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⑧미끼 작전

구출용 미끼를 던졌다, 그 결과는?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자네가 어떻게 장담하는가, 특히‥‥‥.”

“특히 무엇을 말입니까?”

“그 사람들이 고분고분 당할 리도 없고. 또 영사관 직원들 중에서도 남조선 정보기관 사람들이 반드시 있을 터이네. 그리고 자네 성격을 한번 생각해보게.”

“제 성격이 어때서요?”

“그걸 몰라서 물어보나?”

“하기야.”

잠자코 대화를 듣고 있던 기미코가 석원을 주시했다.

“너는 또 왜 그래!”

“뭐라고!”

문석원의 신경질 적인 반응에 고타로의 눈썹이 절로 치켜 올라갔다.

“자자, 그 문제는 조금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보고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보세.”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이호룡이 서둘러 정리했다.

“그래서 윤대중 선생을 구출하기 위해 정식으로 단체를 만들려 하네.”

이호룡의 재차에 걸친 이야기에 모두의 시선이 이호룡을 향했다.

“정식 단체요?”

“그래야 향후 우리 일이 탄력받지 않겠는가. 아니 반드시 그래야 하고.”

“당연합니다. 그러면 단체 이름을 뭐로 하렵니까?”

문석원이 방금 전 일은 마치 남의 일이 되어버린 듯 열광하며 말을 이어갔다.

“윤대중 선생 구출위원회로 명명하고자 하는데 어떤가?”

“윤대중 선생 구출위원회요!”

“좋습니다.”

문석원이 말을 잇자 기미코와 고타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위원장은 자네가 맡아주었으면 하는데.”

시선을 받은 문석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는가?”

“부장님이 계신데 어찌 제가 위원장이 될 수 있습니까?”

“나는 전면에 나설 수 없네.”

“무슨 특별한 사유라도 있습니까?”

“순수성이 왜곡될까 그러네. 내게는 조총련 정치부장이라는 직함이 있지 않은가. 따라서 이 운동은 순수하다는 이미지를 주어야 하네.”

모두 의미를 헤아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부장님 말씀이 옳게 느껴지네요.”

기미코가 말을 마치고 문석원을 주시했다.

“그래, 자네가 이번 일에는 적임일 듯하네. 윤대중 선생에 대한 자네의 열정은 모두 알고 있으니 말이야.”

고타로 역시 문석원에게 힘을 실어주자 문의 어깨가 가볍게 움직였다.

“그런데 부장님.”

순간 문석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는가?”

“윤대중 선생 구출을 위해 위원회를 구성한다 하지만 그를 전면에 내세울 수는 없는 일 아닌지요.”

갑작스런 제안에 이호룡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결국 절정으로 치닫는 사건
구출위원회 설립하고 활동

“듣고 보니 자네 말이 타당성 있네. 그래, 자네 생각은 무엇인가.”

“이곳에도 한청 사무실을 여는 겁니다.”

“한청 사무실?”

“지금 이곳에는 한청 지부가 정식으로 설립되어 있지 않으니 정식으로 지부를 설립하고 그를 기치로 윤대중 선생 구출활동을 전개했으면 합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이호룡이 문석원의 손을 잡았다.

“자네 말이 옳네. 그렇게 하도록 하고 자네가 의견을 내었으니 한번 자네가 움직여보게. 위원장은 자네가 하고.”

“아닙니다. 위원장으로는 제 형을 앉히려 합니다.”

“문동원을!”

“형이 조총련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한청 일에는 적극적이니 오히려 더욱 합당하다는 생각입니다.”

석원의 설명에 호룡도 그렇지만 고타로와 기미코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사님.”

김효 대사가 출근하자마자 조성호 참사관이 상기된 표정으로 집무실로 들어섰다.

“왜 그러는가?”

“이하라 의원이 기어코 일을 벌였습니다.”

“그러면 지금 이성원 일등 서기관에게 모든 시선이 쏠리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 내용은 무엇인가.”

“세 가지 이유로 이성원 서기관을 주목하고 있다 합니다. 첫째, 이성원 서기관으로 생각되는 인물이 일본의 한 흥신소에 윤대중 씨의 소재 조사를 의뢰했다고 합니다. 둘째, 호텔 내 엘리베이터에서 그를 보았다는 목격자가 나왔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세 번째는 현장 유류 지문과 이성원 서기관의 지문이 일치하였답니다.”

“허허, 이거 이하라 의원에게 절이라도 해야겠네.”

“당연히 그리해야 할 일입니다.”

“그 정도로는 안 되지. 그 이상으로‥‥‥.”

이야기하다 말고 김효가 슬그머니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보게 이 서기관.”

영문도 모른 채 대사 앞에 호출된 이성원의 표정에 호기심이 역력했다.

“자네가 큰 일 좀 해주어야겠네.”

어색하게 서 있는 이 서기관의 손을 굳세게 잡고 자리에 앉혔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지만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고마우이.”

김효가 이 서기관을 바라보며 가볍게 탄식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요?”

“금번 발생한 윤대중 납치사건은 잘 알고 있지?”

“그야 이를 말입니까.”

“지금 일본 측에서 한국의 중앙정보부와 우리 한국 대사관을 의심하고 있는 일 역시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래서 그런데. 우리 조사에 의하면 자네가 사건이 발생했던 그랜드 팔래스 호텔에 자주 드나들었다고 하던데.”

“그야 업무상 사람들 만나기 위해 그랬었습니다만.” 

“그리고 사건 전날 저녁에도 그곳을 방문했었다 하던데.”

“그곳에서 언론사 기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했습니다.”

이야기가 자꾸 윤대중 납치사건으로 초점이 맞추어지자 이 서기관의 얼굴에 근심의 기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 아, 걱정하지 말고. 다만 우리가 그를 한번 이용하자 이 말이네.”

더욱 이해되지 않는지 그저 김 대사의 얼굴을 멀뚱히 주시했다. 그를 간파한 김 대사가 지난번 이하라 의원과 나누었던 이야기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곁들였다. 이야기를 듣는 이 서기관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모두 마치자 가벼운 한숨까지 흘러나왔다.

“그래서 저를 희생양, 아니 미끼로 주자는 말씀이신지요.”

“그렇지 미끼, 바로 미끼네.”

순간 이 서기관의 얼굴에서 미세한 미소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런 일이라면 기꺼이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그리고 말일세.”

“말씀하시지요.”

“여하튼 사건 당사자로 지목받으면 결과와는 상관없이 자네는 이곳 근무가 용이치 않을 걸세.”

“당연합니다.”

“하여 사건이 일단락되면 자네를 본국으로 보내도록 하겠네.”

“기꺼이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이 서기관이 가볍게 고개 숙이자 김효 대사가 다시 이 서기관의 손을 잡아주었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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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