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 ‘박근혜표 공천학살’ 시나리오

내 살을 내어주고 너희 뼈를 취하리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 18대 총선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는 사태가 벌여졌다. 친박계는 ‘공천학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말에 실시된 19대 총선에선 반대로 친이계가 배제됐다. ‘보복공천’이었다. 2016년에 치러질 20대 총선을 눈앞에 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냈다.

2016년에 있을 20대 총선에선 과연 친박-비박 중 어느 계파가 더 많은 수의 공천권을 차지할 것인가. 이미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두 계파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극적인 화해는 요원해 보인다. 결국 한정된 수의 공천권을 향한 ‘치킨게임’이 곧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 정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대 총선
치킨게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결정적으로 비박계에겐 공천학살의 안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함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에겐 ‘선거개입’으로 해석될 여지를 줬다.

“(친박인사들이) 공천권을 휘두르고 싶어 하지만 나는 계속 오픈프라이머리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28일 유 당시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친박계 이면에는 공천권 확보를 위한 속내가 숨겨져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위와 같이 답했다.

지난 1일 새정치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박 대통령의 칼날은 결국 김 대표를 향해 있다”고 하는 분석이 나와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최소한 전보다 훨씬 껄끄러운 동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지난 8일 비공개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에 있어서 ‘표’냐 아니면 또 다른 방법이냐를 두고 논란은 있었지만 결국 사퇴로 결론지어졌다.


대부분의 정가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들려오는 얘기를 종합해봤을 때 이번 사태가 1막이라면 2, 3막이 곧 펼쳐질 것이란 주장이다. 2막을 친박계의 주요 당직 점령으로, 3막을 오픈프라이머리 거부로 예상해본다면 종국에는 ‘공천학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가능하다. 이는 비박계가 현 상황에서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와 맞아떨어진다.

차기 원내대표
합의추대 결정

지난 9일 차기 원내대표 선출 시기와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주재됐다. 긴급 구성된 당 원내대표경선관리위원회에서 수장을 맡은 서상기 위원장은 위원회 구성 당일 첫 회의를 열고 오는 14일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방식에 대해서는 당이 양분될 수 있는 표 대결보다 ‘합의추대’ 방식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합의추대방식을 두고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친박계로 구성된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차기 원내대표를 합의추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서 위원장은 지난 9일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분명한 것은 합의추대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김 대표는 합의추대방식에 대해 “(방식은) 의원총회에서 합의를 봐야 한다”며 “최고위원들의 의견만 있을 따름이지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출방식을 두고 다시 한 번 친박-비박 간 의견대립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08년 친박·2012년 친이…2016년은?
유승민 사퇴하자 차기 후보 하마평 줄줄

오는 14일로 예정된 합의추대에 거론되는 인물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전 정책위의장이다. 표심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수도권에서 내리 4선을 지낸 경력이 있어 원내대표직을 수행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박계지만 계파색이 강하지 않아 친박계 내부에서는 유승민을 도려낸 자리를 봉합하기에 최적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정책위의장을 지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 정책통으로 통하는 원 의장은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가 국무총리로 내정된 지난 1월,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유승민·이주영 후보로부터 동시에 정책위의장을 맡아달라는 러브콜을 받았을 정도로 정책과제를 통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경선 초반만 해도 당선이 유력했던 이주영 당시 후보를 제치고 유승민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도 ‘원유철’ 때문이라는 게 새누리당 내부 관계자들의 정설이다.

만약 원 의장이 원내대표 자리에 오르면 당내 노른자와 같은 당3역(원내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 중 두 자리를 거친 인물이 되는 만큼 원 의장 개인 입장에서도 정치적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유철·황진하
인선 가속화

현재 정가에서는 친박계가 원내대표는 중도성향을 추대하는 대신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은 확실한 친박계를 앉히려고 물밑작업에 들어갔다는 주장이 많다. 사무총장직에 황진하 의원이 내정된 것도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다. 황 의원은 2007년부터 친박진영에서 활동해 온 대표적 친박계 중진 의원이다. 위와 같은 인선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정가관계자는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는 육참골단의 전략”이라고 총평했다.



따라서 주요 당직 인선에 있어서 비박계는 친박계가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낼 것이라 보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사무총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는 어느 계파 사람이 앉느냐에 따라 공천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계, 원내대표 주고 사무총장 잡는다
비박계, 버티기모드 해답은 ‘국민경선제’

새누리당은 원내대표·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 인선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총선모드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때 다시 한 번 친박-비박 간의 충돌이 예상되는 지점이 바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다. 이미 서청원 최고위원을 위시로 한 친박계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두고 누차 반대의사를 보여왔다. 반면 김 대표 중심의 비박계에서는 ‘당내 민주주의 도입’을 내세워 적극 추진 중이다. 특히 김 대표 측은 7·14 전당대회 당시 핵심공약사항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관철시킨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 계파 간 정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당직 인선
공천권 싸움

정가에서는 김무성·유승민으로 이어지는 소위 K·Y라인을 두고 순망치한의 관계라 정의한 바 있다. 즉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것인데 다르게 해석하면 한쪽이 사라지면 한쪽이 무너지기 십상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정가에서는 최근 김 대표와 관련해 출처불명의 소문이 떠돌고 있어 관심이 간다. 소문인 즉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8월 당 복귀에 맞춰 당대표가 교체될 것이란 얘기다. 비박계는 소문의 진원지를 친박계라 보고 있다. 만약 친박계가 김 대표까지 몰아내는데 성공한다면 정치권에서 ‘비박’이란 용어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당·청 갈등 심화

최근 새누리당과 청와대 사이가 심상치 않다. 비박과 청와대와의 갈등을 넘어 이제 친박과 청와대 간 갈등이 불붙는 분위기다. 친박계는 최근 청와대 참모진이 일을 키우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대통령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는 참모는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친박계 재선 의원은 “예전부터 들려왔던 ‘인의 장막’ 문제가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수도권 친박 의원은 “청와대 참모진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입장을 밝혔다.

비박-청와대 갈등에 이어 친박-청와대 갈등까지

이러한 친박-청와대 간의 갈등이 점화된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이 원인이라고 꼬집는다. 친박계도 놀랄 만큼 정제가 안 된 발언이 나왔을 정도로 참모진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최근 정치권은 보고 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