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광역자치단체장 탐구⑥>15년 만에 돌아온 강운태 광주광역시장

‘화가 시장님’이 그리는 행복한 광주 이야기 “기대하라”

민주당 광주시장 공천과정에서 상대후보들로부터 ‘당선인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가 제출되는 등 우여곡절을 거치며 공천을 받아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강운태 후보가 결국 광주광역시장에 당선됐다. 이로써 강 시장은 향후 4년 간 광주의 시정을 꾸려가게 됐다. 지난 95년 임명직 시장에 이어 15년 만의 일이다.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를 목 놓아 외치며 4년 간의 임기에 첫발을 디딘 강운태 시장. 그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해봤다.

초등학교만 네 곳 전전…자연스레 친화력 길러져
광주 비엔날레 개최해 세계인 이목 한 몸에 집중

강운태 광주시장은 어린 시절 초등학교만 네 곳을 다녔다. 일선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다니다보니 여러 학교를 전전하게 됐던 것. 그의 아버지는 전남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근무했다. 1년 이상 머문 곳이 드물 정도였다. 이는 아버지의 강직한 성품 탓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고흥군청에 근무하던 시절, 누군가 쌀 한 가마니를 집으로 가져와 즉각 되돌려준 일이 있었는데 그 후부터 전근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초등학교 1학년은 담양에서, 2학년은 보성에서, 3·4 학년은 학다리(함평군)에서 보냈다. 잃은 것도 많았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여러 지역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또 늘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야 했기에 자연스레 친화력이 길러졌다.
초등학생 시절 늘 상위권을 유지하던 그의 성적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부를 게을리한 탓이었다. 특히 영어는 한심할 정도였다. 1학년이 다 끝날 무렵까지 영어사전 찾는 법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공부가 주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 계기가 찾아왔다. 동네에서 우연히 한 여학생을 만나 이야기하다가 영어 때문에 창피를 당한 일이 생긴 것. 여학생은 ‘president’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물어왔다. ‘대통령’이라는 뜻 말고 다른 의미도 있는가도 물었다. 그는 당황했다. 당시 그는 발음하는 법은 물론 대통령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조차도 알지 못했던 때문이다. 그는 얼버무리며 자리를 피했다.

영어로 망신당한 후
공부 재미에 눈 떠

집에 돌아온 강 시장은 둘째형에게 달려갔다. 영어사전 찾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제야 그는 영어의 재미에 눈뜨게 됐다. 그 덕에 그의 성적은 상위권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공부의 동기를 부여해준 그 여학생은 강 시장에게 은인과 같은 존재다.
중학교 3학년이 끝나갈 무렵, 그의 담임선생님은 서울고에 응시하라고 권유했다. 이에 그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 때만 해도 이것이 그의 인생의 첫 좌절이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시험 전 날, 뼛속까지 시렸던 겨울밤을 2시간 가까이 헤맨 끝에 겨우 시험장 인근 허름한 여인숙에 몸을 누일 수 있었다. 이윽고 시험 날 아침이 밝았다. 하지만 그는 몸에 이상을 발견했다. 어지러움증과 구토, 두통이 몰려왔다. 연탄가스에 중독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몸보다 곧 있을 시험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시험장에 도착한 강 시장은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심호흡을 한 후 시험에 임했다. 어지러움이 가시진 않았지만 예상시간보다 빨리 마친 그는 시험지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답안을 확인하는 여유를 갖기도 했다. 1교시 시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시험지를 제출하려 일어설 때였다.

“아뿔싸!”. 시험지 뒷장에도 문제가 빼곡히 있었음에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앞면만 열심히 풀었던 것이다. 정신없이 마지막 시험까지 치르고 나니 눈앞이 가물거리기 시작했다. 시험지에 머리를 처박을 정도였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서울고 입학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그는 학다리고로 진학하게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1학년을 재학 중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더 이상 학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된 것. 신세를 한탄하며 방황을 하던 그는 어느 날 문뜩 검정고시에 응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1년 간 검정고시를 준비한 그는 응시 한 번 만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다.

이어 그는 서울로 올라와 죽기살기로 공부했다. 덕분에 또래의 아이들이 졸업할 나이에 서울대 외교학과에 합격할 수 있었다.
대학교 3·4학년 시절 강 시장은 학교에서 자취를 했다. 이 말을 들은 사람은 누구나 의아해 한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었다.
당시 강 시장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입후보했다가 낙선한 적이 있었다. 이 때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친구가 그에게 총무부장 자리를 제의했다. 한때 당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였지만 학생회 운영을 위해 손을 빌려줄 것을 요청한 것.

총학생회 생활을 하게 된 그는 동숭동 법대와 문리대 사이의 건물 교실 한 칸을 얻어 살게 됐다. 그곳에서 그는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시국에 대한 논쟁을 벌이곤 했다.

그가 미술과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때의 일이었다. 그는 ‘자취방’에서 그림을 그리며 미술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갔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 1998년, IMF 이후 광주의 예술인 40여 명과 함께 ‘실직자 기금 마련을 위한 백령도 스케치전’에 2박 3일간 참가하기도 했다. 당시 그가 그렸던 그림은 참가한 화가들의 것들과 함께 판매돼 실직자 기금으로 사용됐다. 뿐만 아니라 미술을 통해 갖게 된 문화에 대한 관심은 광주 비엔날레를 창설하는 밑거름이 됐다.

1994년 광주시장에 당선된 그는 광주를 빛낼 만한 빅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인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국제적인 문화예술행사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이를 토대로 광주를 문화산업도시로 도약시키려는 심산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비엔날레를 성공리에 개최하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 다녔다.

하지만 당시 문화체육부에서는 비엔날레라는 생소한 행사에 대해 협조적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비엔날레를 개최하려는 그의 뜻은 난항을 겪게 됐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광주를 방문한 것. 이날은 지역현안사업을 보고하고 대통령으로부터 비엔날레에 대한 확답을 구해야 했기에 강 시장에게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날이었다.

강 시장은 김 전 대통령에게 광주 비엔날레가 가져올 이익에 대해 설명함과 동시에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은 비엔날레에 관심을 표했고 그 날로 중앙정부는 협조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예산 지원은 물론 ‘광주 비엔날레 지원협의회’ 등의 기구가 구성됐다. 그 이후에도 숱한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왔다. 1994년 광주 비엔날레가 우리나라 세계 문화 축제의 효시를 이룬 역사적인 행사로 자리 잡게 된 것.

최연소·농촌출신 장관
일본 시장 점유율 ‘펄쩍’

임기를 마친 뒤 그는 농림수산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 때 언론은 최연소 장관, 농촌 출신 장관이라며 앞 다퉈 보도했다. 그의 나이 46세, 관계에 발을 들인 지 23년 만의 일이었다.

농림수산부 장관직을 역임하던 그는 농어촌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강구했다. 그러던 중 돼지고기를 일본 시장에 수출하는 문제에 대해 머리를 싸매게 됐다. 당시 일본 돼지고기 수출시장 점유율이 매우 낮았던 것이 그 이유다. 천고의 노력 끝에 그는 불과 1년 만에 돼지고기 수출을 4만4000톤으로 거의 3.5배 늘리는 값진 성과를 달성했다.

농림수산부 장관직을 사임하고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강 시장은 내무부장관에 임명되었다. 전남 출신으로는 자그마치 25년 만의 일이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내무부장관의 여러 가지 소임 중 공명선거를 역점에 뒀다. 공명선거에 대한 그의 소신은 한결같았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내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선거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 그는 지난 1997년 10월부터 장애인들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당시 각 장애인연합회를 통괄하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의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면서부터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는 장애인들을 위한 행사를 개최하거나 장애인 인권 문제를 개선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를 만들겠다”며 목 놓아 외치던 강 시장. 이제 막 출항에 나선 강운태호가 광주라는 도화지 위에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6세, 관계 입문 23년 만에 ‘최연소 장관’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 만들겠다” 포부 밝혀


강 시장은 광주에서 만든 문화와 상품, 도시 경영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의 모델이 되는 창조적 거점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그는 광주 발전을 위한 4대 과제와 20개의 핵심 공약을 제시했다.

4대 과제는 ▲풍요로운 경제공동체 ▲멋들어진 문화공동체 ▲세계 속의 평화공동체 ▲참여와 소통의 자치공동체 등이다. 강 시장은 4대 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핵심공약으로 ▲신규 일자리 10만개 창출 ▲최하위권 경제규모를 중상위권으로 도약 ▲5대 주력산업과 미래가치산업의 집중 육성 ▲R&D 특구 개발 및 LED 특화단지 조성 ▲문화투자진흥지구 지정ㆍ활용 통해 문화산업 집중 육성 ▲시민이 함께하는 명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조성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 및 복지 향상을 비롯해 20가지를 제시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 강 시장은 “시정의 최우선을 일자리를 통한 신성장 체제에 두고 오는 2014년까지 신규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 실업난을 해소하고 고용률을 60% 이상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최하위의 경제 규모를 4위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1인당 생산액을 3000만원 이상 달성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옛 전남도청 주변과 사직공원, 송암공단 일대를 문화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해 문화산업체를 500개 이상 집중 육성하고 임명직 시장 때 창설했던 비엔날레와 김치축제, 첨단 엑스포 등 3대 축제를 시민이 주인 되는 세계적인 문화ㆍ경제ㆍ관광상품으로 정착시켜 광주를 명실상부한 문화산업 메카로 육성할 방침이다.

또 강 시장은 문화투자진흥지구에 대해 “광주 문화산업체에 조세감면혜택을 주는 법안이 지난 2009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도 현재까지 문화투자진흥지구를 지정하지 않아 산업유치가 부진한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그는 “예향 광주는 시민들의 예술적 영감과 끼가 탁월하기 때문에 문화산업 육성에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며 “문화 투자 진흥지구 지정과 문화산업체 유치, 문화적 가로환경 조성을 통해 문화산업 시범도시로 가꿈으로써 타 지역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CT연구원을 유치해 한민족의 문화적 심성을 콘텐츠로 만드는 한류의 산실로 육성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규 일자리
10만개 창출


또 그는 여성의 사회 참여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여성의 권익 증진에 앞장서고 출산장려 등 복지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누구나 시장을 만날 수 있고 시정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참여와 소통의 열린 공동체를 만들 예정이다.
더불어 갈수록 늘고 있는 고령자와 독신자, 그리고 핵가족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불리는 헬스케어 가전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강운태 광주광역시장 프로필

<학력>
·1965년 함평 학다리고교 수학, 대입검정고시 합격
·1972년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졸업
·1987년 미국 인사관리처 OPM과정 수료
·200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AMP) 수료.

<경력>
·1972년 행정고시 합격(11회)
·1989년 순천시장
·1994년 광주광역시장
·1995년 농림수산부장관
·1997년 내무부장관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2000년 새천년민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
·2003년 국회 재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2003년 새천년민주당 사무총장
·2004년 새천년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2009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일자리창출 및 중소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 위원
·2010년 광주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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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