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오식 임오그룹회장 영장 기각의 비밀

철창 앞서 기사회생 ‘변호발 받았나’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검찰이 다잡은 고기를 놓쳤다. 임오식 임오그룹 회장을 잡아두는 데 실패한 것. 100억대 비리 타이틀이 그럴싸했지만, 법원에선 먹히지 않았다. 영장이 기각되자 재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전관예우 의혹이 제기됐다.
 

 
임오식 임오그룹 회장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6월17일. 압수수색이 신호탄이었다.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00억 횡령 혐의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손준성)는 임 회장이 회사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임오그룹 본사와 서류창고, 서대문구 홍은동과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임 회장의 자택 등 7곳을 털었다. 검찰은 앞서 그룹 임직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임 회장의 비리를 확보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회사 회계자료 등을 확보한 검찰은 6월19일부터 총 4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임 회장을 소환, 횡령 혐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수법과 규모 등을 캐물었다. 임 회장은 일부 혐의에 대해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횡령 액수와 수법 등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주저하지 않았다. 7월1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발표한 비리금액은 100억원이나 됐다. 검찰에 따르면 임 회장은 2005년부터 회사 매출액을 부풀리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회사에서 근무한 적 없는 자신의 친인척들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꾸며 회사돈 1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명의 이전을 통해 그룹 소유 부동산을 빼돌리고 회계자료를 조작해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자신만만했다. 이쯤 되면 구속이 확실하다는 표정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내부에선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며 “충분한 내사와 철저한 수사가 물 샐 틈 없을 만큼 성공적이었다는 자평이 나왔다”고 귀띔했다.
 
이도 잠시. 7월14일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서부지법은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수사상황에 비춰 피의자가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한달(8월28일 기준)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임 회장은 1970년 남대문시장 0.7평 구멍가게로 시작해 국내 주방업계 대표주자인 임오그룹을 일궜다. 코렐, 테팔 등 글로벌 주방용품의 국내 판권을 딴 게 발판이 됐다. 수저업체 화인센스, 냉동업체 임오냉동 등을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2009년엔 모피로 유명한 진도를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검찰이 다잡은 고기를 놓치자 재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사법부와 사정기관의 ‘재벌 봐주기’행태가 도마에 올라 비리 기업인들에 훨씬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와중에 벌어진 결과라 의아해 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인들은 거의 다 쇠고랑을 차고 있다”며 “요즘 들어 풀려난 사례가 없을 정도로 살벌하다”고 전했다.
 
재벌 신상필벌…자신만만 검찰 망신
뒤에 거물 변호사 “전관예우 의혹”
 
그렇다면 임 회장의 경우 어떻게 된 것일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임 회장은 거물급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인공은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의 최교일 변호사. 그와 함께 법원 출신 변호인도 임 회장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와 법조계에서 임 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최 변호사(사시 25회)는 대검 연구관,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수원지검 1차장검사,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서울고검 차장검사,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지냈다. 2011년 8월∼2013년 4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을 끝으로 검복을 벗고 최교일법률사무소를 개업했다.
   
지난 6월부턴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최 변호사는 서울 서초구와 자신의 고향인 경북 영주에 사무실을 차렸다. 서울보다 영주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사무실 개업도 모자라 영주로 전입신고까지 해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 출마설이 돌고 있다.
 
최 변호사는 그동안 구설에 오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TK(대구·경북) 출신에 고대 법학과를 나와 법조계에서 ‘MB맨’으로 분류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수사,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때 ‘봐주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3년 공직자재산공개 당시 법무·검찰직 재산공개 대상자 가운데 가장 많은 120억원에 달했다.
 
특히 최 변호사는 지검장 시절 전관예우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2011년 검찰 출신 변호사 개업식에 참석해 후배검사들에게 “도와주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2013년 CJ그룹 수사 땐 담당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상황을 확인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됐다. 최근엔 영주 사무실을 개업하면서 유명인사들의 이름이 걸린 ‘뻥 화분’으로 망신을 당하는가 하면 영풍그룹(고려아연)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방패막이’노릇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최 변호사 측은 임 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사실만 인정한 채 사실상 해명과 반박 등을 거부했다. 법무법인 해송 관계자는 “임 회장을 변호하는 것은 맞다”면서 “뭐 할라고 물어보냐”고 경계했다. 그는 “변호사가 어떤 사건이든 맡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전관예우 같은 건 없다”고 일축했다.
 
방패막이 노릇
 
임오그룹 역시 공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회사 직원은 “답해줄 사람이 없다. 찾아보고 연락을 주겠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와중에 회장님은 주식거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임오식 임오그룹 회장이 주식거래에 나서 눈길을 끈다. 진도는 임 회장이 지난 25일 보통주 2만9130주를 장내매수했다고 26일 공시했다. 
 
임 회장의 지분율은 1.15%(11만4990주)에서 1.37%(14만4120주)로 0.22% 증가했다. 임 회장이 이번 주식 매입에 쓴 돈은 주당 평균 3927원씩 모두 1억1400만원에 달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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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