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복귀’ 새누리 폭풍전야 막전막후

빅초이 가세로 총선사이즈 업(↑) 갈등지수도 업(↑)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빅초이(Big Choi) 복귀. 박근혜정부 실세의 귀환 소식에 정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새누리당 내 두 계파, ‘친박-비박’ 소속 인사들은 겉으론 평정심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이면에선 주판알을 퉁기면서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19대 국회가 끝나는 시점에 나온 중폭 개각 소식에 정가는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복귀 소식은 그 자체로도 파급력이 크다. 친박계는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을 열고 세 결집에 나서는가 하면, 비박계는 중진들이 나서 공천 룰 전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권 2인자
빅초이 복귀

최근 여당 내에서는 최 부총리를 둘러싼 갖가지 설들이 난무하고 있어 그의 귀환은 향후 총선정국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당장 공천 룰 전쟁에서 최 부총리의 존재유무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7일 공천특별기구(이하 공천기구) 출범에 합의하면서 위원장으로 황진하 사무총장을 임명했다. 비박계의 요구가 수용된 것이다. 그러나 제도에 있어선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는 등 대부분 친박계의 요구사항이 반영돼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6일 공천기구 위원장과 결선투표제에 대한 잠정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일요만찬’에서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는 물론 서청원·이인제·이정현 등 최고위원들까지 모여 격론을 벌인 끝에 합의점을 찾았다.


그러나 현행 당헌·당규에 적시된 ‘당원 50%, 일반국민 50%’에 대해서는 입장차만 확인한 채 추후 논의를 통해 풀어나가는 것으로 정했다. 위원장 인선 건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재논의가 시급하다는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비박계는 결선투표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해당 제도가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다 득표자가 전체 과반수 득표에 실패할 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두 사람이 다시 경선을 벌인다는 결선투표제에 당원 50%, 일반국민 50% 비율까지 반영된다면, 비박계 후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당원 50%는 결집력에서 비박계보다 강한 친박계 후보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구·경북(이하 TK), 부산·경남(이하 PK) 등지에서 물갈이론, 수도권에서는 험지출마론이 대두된 상황이라 비박계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때문에 해당 제도 도입이 최고위원회의를 거쳤음에도 비박계는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는 오롯이 친박-비박 간 파열음으로 이어졌다.

결선투표제
계파갈등 뇌관

지난 9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비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과 친박계 이장우 대변인이 계급장 뗀 설전을 벌였다. 전언에 따르면, 이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후 비공개로 전환된 자리에서 “민생이 시급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법안 처리를 걱정하는데 왜 부적절하게 공천 관련 발언을 하느냐”며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이 의원을 몰아세웠다.

앞서 이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결선투표제를 통해 (승부가) 뒤집어진다면 진 사람이 (이긴) 후보를 지원하겠나”라며 “결국 (결선투표제는) 우리당 후보의 경쟁력만 약화시킬 것이다. 본선이 따로 있는데 경선을 두 번 치르는 제도가 어느 나라에 있느냐”고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이 대변인은 지난 2008년, 제18대 총선 당시 친이계가 주도한 ‘공천학살’ 얘기를 꺼내면서까지 이 의원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박계 인사들은 “당신(이 대변인)이 ‘탈레반(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이냐”고 맞받아치는 등 친박-비박은 서로 ‘강대 강’으로 맞섰다.


공천기구 출범부터 가열양상으로 치닫는 와중에 결선투표제처럼 중요한 사안은 의원총회(이하 의총)의 추인을 거쳐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바 있는 친박계 김재원 의원은 지난 10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모든 규칙은 결국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의총에서 정해져야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비박계 김용태 의원도 같은 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고위원회에 위임한 것은 공천특별기구 구성이지 공천 룰 전체를 위임한 게 아니다”라며 “룰 자체를 다시 정하려면 의총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의총 추인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당론은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당헌·당규를 잘 보라”며 “지난번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했으면 끝이지 더 이상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실상의 거부 의사였다.

박근혜정부 실세 여의도 복귀, 판 커진다
결선투표제, ‘친박-비박’ 계파갈등 기폭제

이처럼 비박계가 결선투표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 중에는 항간에 떠도는 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회에서는 최 부총리가 복귀해 TK 공천을 담당하고,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PK 공천을 맡는다는 출처불명의 얘기가 떠돌고 있다.

알려진 것처럼 최 부총리의 지역구는 경북 경산시청도군이며, 현 수석의 출신지역은 부산이다. 한 비박계 중진의원의 측근은 해당 의혹에 대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겠나”라고 말하면서도 “만약 그렇다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친박계는 최 부총리의 복귀에 확실히 힘을 받는 모습이다. 지난 9일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 송년 세미나와 오찬을 가지며 결속을 다졌다. 포럼이 열리기 전 참석자들은 “진박(진실한 친박)께서 오셨다”며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돋보였다.

주목되는 점은 포럼 초반에는 약 40여명의 참석자가 보였다면, 시간의 지날수록 그 수가 불어나 50여명을 웃돌았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의 말에 따르면 개중에는 처음 보는 의원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커짐에 따라 중도층 또는 비박계에서 친박계로 갈아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증거로 보인다.

또한 최근 여의도로 돌아온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장관이 가세해 위용을 더했다는 전언이다. 최 부총리가 복귀하기 전 결집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는 여당 내 평가가 있다.

국가경쟁력포럼
결집 급가속화

당초 세미나에서는 공천 룰과 관련해 비박계를 압박하는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송년 세미나에서는 김 대표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제활성화법·노동개혁 5법 등 정부에서 추진하는 주요 입법안에 대한 발제와 토론만 진행됐다. 이에 정가의 한 관계자는 “불화를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새누리당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총선과 관련된 발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기준 전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총선이 불과 4개월 정도 남았는데, 여러 가지 메커니즘이 마련돼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며 “공천 룰을 정하는 것, 인재영입 등 이런 부분에 지도부가 속력을 내서 경기를 할 수 있는 경기장과 경기규칙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았던 윤상현 전 정무특보는 이날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 앞에서 “(결선투표제는) 최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는 방법”이라고 어필했다.


최 부총리는 화답했다. 포럼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대신 정의화 국회의장과 만나 포럼에서 논의된 경제활성화법 등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같은날 오후 본회의가 진행되는 도중 의장 집무실을 찾아 면담을 가졌다.

이후 기자들을 만난 최 부총리는 “정부로서 필요한 민생법안이 빨리 처리될 수 있도록 의장이 역할을 잘 좀 해달라고 말했다”며 “의장으로서 역할을 좀 적극적으로 하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해 직권상정을 시사했다. 정 의장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답했다.

그러나 정가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의 복귀가 친박계에 마냥 좋은 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 부총리의 몸집이 입각할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서열 정리에서 내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 결집 나선 친박, “진박이 오셨습니다”
최경환 복귀는 자충수? 뇌관 될 서열정리

일단 교통정리가 필요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최 부총리는 만60세 3선의원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과의 거리는 어느 인사 부럽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친박계 좌장인 서 최고위원보다 가깝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최 부총리의 복귀가 점쳐지던 시절, 때 아닌 서 최고위원의 ‘용퇴론’이 나와 주목된다. 특히 발원지가 친박계 내부라는 점에서 서열다툼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한 핵심 친박계 인사가 서 최고위원에 대해 ‘구맹주산’이라고 평가했다.
 


서 최고위원이 공격적이니 친박계로 넘어오려는 사람이 적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어서 해당 매체는 “서 최고위원이 친박계의 맹구(猛狗)”라는 그의 말을 전했다. 소식이 전해진 뒤 용퇴론 가능성을 타진하는 복수의 매체가 등장했다.

최근 친박계 허리라인과 서 최고위원의 불협화음이 보여 눈길이 간다. 지난달 16일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공천 룰을 둘러싸고 갈등이 터져 나왔을 때 친박계는 오히려 “(서 최고위원의 말은) 우리의 중론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해서도 친박계 내부에서는 의총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서 최고위원은 논의를 거부하는 등 서로 엇갈리는 모습이다. 최 부총리의 복귀가 이루어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용퇴론이 지속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의 관계에서도 청산해야 될 부분이 있다. 지난 10월경 복수의 언론은 황 부총리와 최 부총리가 드잡이 직전까지 갔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부총리들의 전쟁’을 꺼낸 바 있다. 황 부총리는 만68세 5선의원으로 최 부총리보다 ‘어른’임에도 실질적인 권력은 뒤바뀐 데서 일어난 현상이다. 

당시 교육부 안팍에서는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최 부총리의 독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두 사람이 여의도로 돌아온 시점에서 과거처럼 서열 역전현상이 일어날지, 아니면 정치경력 순으로 정리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비박계 한 관계자는 친박계 서열다툼 가능성에 대해 “친박계는 각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며 “갈등이 크게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서열정리 필수
갈등 가능성은?

정가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올해가 가면 국회 의원회관이 텅텅 비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본격적인 총선모드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선거구 획정은 물론 당내 룰마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뇌관은 곳곳에 깔려있다. 최 부총리의 귀환으로 새누리당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과연 그의 가세가 친박계에 ‘득’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는 내년 총선 결과가 알려줄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점입가경 ‘청와대-새정치’ 갈등
“입법기능 포기” VS “억지 주장”

청와대가 “국회 스스로 입법기능을 포기했다”고 쏘아붙인 것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국회는 청와대 비서관 회의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지난 9일 정기국회에서 경제활성화법·노동개혁5법·테러방지법 등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법안의 처리가 무산된 채 종료된 것에 대해 청와대는 유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여야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테러방지법 등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했음에도 결국 지키지 못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국회는 청와대 말씀을 열심히 받아써야만 하는 국무회의나 청와대 비서관 회의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이어서 그는 “(청와대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청와대는 일방적으로 정한 법들이 처리되지 않자 입법기능 포기 운운하며 국회를 맹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에 필요한 건 ‘임금님 귀가 당나귀’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라고 응수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