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①궁장 권무석

각궁을 넘어 활의 문화를 짓다

가업이란 무엇이고 장인이란 어떤 사람일까? 그들의 뼛속 깊이 스민 시간은 또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까?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3호 궁장 권무석 선생은 12대째 각궁을 만든다. 아들 오정 씨까지 치면 13대째다.

아들과 함께 13대째 이어진 가업
활 문화 보존과 궁도 교육에 앞장

“우리 집안(가업)의 대가 끊겼다.”

1978년 추석을 맞아 고향에 왔을 때, 이제는 고인이 된 형 영호씨의 독백 같은 말을 들었다. 두 조카가 교사의 길로 들어서며 활 만들기를 포기하자, 가업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당시 권무석 궁장은 우체국 공무원으로 일하다 버스를 운전하고 있었다. 6남매의 막내로 어릴 때부터 활을 일상처럼 접했다. 대나무를 불에 쬐어 반달구비대소를 만들 때면 뒷산에서 노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한눈을 팔면 형님이 대나무로 등줄기를 후려쳤다.

16세 때 가출한 뒤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다. 활 만드는 일은 형님의 업이지, 자신이 이을 거라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데 ‘가업이 끊겼다’는 형님의 말은 서울에 와서도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한참 고민한 끝에 가업을 잇기로 결정했다. 누님과 가족 모두 반대했다. 활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기 벅찬 시기인데다, 당시 그의 나이 37세였다.

권무석 궁장은 현재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에서 작업한다. 교육전시장은 서울무형문화재 장인들이 작업하며 일반 시민에게 전통문화를 가르치는 공간이다. 제작 과정을 시연하고 작품도 전시한다. 그가 교육전시장에서 각궁을 만든다. 과거 우리나라에 있던 10여 가지 활 가운데 지금껏 전해오는 활이다. 작지만 단단하고 아름다우며 탄력이 좋아 어느 활보다 화살이 멀리 날아간다. 영화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이 “각궁과 애깃살을 보여줄 수 있어 감개무량하다”고 했을 만큼 우리 활의 우수성이 잘 드러난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만만하지 않다. 활의 중심이 되는 대나무로 반달구비대소를 만들고, 뽕나무로 양쪽 골격이 되는 고자목을 만든다. 둘을 연결해 연소를 만들고, 활체에 부레풀을 칠한 뒤 물소 뿔과 소의 힘줄을 붙인다. 여기에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화피를 붙이고, 마지막으로 둥글게 휜 활을 반대편으로 구부려 시위에 줄을 연결한다. 많게는 1000여 단계로 나뉜다. 무엇보다 ‘활 만들기는 풀 놀음’이라는 말처럼, 부레풀의 접착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주로 춥고 건조한 겨울에 작업하다 보니 한층 고되다.

구하기 힘든
귀한 재료들

권무석 궁장은 단계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고 말한다. 아들 오정 씨가 “그 과정을 반복해서 몸으로 익히다 보면 혼을 담는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조금씩 이해가 간다”고 덧붙인다. 정작 어려운 건 재료 구하기다. 물소 뿔, 소 힘줄, 자작나무 껍질, 부레풀 등 어느 하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없다. 물소는 우리나라에 없고, 구제역 이후에는 그 뿔도 현지에서 가공해야 들여올 수 있다. 자작나무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보호종이다. 권무석 궁장이 수십 차례 중국에 다녀오고 세관 검역소를 드나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소 힘줄은 등심 부위에 붙었는데, 최근에는 기계식 도축을 하고 육질이 떨어진다며 쉽게 떼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다.

권무석 궁장에게 각궁을 만드는 건 전통 활을 만드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네 활 문화와 그 정신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이다. 그는 전통 활쏘기 기능 보유자 고 장석후 장인에게 전통 사법을 배웠고, <국궁의 교범>이라는 책을 만들어 경찰대학과 육군사관학교에서 궁도를 가르쳤다. 1994년에는 육군사관학교에서 국궁문화대축제를 기획, 우리나라 활 문화를 집대성했다. 

권무석 궁장은 요즘도 아들 오정 씨와 남산 중턱 석호정에서 시위를 당긴다. 석호정은 오래된 활터이자, 우리나라 양궁의 출발지다. 종로구 사직동의 황학정이 문무백관의 활터였다면, 석호정에서는 민간인이 활쏘기를 즐겼다. 현재는 새 단장을 준비 중이다. 공간을 정비해 올겨울 새로 문을 열 계획이다. 시민 누구나 활쏘기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익힐 수 있다.
국립극장은 석호정 앞편에 위치한다. 우리나라 공연 역사의 현장이다. 건축가 이희태가 경복궁 경회루를 모티프로 지었다. 해오름극장, 달오름극장, 별오름극장 등이 자리한다.

그중 별오름극장에는 지난 2009년 공연예술박물관이 개관했다. 195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는 공연 예술의 자취를 전시한다. 1층은 기획 전시실과 공연 예술 자료실이고, 2층은 상설 전시실이다. 상설 전시실은 다시 공연 예술사 전시실과 공연 주제 전시실로 나뉜다. 공연 예술사 전시실에서는 사진과 영상, 소품 등을 빌려 우리나라 공연사를 들여다본다. 국립극단의 2005년 작 〈물보라〉 공연 장면을 재현했는데, 배우들의 옷을 종이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공연 주제 전시실은 예술인의 방, 무대의상, 무대 디자인 등이 무대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오래된 활터
남산 석호정


공연예술박물관을 돌아본 뒤 서울한양도성 남산(목멱산) 구간의 일부를 걸어도 좋다. 공연예술박물관이 자리한 국립극장에서 N서울타워를 거쳐 백범광장까지 약 1시간이 걸리는데 남산의 가을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10월26일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哈爾濱) 의거가 있던 날이다. 백범광장 옆에 안중근의사기념관이 있으니 들러볼 만하다.

서울한양도성을 내려와서는 남대문시장과 남산골한옥마을에 가보자. 남대문시장은 언제 가도 활기차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별미 여행도 빠질 수 없다. 식사를 원할 때는 갈치골목을 추천한다. 원래 일반 식당가였다가 갈치조림이 인기를 끌면서 골목 전체가 갈치조림을 내기 시작했다. 저렴한 보리밥이나 칼국수도 맛있다. 보리밥 집에는 칼국수가, 칼국수 집에는 보리밥이 서비스로 나온다. 가벼운 군것질은 왕만두나 찐빵, 채소호떡 등이 별미다.

남대문시장에서 허기를 면했다면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일정을 마무리한다. 조선 시대 계층별 가옥 구조를 볼 수 있고, 서쪽 계곡의 단풍이 고와 일부러 찾는 이들이 적잖다. 산책 삼아 거닐며 가을날을 만끽할 수 있다. 서울남산국악당의 전통 공연이나 숨은 그림처럼 자리한 스트리트뮤지엄도 각별하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 정보>-----------------------------
당일 코스

· 힐링 코스: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혹은 석호정)→공연예술박물관→남산골한옥마을→남대문시장
· 역사 체험 코스: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혹은 석호정)→공연예술박물관→서울한양도성 남산(목멱산) 구간→안중근의사기념관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혹은 석호정)→공연예술박물관→서울한양도성 남산(목멱산) 구간→안중근의사기념관
· 둘째 날: 남산골한옥마을→남대문시장
관련 웹사이트
· 서울무형문화재 www.seoulmaster.co.kr
· 공연예술박물관 http://museum.ntok.go.kr
· 서울한양도성 http://seoulcitywall.seoul.go.kr
· 안중근의사기념관 http://ahnjunggeun.or.kr
· 남대문시장 http://namdaemunmarket.co.kr
· 남산골한옥마을 http://hanokmaeul.or.kr
문의 전화
·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 02)741-1303
· 석호정 02)2266-0665
· 공연예술박물관 02)2280-5802
· 서울한양도성 02)2133-2657
· 안중근의사기념관 02)3789-1016
· 남대문시장 상인회 02)753-2805
· 남산골한옥마을 02)2261-0511, 2264-4412
대중교통
· 지하철: 지하철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끼고 우회전, 창덕궁삼거리 지나 율곡로10길 우회전.
* 문의 : 서울메트로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광화문삼거리→경복궁사거리→율곡로 1km→창덕궁삼거리 지나 율곡로10길 우회전→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
숙박
· 케이팝호텔 서울역 : 중구 후암로60길, 02)773-2500, http://ss2.kpophouse.co.kr
· 호텔아띠 충무로점 : 중구 서애로, 02)2279-0131, http://attihotel.com/chungmuro
· 쎄컨카자호텔 : 중구 충무로5길, 02)2266-1553식당
· 희락 : 갈치조림, 중구 남대문시장길, 02)755-3449
· 한순자할머니손칼국수 : 손칼국수, 중구 남대문시장4길, 02)777-9188
· 해와달레스토랑 : 파스타, 중구 장충단로(국립극장 내), 02)2285-4647
주변 볼거리
창덕궁, 북촌한옥마을, N서울타워, 문화역서울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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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