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점령하는 외국계 자본 막전막후

국내 명물 휴게소 다 넘어간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고속도로 휴게소가 탈바꿈하고 있다. 졸음운전을 예방하고 허기진 배를 달래던 곳에서 벗어나 이젠 각종 문화행사의 장이자 진정한 휴식터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유동인구가 많은 거점 휴게소의 매출은 급등하고 있으며 휴게소 운영권을 노린 외국계 자본의 유입도 한층 빨라지는 양상이다. 최근 공격적으로 고속도로 휴게소 인수에 나선 '맥쿼리자산운용'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그룹인 ‘맥쿼리자산운용’은 지난 2000년 국내에 투자회사 형태로 진출했다. 이후 M&A, 인프라스트럭쳐 파이낸싱, 구조화 금융상품, 인프라펀드운용, 부동산 관련 부채 및 자본 관리, IT 장비 및 기술자산 전문 리스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 공룡
침공 시작됐다

M&A에 열을 올리는 여타 외국계 사모펀드와 달리 일찍부터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인프라 공룡’이라는 별칭마저 얻었다. 지난 2002년 이후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광주순환도로, 우면산 터널, 마창대교, 부산신항만 등 12개 민자사업에 투자한 금액만 약 1조원을 웃돈다.

맥쿼리가 잇달아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뛰어든 것은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수익형(BTO) 민간투자사업의 세전 경상수익률이 1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2년(9.92%)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1996년 16.32%, 2000년 15.59%를 비롯해 최소 10%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받았다. 2000년 초반 금리하락으로 국고채(3년물)와 회사채(AA-) 수익률이 급락한 것과 비교하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각 지역별 교통의 핵심이 되는 시설이라는 점이다. 한발 더 나아가 맥쿼리는 최근 주요 고속도로망에 위치한 거점 휴게소를 사들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평창휴게소 인수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달 22일 맥쿼리는 한국도로공사가 매물로 내놓은 '평창휴게소'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매각금액은 약 367억원. 지난해 8월 매각공고 이후 4번째 입찰 끝에 평창휴게소를 인수한 맥쿼리는 오는 11월30일까지 대금을 완납하면 20년간 평창휴게소를 운영할 수 있다.

맥쿼리의 평창휴게소 인수는 2018년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평창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평창휴게소의 입지를 고려하면 동계올림픽 전후에 관광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 맥쿼리는 평창휴게소 운영업체로부터 임대료를 받게 된다.

국민 휴식터 변모…규모 갈수록 커져
‘큰손’ 맥쿼리 1·2위 휴게소 인수

더욱이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 감축 정책에 따라 도로공사가 몇몇 휴게소 매각을 추진 중이었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평창휴게소 인수로 맥쿼리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찾는 외국인들의 처음과 끝을 모두 연결하게 됐다”며 “향후 수익을 기대한다면 투자가치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 맥쿼리의 고속도로 휴게소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휴게소업계에서 도로공사 다음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고 알짜배기 휴게소들이 맥쿼리 수중에 순차적으로 들어온 상황이다. 지난해 연이어 운영권을 따낸 ‘덕평자연휴게소’와 ‘행담도휴게소’가 대표적이다.


수익성 확실
결국 이윤 극대화

맥쿼리의 휴게소 진출은 행담도휴게소 인수를 통해 구체화됐다. 서해안고속도로에 위치한 행담도휴게소는 매출액 기준 국내 2위 휴게소이다.

지난해 3월 도로공사는 씨티그룹이 보유한 행담도개발주식회사의 지분(90%) 매각을 승인했다. 당시 행담도휴게소의 운영권을 가진 행담도개발의 지분 나머지 10%는 도로공사가 보유한 상태였다.

앞서 씨티그룹은 지난해 맥쿼리자산운용이 국내 기관투자가로부터 자금을 모은 한국증권금융에 지분을 1250억원에 매각하고 다시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다만 맥쿼리측은 지분만 소유하고 휴게소 운영은 CJ측에서 맡기로 했다.

행담도휴게소를 손에 넣은 맥쿼리의 행보는 한층 더 빨라졌다. 행담도휴게소의 운영을 맡고 있는 행담도개발 대주주로 맥쿼리가 등장한 뒤 대형 아울렛이 들어서는 등 행담도 휴게소 관광단지화 사업은 속도를 내기 시작한 상황이다. 아직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행담도 내 약 15만6000㎡부지 역시 도로공사가 이미 매각을 결정했다.

여기에 지난 9월부터 서해안고속도로 최초로 행담도휴게소에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회차시설이 설치되면서 휴게소 이용자 증가는 물론 매출 수익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거점 휴게소
독차지 속내?

행담도휴게소에서 시작된 맥쿼리의 휴게소 사업은 덕평자연휴게소 인수로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맥쿼리는 국내 최대 고속도로휴게소인 덕평자연휴게소를 코오롱글로벌로부터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코오롱글로벌은 덕평자연휴게소 지분 49%를 맥쿼리측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금액은 133억원에 이른다. 당초 코오롱글로벌은 지분 전체를 맥쿼리에 파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정책 당국과의 협의 과정을 통해 49% 지분을 맥쿼리에 넘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4월20일 경기도 이천의 영동고속도로 인천기점 70km 지점에 문을 연 덕평자연휴게소는 매출 기준 국내 최대 고속도로 휴게소다. 지난해 매출 551억원, 방문객수 1224만명으로 2위인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휴게소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만큼 알짜배기로 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평휴게소가 매물로 나온 것은 소유주였던 코오롱글로벌의 넉넉지 않은 자금 사정 때문이었다.

코오롱글로벌은 2015년 만기까지 상환해야 하는 약 1300억원의 빚을 떠안고 있었다. 덕평자연휴게소를 비롯한 자산매각을 통해 11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면서 채권 상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연초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획했던 자산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추가 자산 매각을 통해 회사 경영 여건을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매출 급성장에 외국자본들 ‘눈독’
부채 많은 도로공사 잇단 매각

문제는 맥쿼리의 휴게소 연이은 인수가 대중에게 그리 긍정적으로 비춰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동안 맥쿼리는 싼 값에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몇 년 후 비싼 값에 되파는 자본으로 인식된 게 사실이다.


지난 2013년에 서울지하철 9호선의 요금을 인상하려는 주범으로 몰렸던 것도 맥쿼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한몫 했다. 당시 맥쿼리는 최대주주가 아닌 2대주주(24.5%)였고 다른 주요주주들과 함께 요금인상 결정을 내렸지만 비난의 화살은 맥쿼리에 집중됐다. 
 

그러나 맥쿼리는 이 같은 세간의 시선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줄곧 표명했다. 맥쿼리는 펀드를 통해 투자를 하며 투자 수익은 펀드 투자자에게 귀속된다는 것이다. 즉, '먹튀'가 아니라 투자를 통해 국내 기관투자가 등에게 양호한 수익을 실현시켜다는 주장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맥쿼리는 지난 2002년 이후 인천공항도로 등 국내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며 “일각에서 맥쿼리가 챙겨간 이익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최근 민자사업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이어지면서 해당사업 규모 최근 들어 급감하는 분위기다. 재정부담으로 정부가 민자사업자에 대한 수익률을 깐깐하게 단속하기 시작한 게 결정적이었다. 맥쿼리가 휴게소로 눈을 돌린 것도 이 시점이다.

경영? 뻥튀기?
진짜 노림수는?

한편 맥쿼리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휴게소 투자에 집중하면서 추가적인 휴게소 인수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미 도로공사는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 감축 정책에 따라 휴게소 4곳의 소유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알짜 자산으로 평가받는 평창휴게소 외에는 새 주인을 찾는 데 실패한 만큼 매물은 충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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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