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매 맞는' 두 부총리 딜레마

‘사분오열’ 가르는 사람 따로 ‘봉합수술’ 떠안는 사람 따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좌청룡·우백호’가 딜레마에 빠졌다.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금융개혁’이라는 거대한 숙제를 떠안았다.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핵폭탄을 넘겨받았다. 설상가상 두 사람 모두 정가복귀 마지노선까지 채 3개월도 남지 않았다.

한때 새누리당 ‘투톱’으로 활동했던 두 사람이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와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2013년 각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정가에 이어 관가에서까지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른손’ ‘왼손’에 비유되는 두 사람은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금융개혁’이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좌청룡·우백호
최경환·황우여

최 부총리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중 하나인 금융개혁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달 22일 최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8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10월 중 창업 및 성장단계 기업 지원 강화를 위해 정책금융 재편방안을 마련하고 인터넷은행·크라우드펀딩 등 새로운 금융모델을 조속히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일찍이 박근혜정부는 4대 개혁(공공·교육·금융·노동)을 발표한 이후 금융개혁에 의지를 보여 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말 ‘경제관련 규제완화’를 외쳤고, 구체적으로 ‘액티브X’와 같은 비효율성을 제거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러나 금융개혁 핵심 주체 간 방향성이 달라 난항이 예상된다. 최 부총리와 기획재정부(기재부)는 금융권 노조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금융개혁이 탄력을 못 받고 있다고 진단한다. 반면 금융노조 측은 정부가 금융 비효율성의 근원인 ‘관치금융’과 ‘낙하산인사’ 문제에 메스를 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주체인 금융위원회는 금융사의 ‘자율성 확대’를 개혁의 중심으로 보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개혁의 중심은 자율성 확대”라며 “다만 금융사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만큼 통제시스템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세 주체가 모두 엇박자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 부총리는 최근 ‘금융개혁이 더딘 이유는 노조의 탓’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개혁이 촉각을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자충수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 11일 최 부총리는 페루 리마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며 “입사 10년 후에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 안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딜레마]
금융개혁 난항

최 부총리의 발언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 13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금융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알맹이가 없다”며 “이제 와서 이를 영업시간과 금융노동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장 또한 마찬가지다. 최 부총리의 발언을 두고 ‘은행 업무를 잘 몰라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분석을 내놨다. 익명의 한 은행권 관계자는 “셔터를 내려도 내부에 불이 켜져 있는 경우를 봤을 것”이라며 “시재·공과금 마감하느라 그렇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류정리 등 기타 자투리 업무까지 하고 나면 8~9시 퇴근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최 부총리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확산을 위한 노림수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인 출신답게 ‘노동시간’과 ‘강성노조’ 문제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박근혜정부는 금융개혁에 자신감을 보여 왔다. 최 부총리의 뚝심도 그렇지만, 대구고 인맥을 활용해 금융개혁에 속도를 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이순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김윤태 KB데이타시스템 사장, 구동현 산은캐피탈 사장,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 등이 최 부총리와 대구고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다.

2013년 여당 ‘투톱’, 관가에서 재회
금융노조 반발 “최경환 현실 모른다”


그러나 오히려 금융권에서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국민연금 인사와 관련해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충돌한 것이다. 최 이사장이 홍 본부장에게 ‘연임 불가’를 통보한 것이 발단이었다. 최 이사장은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었다. 홍 본부장은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최 부총리와 대구고 15회 동기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개혁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도 연계되어 있다. 야당은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추진할 경우 4대개혁에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은 “지금 정부도 노동개혁과 같은 여러 가지 개혁에 대해서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될 부분들이 많지 않나”며 “만약에 이렇게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야당의 반대, 또 역사학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이면 결코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에 협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개혁이 늦어질수록 조바심이 나는 쪽은 최 부총리일 수밖에 없다. 최 부총리의 제20대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가복귀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최 부총리는 11월 또는 늦어도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는 12월에는 정가 복귀가 예상됐었다. 만약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거나 늦춰질 경우 최 부총리가 느낄 딜레마는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황우여 딜레마]
역사교과서 총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정가는 물론 사회 이슈 중에서도 가장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학생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하기 위해선 지금의 검인정 제도가 아닌 단일화된 역사교과서 발행이 필요하다’며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있다.

사학계와 야권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이화여대 등 전국 대학교 역사교수들은 집필거부를 선언하고 있으며, 현장의 교사들은 반대서명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하나의 관점에서 기록된 역사가 불러올 수 있는 ‘다양성’과 ‘창의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야당은 거리로 나섰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골라 서명운동에 나섰으며, 박지원 의원 등은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펼쳤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지난 15일 회동을 갖고 ‘국정화 저지’에 뜻을 모았다. 바야흐로 ‘문재인-심상정-천정배’로 이어지는 야권연대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심 대표는 천 의원과 만난 이날 “박 대통령이 야당을 뭉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당·청은 합심해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학생들이 보는 자습서와 선생님들의 교사용 지도서는 완전히 좌편향 내용을 담고 있다”며 “좌편향 교과서는 발톱을 가진 교과서이고, 그렇기에 국정교과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직접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언급한 적 없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7종 (역사)교과서를 보면…(중략)…결과적으로 헌법가치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설명이 많이 나온다. 그걸 바로 잡자는 게 개편 방안”이라고 말하는 등 당·청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국정화 반대 사학계 집단 집필포기
“국민 가르지 말라”던 대통령 어디?


국정화 추진은 지난 12일 확정됐다. 교육부는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한다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이에 모든 관심은 교육부와 황 부총리에게 집중된 상황이다.

황 부총리는 국정화 역풍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황 부총리가 더 이상 교육부장관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복수의 언론은 황 부총리가 당 대표 시절 발표된 여의도연구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자가당착을 지적했다.

2013년 11월자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국정화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맞지 않고 특정 정권의 치적을 미화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며 경계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보고서 발행 당시 여의도연구원 이사장은 새누리당 대표였던 황 부총리였다. 해당 보고서에 대해 여의도연구원 측은 담당 연구위원의 개인적 소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황 부총리의 부담감을 언급한다. ‘집필포기’ ‘서명운동’ 등 국정화로 가는 과정에 험로가 예상되는 가운데 자칫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장관으로서 느낄 책임감은 물론 내년 총선 출마라는 현실적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만약 국정화가 야권 및 사학계의 반대로 무산된다면 화살은 온전히 교육부와 황 부총리에게 쏠릴 수 있다.

목전에 둔
개혁역풍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 출국에 앞서 박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해 “결코 정쟁이나 이념 대립에 의해서 국민을 가르고 학생들을 나눠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는 이미 ‘사분오열’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과 박근혜정부 사이에 있는 최·황 두 부총리의 역할론이 주목받는 이유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순방 징크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3박 6일 동안 진행된 가운데 어김없이 ‘순방 징크스’ 얘기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이었던 지난 2013년 5월경 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했으나 국내에서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성 추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월경에는 중남미 순방 길에 오른 첫날 ‘성완종 리스트’가 터져 정가가 발칵 뒤집힌 바 있다.

지난 6월경에는 반대로 국내에서 ‘메르스 사태’가 터져 해외일정인 한·미 정상회담이 무기한 연기됐다. 그 외에도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남북정상회의록 공개·이석기 내란음모·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사퇴·리퍼트 미국대사 피습사건에 이르기까지 약 13차례 크고 작은 일이 겹쳐 발생했다. 이에 세간에서는 ‘우연’보다 인과관계에 힘을 싣는 ‘징크스’라 표현하게 됐다.


나갈 때마다 일 터진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번 순방 징크스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를 꼽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야당에서 나왔을 정도로 작은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우연’이 겹친 징크스를 두고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억지스럽다는 의견이 있다. <경인일보> 배상록 정치부장은 칼럼을 통해 “사건으로만 치자면 대통령이 외국에 있을 때보다 국내에 있을 때가 훨씬 더 빈번할 터, 대통령이 국내에 있다는 사실을 굳이 결부시키지 않을 뿐이다”라며 “‘대통령이 나가기만 하면 일이 터진다’며 비아냥거리거나 이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건 아무래도 좀 치졸하고 억지스럽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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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