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5 국감 총정리

혹시 했는데 역시…알맹이 없는 국정감사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국감)가 지난 8일을 기점으로 마무리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번 국감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았던 이유는 제20대 총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키워드’별로 지난 한 달간 있었던 국감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정리해봤다.

‘예측불허, 일촉즉발’.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을 관통했던 단어다. 지난달 10일부터 시작된 국감은 추석연휴를 끼고 1·2차로 나눠 진행됐다. 소위 ‘분리국감’으로 진행됨에 따라 준비하는 보좌진들은 추석 연휴를 제쳐두고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현장에서는 고성·막말이 어김없이 오갔다. 지난 8일에 끝난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은 숱한 화제와 이슈를 몰고 왔다.

예측불허
일촉즉발

▲기업인 =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인’의 증인 출석이 활발했던 국감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국정감사의 본질과 남용: 증인신문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이번 19대 국회 국감 때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인의 수는 지난 16대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57.5명이던 것이 19대 들어서는 평균 124명으로 뛰었다. 비율로 따지면 2.1배 상승한 수치다.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일반인 증인 중 기업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났다. 제18대 국회였던 지난 2000년에는 22.2%였던 것이 제19대 국회인 2014년에는 35.2%로 증가했다. 기존 일반인 5명 중 1명이 기업인이었다면, 2014년에는 3명 중 1명꼴이 된 것이다.

수도 증가했지만 면면도 화려했다.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지난달 17일 10대 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외에도 조대식 SK주식회사 대표,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 김한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 굵직굵직한 기업인들의 출석이 줄을 이었다.


일각에서는 기업인 출석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김수연 한경연 연구원은 “올해 국감에서도 기업인에 대한 무더기 소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증인신문은 경영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 감사안건 수(피감기관 수), 안건 당 채택 가능한 최대 증인 수 등이 명시된 ‘국정감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제안했다.

반면 다음 국감에서는 오히려 지금보다 강한 증인채택이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야권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언론에서) 무분별한 증인채택이라 말하지만, 실상은 이런저런 핑계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며 “마치 (국회의원이) 갑질을 하며 기업들을 괴롭히는 것처럼 얘기가 나오는데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 전·현직 ‘공기업’ 회장에 대한 국감 증인채택도 빠지지 않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는 지난달 21일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변종립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등을 증인으로 세웠다.

그러나 가장 주목받았던 인물인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에 대한 증인 출석은 성사되지 못했다. 정무위원회(정무위)는 정 전 회장과 전우식 포스코 전무이사 등을 지난 7일에 있었던 종합국감에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무위 관계자는 지난 6일 “정 전 회장, 전 전무이사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을 고가에 인수한 배경에 대한 질의는 사실상 무산됐다. 정 전 회장은 지난달 21일 일반국감에서도 “검찰 수사 중이어서 어렵다”며 증인 불출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인당 심문시간
30.6분→17.4분

▲정쟁 = ‘정쟁’은 그야말로 치열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등 소위 잠룡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국감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이번 국감에서는 여·야 대표 잠룡의 자녀 문제가 핵심 쟁점사항으로 다뤄졌다. 김 대표는 사위의 마약 사건으로 야권으로부터 증인 출석을 요구받을 정도로 진통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임내현 의원이 이 사안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고검장 출신으로 대검 마약과장을 지낸 이력이 있는 임 의원은 김 대표 사위에 대한 수사가 축소·은폐됐다고 보고 재수사를 요구했고, 검찰은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전행정위원회(안행위)의 서울시 국감, 국방위원회(국방위)의 병무청 국감, 그리고 법사위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병역문제가 다뤄졌다. 특히 법사위 대검찰청 국감에서는 박원순의 아들 박모씨를 검찰이 직접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1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박모씨의 소환조사 필요성을 적극 피력했다. 김 의원은 증인으로 나온 김진태 검찰총장을 향해 “(구강 엑스레이 사진 등) 문제가 되니까 본인이 와서 다시 검증을 해야 한다. (중략) 오지 않으면 (검찰이) 불러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두 거물들이 자녀문제로 진통을 겪자 정가 일각에서는 ‘대선주자 흠집내기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도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지인을 특별채용시켰다는 의혹과 함께 태도 논란이 일었다.
 

주무부처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는 물론 산자위·법사위에서는 최 부총리에 대한 여러 의혹이 주목받았다. 과거 지역 사무실에서 일하던 인턴과 4년 동안 수행한 비서를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채용되도록 힘썼다고 새정치연합 이원욱 의원은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취업 청탁을 한 사람은) 최근에는 노동개혁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얘기하시는 분, 최경환 경제부총리다”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 측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취업과 관련한 어떠한 청탁·외압도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19대 국회 마지막…한달 일정 마무리
어김없는 정쟁·막말 ‘사라진 정책’

▲막말 = 어김없이 국감장에서는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은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안이 기획재정부(기재부)의 반대로 무산되고 있다며 이를 ‘매국 행위’라 비판했다. 이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최 부총리가 “아무리 의원이지만 좀 지나친 표현이 아니냐”며 지적했고, 여·야는 고성을 주고받았다. 최 부총리는 앞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머리가 나빠서 뭘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여 태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또 기업인 소환
회장들 수난도

지난달 21일 산자위 국감에서는 자원외교와 관련한 질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때 메릴린치를 대표해 김형찬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이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알려진 바대로 메릴린치는 이명박정권의 하비스트 인수와 관련해 자문을 해준 곳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챙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 김 지점장이 “자문료 산정은 시장 관행에 따른 적절한 처사”라고 말하자 새정치연합 홍영표 의원은 그를 향해 ‘야바위꾼’이라고 표현했다.
 


장외전쟁도 치열했다. 지난 6일 법사위 국감에서 새정치연합 임내현 의원은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의 발언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말에 따르면, 임 의원은 지난 5일 국감 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위의 마약 문제에 대해 집중 질의했는데, 국감이 끝난 뒤 이어진 사석에서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이 ‘부메랑이 돼 당신(임내현 의원)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임 의원은 국감 당일 이상민 법사위원장을 향해 주의 조치를 촉구했다.

막말로 주목을 받았던 이가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화제가 됐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종합감사에서 출석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리켜 변형된 공산주의자라 칭했다.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은 고 이사장을 향해 “과거 노 전 대통령을 민중민주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민중민주주의자는 공산주의의 변형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냐”고 묻자, 고 이사장은 “나는 그렇게 봤다”고 답했다. 앞서 고 이사장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튀려는 의원들 ‘오버 질의’
코뽕·드론·몰카 퍼포먼스

▲부실 = 어김없이 ‘부실’ 국감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어렵게 증인채택을 했음에도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않는 사례가 어김없이 이어졌다.


일례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해 오후 시간 내내 대기하다 짧은 답변 시간만 받고 돌아갔다. 이마저도 “한·일전에서 한국을 응원하나”와 같이 의미 없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증인들 중 국회에 출석했어도 ‘부름’을 받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출석한 증인 1인당 소요된 평균 심문시간은 지난 2000년 30.6분에서 2014년 17.4분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부르는 증인 수는 늘어나는 데 반해 주어지는 시간은 그만큼 짧아지고 있어 부실 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딴 짓을 하다 걸린 의원들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국감에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자신의 회고록을 작성하는 모습이 방송에 잡혔다. 김 의원은 즉시 “변명할 여지가 없다”며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국감 도중 소설책을 읽는 모습이 잡혔다. 신 의원은 “책을 읽은 것은 사실이지만, 질의 내용을 귀담아 듣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 국감 내용과 관계없는 오피스텔 매물을 살피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감 의원은 “다음에 있을 감정원 국감에 대비해 자료를 찾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퍼포먼스 = 지난해 뉴트리아 국감에 이어 올해도 ‘퍼포먼스’ 국감이 이어졌다. 지난달 10일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국감에서 새누리당 김제식 의원의 보좌관은 셀프성형기구를 착용했다. 10대 사이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이 같은 기구들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해당 의원실은 밝혔다. 보좌관이 소위 ‘코뽕’ ‘얼굴밴드’ 등을 착용한 모습이 주목받았다.

‘뫼비우스의 띠’
왜 매년 반복?

지난달 11일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국감에서는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이 드론(무인비행장치)을 직접 가져와 시연했다. 이 의원은 약 10여초 간 직접 드론을 선보인 뒤 해당 사업 활성화를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정무위 국감에서 몰래 카메라(몰카)의 발전을 알렸다. 김 의원은 몰카가 장착된 야구모자와 안경을 직접 착용한 채 국감을 진행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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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