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물러난 유승민 손익계산서

당심 잃고 민심 얻고..."배신자라 쓰고 소신파라 읽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결국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다 반강제적으로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한 주는 ‘유승민 정국’이라고 불릴 만큼 그의 소신과 존재감이 빛났다. 지고도 이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 의원의 손익계산서가 나쁘지 않다.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입니다.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작은 것 버리고 
큰 것을 취하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사퇴 회견문의 일부다. 지난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확인된 의원들의 뜻을 수용하며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지난 2월2일 원내대표에 선출된 지 156일,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유 의원을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선언한 지 13일 만이다. 
 
유 의원은 사퇴 회견문에서도 박 대통령에게 맞서는 소신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헌법 1조 1항을 언급했다. 이는 의원들 손으로 선출한 원내대표를 일방적으로 끌어내리려 해 반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박 대통령과 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조 친박이었던 유 의원이 사실상 이번 행보로 박 대통령과 친박과 완전히 결별을 선언한 셈이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의 뜻대로 결국 등 떠밀려 사퇴했다. 겉으로 보기에 유 의원이 원내대표직 자리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계 관계자들과 여론의 평가는 이번 행보가 유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이가장 빛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오히려 얻은 게 더 많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일 공개한 차기 여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유 의원은 지난달 조사에 비해 11.4%포인트나 오른 16.8%를 기록해 김문수 전 경기지사(6.0%), 정몽준 전 의원(5.7%), 오세훈 전 서울시장(5.1%)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특히 19.1%로 1위를 차지한 김무성 대표와는 2.3%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리얼미터의 이번 조사는 유 의원이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지난 8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역별로는 대전·충청·세종(36.0%)과 광주·전라(19.7%)에서 1위에 올랐고, 대구·경북(TK)에서는 김무성 대표(22.2%)에 불과 1.1%포인트 뒤진 21.1%로 2위를 기록했다. 서울(16.8%)과 부산·경남·울산(12.8%), 경기·인천(12.7%)에서도 모두 2위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30대(24.0%)와 40대(29.7%)에서 김무성 대표(30대 8.1%, 40대 9.4%)를 크게 이겼고,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각각 12.6%, 10.1%를 기록했다. 성별로는 여성(18.0%)에서 1위, 남성(15.7%)에서는 김 대표(23.7%)에 이어 2위였다.

반강제적으로 사퇴…소신·존재감 빛나
‘마이웨이’ 선언 개혁적 보수로 거듭나


지지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9.8%의 지지율로 2위로 올라섰고,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에서는 20.1%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무당층에서는 20.9%의 지지율로 김 대표(5.3%)에 크게 앞섰다. 대구 출신의 중진 의원에서 전국구 정치인으로 거듭난 셈이다. 결과적으로 유 의원은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았지만, 지지율이 급등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치적 자산을 얻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 의원은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야권의 찬사를 이례적으로 끌어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혁신적인 보수’이미지를 확고히 함으로써 중도·진보층까지 정치적 저변을 확장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비박계가 다수 포진한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유 의원이 총선 전에 재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잠룡군에 포함
여권주자 2위
 
유 의원이 이번 행보로 원내대표직을 잃었다. 일각에서는 원내대표직 자리는 다양한 역할을 통해 정치력을 정상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이 사퇴를 통해 그가 지도자로서 대중에게 보여준 소신과 존재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잃은 것도 아니라고 입 모아 말한다. 
 
하지만 유 의원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내에서는 유 의원은 내년 4월 총선에서 박 대통령의 ‘표적 낙천 대상 1호’가 돼 공천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 의원은 표면적으로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끝까지 버티기는 했지만 결국엔 사퇴를 수용했기 때문에 박 대통령 주요 지지층인 보수층에게 배신자라는 꼬리표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 의원의 지역구가 대구 동구 을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에서 재기가 가능할지 여부를 두고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유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90도 사과를 했지만, 그 후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응이 냉정했고, 사실상 '원내대표 찍어내기'로 이어졌기 때문에 내년도 총선에서 공천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유 의원의 명운은 향후 박 대통령의 순항과 새누리당 체제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 정부가 내년 총선 전까지 순항하느냐 아니면 위기를 맞느냐에 따라 유 의원의 ‘몸값’이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치 평론가들은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입김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지면 정치인 유승민은 위기에 놓일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치적인 유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총선 전에 유승민의 가치가 주목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 의원은 그 동안 굴곡진 정치 역정을 걸어왔다. 그는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여당 인사다. 정치 무대 한가운데서 화려하게 활동을 하다가도 한순간 무대에서 사라져 버릴 정도로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다. 

사퇴회견까지 당당
대통령에게 직격탄 
 

아버지는 판사 출신으로 제13대,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이다. 유 의원은 1958년 대구 출생으로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 등을 졸업하며,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만기 제대를 했다. 이후 1987년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까지. 전형적인 ‘TK(대구경북)’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1983년부터 4년간 위스콘신대 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도 시장의 자율을 중시하는 신고전학파 학풍과 달리 정부 개입의 필요성 등 소신을 피력하고는 했다.
 
유 의원은 박사학위 취득 이후 1987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선임연구원을 지낸다. 이 당시 그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해소 연구에 주력했으며, 우리나라 공정거래정책 연구에 초석을 놓은 사람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1998년 유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를 만난 후 KDI 교수를 그만두고 한나라당으로 입당한다.  월급도 없는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장직을 맡아 이 총재를 도왔다. 하지만 이 총재의 핵심 경제 참모로 대선을 치른 유 의원은 대선 패배한다. 이에 더해 이른바 ‘차떼기’파동으로 감옥에 간 정치인들을 면회하며 야인의 시간을 보낸다. 
 
한때 친박 선봉
지금은 등 돌려
 
그러던 중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한나라당 대표직을 맡은 박 대통령의 ‘호출’을 받았다. 유 의원은 세 번을 고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삼고초려 끝에 그를 비서실장으로 영입했다. 
 

2005년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 유 의원을 대구에 보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변신시켰다. 그는 ‘유승민 정치’를 강조해왔다. 따지고 보면 유 의원은 박 대통령에 대한 의리가 있었던 정치인이었다. 그는 유승민의 정치를 잠시 접고, 박 대통령의 인간적인 매력에 끌려 2007년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이명박 정부의 저격수도 마다치 않았다.
 
유 의원은 지난 2011년 당 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유승민의 정치를 가동했다. 그는 당시 홍준표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친박계의 표가 분산되지 않았던 게 주요 요인이었다. 하지만 유 의원은 표 때문에 박 대통령을 무작정 ‘숭배’하지 않았다. 다른 친박과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유 의원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을 ‘동지’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는 상명하복식의 친박계 분위기에서는 감히 내뱉을 수 없는 발언이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을 동지로 생각했지만, 박 대통령은 유 의원을 신하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이 지점이 결별의 씨앗이었던 셈이다. 또 유 의원은 평소 직언을 서슴지 않는 스타일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았다. 
 
박 대통령은 2009년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황우여 원내대표’ 카드를 밀었지만, 유 의원은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또 2011년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 대통령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새누리당으로 당명 개정도 강하게 반대했다. 지난해 10월엔 청와대 외교안보팀을 ‘청와대 얼라(어린아이의 경상도 사투리)’라고 지칭하면서 날을 세웠다.
 
유 의원은 올해 초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원내대표 경선 때 박 대통령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고 선언, 박 대통령과의 관계회복에 나서는 듯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박 대통령의 ‘공약 가계부’를 거론하며 “더 이상 지킬 수 없다. 반성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로선 매우 불쾌한 대목”이라고 한 친박계 의원은 전했다. 유 의원은 또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정치적 소신을 거리낌 없이 밝혔고, 박 대통령 역시 이와 관련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도입 공론화를 주장하는 등 청와대와 잇따라 엇박자를 냈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배신의 정치”를 운운하며 유 의원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사실상의 사퇴 압박이다. 유 의원은 곧장 국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우리 박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해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다”며 몸을 바싹 낮췄다.
 
당 공천 불투명
향후 행보 주목
 
하지만 지난달 29일 청와대가 반대했던 국회법 개정안을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함께 통과시키자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파국에 치닫게 됐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직 사퇴한 다음날인 9일 측근들과의 만찬에서 “내년 총선에서 다들 잘돼서 살아남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 의원의 미약한 정치적 기반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파국에 치달았던 당과 청와대의 실타래를 그가 풀 수 있을지. 또 앞으로 그가 홀로서기에 성공해 차기 대선 주자로까지 발돋음 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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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