장함이 감돈다. 대체 그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부당한 해고

1962년 설립된 한남운수는 서울시 관악구를 기반으로 다수의 간선 및 지선버스를 운행하는 운송회사다. 2008년 자금난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박복규 대표가 이듬해 회사를 인수한 이후 나름 탄탄한 입지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겉보기와 달리 한남운수는 수년 째 잡음을 양산하고 있다. 부당한 대우에 항거한 이유로 쫓기듯 회사를 등져야 했던 해고노동자의 원성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삼씨 역시 그들 중 한명이다.

이씨는 2002년 한남운수 입사 이래 회사 내부 평가에서 매번 수위권을 차지했던 25년 경력의 유능한 정비사였다.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돌연 해고를 당하자 많은 사람들이 놀란 건 당연했다. 


갈등은 박 대표의 취임과 함께 시작됐다. 2009년 박 대표는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15% 임금삭감과 1년 단위 비정규직 전환을 회사 내 정비직 노동자들에게 강요했다. 정비사들에게 재입사 형식으로 계약서를 다시 쓰게 하면서 지금껏 이어진 정비사들의 호봉은 무용지물이 됐다. 사실상 연봉 인상을 바랄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

회사의 부당한 대우를 참지 못한 정비 노동자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사측의 탄압은 더욱 심해졌다. 버스 운전기사가 부족하다며 정비 인력 6명을 운전직으로 강제 전직시키는 일도 서슴없었다. 강제 전직된 한남운수 정비직 노동자들은 정비 업무에 필요한 차고지 내 시범 운전을 위해 선택적으로 대형면허를 취득했을 뿐 대형버스 운전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긴 어려웠다. 이씨를 비롯한 2명의 정비 노동자는 결국 회사를 떠난다.

이씨는 “현실을 못 이겨 결국 회사와 타협했지만 이후 앙심을 품고 주모자로 꼽힌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며 “정비직 노동자 6명을 운전직으로 부당 전보하고 반년 가까이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부당한 대우가 이어졌다”고 탄식했다. 

내부 평가 수위권 유능한 정비사
임금삭감에 강제전직…결국 해고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운송사업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필수 규정마저 회사는 등한시 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는 버스사업주가 운행 버스 1대당 정비 노동자 0.1458명을 고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한 회사에서 100대의 버스를 운영한다면 정비기사는 최소 15명이 필요하다.

한남운수가 보유한 버스 대수는 100대를 훌쩍 넘는다. 그러나 한남운수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남아있는 정비기사들에게 과도한 노동의 짐을 지우게 했다. 인건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서울시 버스 체계를 감안하면 회사의 이 같은 입장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서울시는 2004년 7월부터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해 시내버스 회사가 벌어들인 돈에서 운송비를 제외한 적자분을 전액 보전해 주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는 민간운수업체가 서비스를 공급하는 형태는 그대로 유지한 채 노선입찰제, 수입금 공동관리제 및 재정지원 등을 통해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한 것이다. 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수익성 있는 구간에만 편중될 수 있는 버스노선이 변두리 취약지역까지 확대 조정되도록 할 심산이었다.
 

이씨는 민간 운송사업자인 한남운수가 버스 준공영제의 취지를 망각한 채 정비 노동자들을 착복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보고 있다. 줄어든 정비 노동자 몫의 임금이 회사의 다른 호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현직에 종사는 정비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차량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결국 시민의 안전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서울시가 적정이윤까지 보장해주는데 왜 정비직 노동자 임금을 삭감해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2010년 10월에 해고된 이래 지난 5년 간 복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씨의 복직은 기약이 없다. 법원은 이씨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해고 이후 이씨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지방법원에서 승소했지만 고등법원에서는 패소했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희망적인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 사안을 개인과 회사 간 노사분규쯤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대를 걸 수 없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박 대표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회 회장을 연임할 만큼 운송업계에서 가장 명망 있는 인물로 꼽힌다. 달리 말하자면 한남운수에서 쫒겨난 이씨가 다른 운송업체에 간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씨는 사측의 부당해고에 맞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불완전한 현실이지만 한남운수에 근접한 서울대학교 근방에서 간이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인 지 1년이 넘었다. 최근에는 한남운수 대표가 살고 있는 방배동 인근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비롯한 정비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요원한 복직

이씨는 “정비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나 같은 사람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릇된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한 작은 몸부림에 불과할지라도 의미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운전기사 구인난

올해 상반기 정부가 산업 직종별 노동력 수급을 조사한 결과 구인난이 가장 심각했던 곳은 운송업에 종사하는 운전기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직종별 인력수급불일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산업 중에서 미충원율(채용 실패 인원을 희망 구인인원으로 나눈 비율)이 가장 높은 직종은 ‘운전 및 운송관련업’이었다. 이들의 미충원율은 33%에 달했다. 택배나 택시·버스 등 운송회사들이 채용 목표인원 10명 중 3명은 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들 업종이 구인난을 겪는 큰 이유는 근로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사업체가 제시하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보다 떨어져 구직자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전체 37.5%를 차지했다. 회사가 요구하는 자격의 구직자를 찾지 못해 채용에 실패한 사례가 26.8%였고, 해당 직종의 구직 인원 자체가 부족한 탓이 21.0%였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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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