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 논란 ‘박근혜법’ 대해부

17년 전 더욱 강력한 행정부 통제 법안 발의했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치권에서는 최근 사람 이름을 붙인 ‘법’이 유행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김영란법’부터 ‘조두순법’ ‘오세훈법’ 등 이름 뒤에 법을 붙임으로서 대중이 구분하고 부르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이름+법’의 조합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박근혜법’이 발의돼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법’을 아는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정식명칭은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박 대통령이 지난 1998년 15대 국회에서 의원신분으로 활동하던 시절 발의했던 법 중 하나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서 소위 박근혜법이라 명명됐다. 그런데 15대 국회가 끝나면서 ‘임기만료폐기’됐으며, 10여년도 더 지난 법이 왜 19대 국회에서 되살아났을까. 국민들의 궁금증은 커져가고 있다.

박근혜법
19대 국회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 5월29일 소위 ‘국회법 개정안’이 5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면서부터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포함한 211명이 찬성해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은 그러나 통과 즉시 청와대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당일인 지난 5월29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국회는 정치적 이익 챙기기에 앞서 삼권분립에 기초한 입법기구로서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송부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면밀하게 검토하여 주시기를 바란다”며 “법률을 집행하기 위한 정부의 시행령을 국회가 좌지우지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유한 시행령 제정권까지 제한한 것으로 행정부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질 우려도 크고, 이런 국회법 개정을 강행한 이유가 공무원연금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즉 청와대는 통과된 개정안이 삼권분립의 원칙에 저촉되는 것은 물론 공무원연금법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공무원연금법 얘기가 나온 이유는 청와대가 5월 국회 내 통과를 강력히 원했기 때문이다. 결국 청와대는 ‘공무원연금법’과 ‘국회법 개정안’ 두 법안을 두고 여·야 지도부가 모종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언론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이목을 집중했다. 통과된 개정안은 지난 6월15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됐지만, 박 대통령은 그로부터 10일이 지난 6월25일 헌법 제53조제2항에 따라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는 서안을 발송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15일) 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다시 국회로 돌아온 개정안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힘으로 다시 본회의에 상정됐다. 그러나 대통령의 시그널을 받은 새누리당이 대거 투표에 불참하기로 결정하는 등 과반수 이상의 재적을 얻지 못해 투표는 무효처리 됐다.

국회법·연금법
모종의 거래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은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 7일 재의결에 참여하지 않은 여당을 향해 이종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은)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폭도들이다. (이것이) 폭도지 뭐냐”며 반문했다고 전해진다.

새정치연합 강동원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패거리정치 막장드라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망령인 유신의 부활을 봤다. 국회를 유신 잔당들의 놀이터로 전락시킨 대통령은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여당 의원들의 대통령 충성맹세는 국민 배신이자 의원이기를 포기한 자폭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일까. 대체 발의된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열람해보면 지난 2012년 7월2일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14년 6월20일 새정치연합 김영록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까지 이미 19대 국회 들어 총 5차례의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이전 국회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계속 늘어난다.

이 법안들이 얘기하는 것은 동일하다. 결국 잘못된 ‘행정입법’이 있으면 입법부가 나서서 수정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각각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국회운영제도개선소위원회가 마련한 대안을 내기로 한 것이다.

새정치 이상민 법사위원장, 박근혜법 발의
본인이 낸 것과 똑같은 법, 자가당착 빠지나?


그런데 여기서 최근 논란이 됐던 정치인의 이름이 나온다. 대안으로 나온 법률안을 보면 제안자에 국회운영위원장이라고 명시돼 있다. 위원장은 다름 아닌 유승민 전 원내대표다. 청와대가 사상 초유의 원내대표 찍어내기에 나선 이유다.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왜 이리 민감하게 반응한 것일까. 최근 박근혜법이 발의된 것도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핵심은 권력 침해 여부다. 입법부, 즉 국회의원에게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권 또는 수정요구(청)권이 주어진다면 행정부에 대한 정치권의 통제(견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차마 허용할 수 없는 불가침 영역에 대한 정치권의 도전인 셈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이러한 이유에서 박 대통령이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지금 권력침해라며 반대하던 그가 지난 15대 국회에서는 지금보다 더 심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법안의 핵심골자는 다음과 같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법률의 위임범위를 일탈한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된 때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르도록 함.’

박 대통령이 최근에 반대한 법안의 핵심골자는 다음과 같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상임위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 요구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여야 한다.’

정당한 이유
수정·변경 요구

‘정당한 이유’와 ‘수정·변경 요구’가 극명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이 낸 법안에 따르면 행정기관의 장은 국회의원이 문제제기를 했을 때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즉시 바꿔야 한다. 박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행정기관의 장에게 잘못된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변경을 ‘요구’(정의화 국회의장은 이 부분을 ‘요청’으로 순화했다) 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이 낸 법안이 더욱 행정부를 통제하는 법안이라 보고 ‘자가당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을 포함한 17인은 박 대통령이 당시 낸 법안 그대로 19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했다. 이것이 바로 박근혜법이다. 1998년과 달라진 것은 제안 이유가 조금 더 추가된 것뿐이다. 추가된 내용에는 이 의원을 포함한 17명의 생각이 들어가 있다. ‘(상략) 국회에서 재의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중략) 헌법상 법치주의가 무력화됨에 따라 1998년 12월14일 대통령이 국회의원 재직시절 공동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그대로 발의함.’

더 강력한 행정부 통제, 대통령되니 “나몰라”
청와대 “대표발의자 아냐. 박근혜법 부적절”


청와대는 반대입장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해당 법에 대통령의 이름을 사용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7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이름을 법안 이름에 함부로 붙이는 것도 그렇지만, 당시 박 대통령은 그 법을 발의한 것이 아니고 공동서명했다”며 입장을 밝혔다.

표면적인 이유는 박 대통령이 대표발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8년 당시 법안의 대표발의자는 안상수 전 의원이다. 이에 청와대는 “현재 야당이 과거 안상수 전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하면서 그 법안의 이름을 박근혜법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저희는 그렇게 지칭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 관계자들은 청와대의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입을 모아 ‘대표발의하지 않으면 법안을 발의하지 않은 것인가’라며 ‘공동발의자도 발의자다. 모든 의원이 법안을 숙지하고 승인하는 게 원칙인데 대표발의하지 않았다고 박근혜법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대표발의
공동발의

박근혜법을 두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새정치연합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법안이 다시 통과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유 전 원내대표가 쓰러지는 모습을 지척에서 바라본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때문에 해당 법안은 계류하다 19대 국회가 끝날 때 자동 폐기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야권 일각에서는 이미 예상한 결과라며 ‘박근혜법을 발의한 것 만해도 현 정권을 향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67주년 제헌절 맞아 대한민국 헌법 바람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마지막까지 의연했다. 사퇴를 말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조차 대한민국 헌법 1조1항을 언급했다. 터지는 플래시 속에서 흔들림 따위는 없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의 변’ 이후 복수의 언론사 논설위원들은 ‘대한민국 헌법 1조1항’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화답했다.

67주년 제헌절을 맞아 정치권은 물론 사회 곳곳에서 헌법과 관련된 행사가 펼쳐졌다. 지난 16일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는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과 평화박물관이 주최하는 ‘반헌법행위자 열전’(가칭) 편찬 공개 제안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당일 현장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수많은 지식인과 언론인이 참석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회사무처 법제실과 한국헌법학회는 광복 70주년 및 제헌 67주년을 기념해 지난 16일 국회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광복과 헌법제정’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박종보 한국헌법학회장,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시민이 만드는 헌법운동본부’와 개헌추진국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15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차원의 개헌 특위 구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발표하며 “현행 헌법은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돼 세월호 대응·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국회법 개정 파동 등에서 비능률과 폐해가 컸다”고 주장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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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