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들만 날린 박근혜 노림수

한입으로 두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정부가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지난 19일 청와대는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장관을 포함한 7개 부처 개각을 발표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 중 6개 부처의 차관을 교체한다는 소식이었다. 특히 교육부·국방부 등 최근 잡음이 있는 부처가 포함돼 있어 ‘문책성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 ‘책임장관제’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국민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지난 2012년 12월19일 국민 앞에서 이렇게 약속했다. 약속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대선공약집을 보면 여러 세부공약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정치개혁 분야를 보면 ‘책임장관제’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책임장관제

‘부처의 장관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대신 책임도 엄격히 묻겠다’는 것이 공약의 요지다. 그러나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이 임명된 지 8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는 등 ‘임시장관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해당 공약 이행은 물 건너갔다는 것이 정가의 중론이다.

책임장관제는 비단 장관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청와대 측이 지난 19일 춘추관에서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개각 명단 중 차관들의 이름을 대거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교육부·국방부 등 최근에 민감한 이슈들이 다뤄지는 부처의 차관 이름이 포함돼 있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책임을 져야한 장관 대신 차관을 내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김재춘 전 교육부차관은 지난 20일 이임식을 갖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그가 물러난 이유를 두고 과거 영남대 교수였던 시절 발표한 논문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009년 ‘교과서 검정체제 개선방안 연구’라는 논문에서 국정교과서에 대해 “독재국가나 후진국가에서만 주로 사용되는 제도”라고 기술한 반면, 검·인정 교과서에 대해서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많이 지닌다”고 분석했다.

결국 현정권이 추진하는 방향과 부조화가 예상된 가운데 논란이 되기 전 꼬리를 자른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교육부에서 그간 국정화 준비나 추진이 지지부진했다는 점 또한 김 전 차관을 물러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즉 ‘국정화 문책’을 차관에게 물었다는 것이 이번 경질을 바라보는 정가의 중론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21일 ‘원래 경질 타깃은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였지만, 여러 여건 상 김 전 차관 경질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정부 고위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주철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백승주 전 국방부차관 교체를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 모두 자진해서 사의를 표명했지만, 실상은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이 무산된 게 발단 아니냐는 시선이다.

박근혜정부는 7조4000억원을 투자해 미국으로부터 F-35기 40대를 사들이면서, 더불어 전투기 핵심 기술 이전을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수차례 거절했고, 18조원을 투입해 한국형전투기를 개발하겠다는 KF-X사업은 결국 백지화 위기에 놓이게 됐다.

문제는 사업 추진과정에서 보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13~16일까지 있었던 박 대통령 방미에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동행했다. 통상 대통령 및 고위급 인사들이 해외방문을 할 경우 대부분의 일정과 협상 내용이 사전 조율을 거친다는 측면에 비추어보면, 이번 기술이전 무산 사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정은 독재·후진국 제도” 김재춘 경질
주철기·백승주 교체, 문책인가 개인사인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 4월21일 핵심기술 4개를 제외한 21개 기술만 이전할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이 방위사업청(방사청)에 접수됐으나, 방사청은 이를 2개월여가 지난 6월8일에서야 청와대에 보고했다. 지난 8월10일에는 한 장관이 애쉬튼 카터 미 국방장관에게 핵심기술 이전을 재차 요청했으나, 답신을 받지 못했다. 한 장관은 지난 15일 박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다시 한 번 요청했지만, 어김없이 거부당했다. ‘굴욕외교’라는 야권의 주장은 물론 여권에서조차 이번 방미 성과가 퇴색될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

때문에 국방부와 방사청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늑장보고’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정가에 형성됐다. 그런 와중에 청와대로부터 주 전 수석과 백 전 차관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이번 KF-X 사업 책임을 지고 나간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국정화 사태처럼 한 장관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청와대는 반박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일 정치권의 해석에 대해 “문책이라거나 무엇을 덮기 위해 인사를 했다는 시각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번 개각에 대해 “국정과제와 개혁의 효율적인 추진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기 전부터 준비해온 인사”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관계자는 주 전 수석에 대해 “피로감이 쌓여서 여러 차례 쉬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고 그런 점을 감안해 인사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백 전 차관에 대해선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사의’라는 소문이 들려온다.

꼬리 자르기

야당은 개각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개각 직후 서면브리핑을 내고 “주철기 수석의 경질은 사실상 KF-X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면 당시 국방부장관으로 기종선정을 주도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개각이 있은 지 하루가 지난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는 책임론을 무마하기 위해 외교안보수석과 외교·국방차관을 교체했지만 꼬리 자르기 개각으로 영공에 생긴 큰 구멍을 메울 수 없다”며 비판했다. 국정운영의 탄력을 위한 개각이 오히려 잡음으로 물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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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