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폭 “몸빵 끊은 지 오래요”

사행성게임장 접수한 조직폭력 실태

과거 성매매나 건설업 등 소위 ‘몸빵’ 사업이 주요 돈줄이었던 조폭이 최근 다른 돈줄을 찾았다. 사행성 사업에 손을 대면서 가만히 앉아서 돈을 셀 수 있게 된 것. 최근 검찰은 인터넷 도박 사이트나 사행성 게임장을 차려 한 몫 단단히 챙긴 조직폭력배들을 대거 적발했다. 연장 들고 피 튀겨 가며 속칭 ‘나와바리’ 확장에 목숨 걸던 과거 조폭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를 이룬다. 요즘 그들에겐 잘 만들어진 게임 사이트와 게임머니 가득한 네티즌이 돈줄이고 밥줄이다.

게임머니 환전으로 72억 챙기니 “재미 쏠쏠하네”
성매매·건설업 ‘몸빵’ 손 떼고 사행성 게임이 돈줄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개설하고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불법 영업으로 70여억원을 챙긴 ‘조폭’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 20일 온라인 도박 사이트 등 사행성 게임장을 개설·운영해 거액을 챙긴 혐의로 ‘정수파’ 조직원 강모(48)씨 등 11명을 구속기소하고 이모(47)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달아난 정모(54)씨 등 5명을 지명 수배했다.

환전으로 짭짤하게 한 몫

서울 동대문 일대에서 활동하는 조폭 ‘정수파’ 조직원 강씨와 청량리파 조직원 한모(47)씨 등 3명은 지난 2008년 3월 고스톱과 포커 등을 할 수 있는 게임 사이트 2개를 개설했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 이용가’로 등급분류 받은 고스톱, 포커류의 보드게임을 제공하면서 적법한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처럼 행세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게임머니를 돈으로 바꿔주는 환전조직을 두고 현금거래를 하는 등 사실상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것.


이들이 운영하는 사이트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게임머니의 현금 환전 소식을 들은 도박게임자들은 하나둘 해당 사이트로 모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몰리자 강씨 일당은 이용자 확보를 위해 선불카드 총판을 별도로 설치해놓고 가맹 PC방을 모집하기도 했다. 특히, 단속되더라도 환전상, 선불카드 총판을 철저히 분리해 본사와의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하도록 했다.

실제 본사의 경우 경찰로부터 두 차례 단속을 받았지만 게임 사이트 자체는 적법한 것으로 가장되어 있어 큰 제재를 받지 않았고 때문에 이들의 지속적인 범행이 가능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이들은 두 개의 게임 사이트에 일명 ‘바지사장’을 두고 게임머니를 팔아 무려 7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달아난 정씨가 맡은 역할은 ‘환전상’으로 정씨는 강씨의 지시에 따라 게임머니 환전을 원하는 이용객의 연락이 오면 사이트 내 비밀 게임방에서 1대1 게임을 벌였다. 손님이 무조건 지도록 룰을 정해 자신은 게임머니를 챙기고 손님에게는 잃은 돈 중 수수료 7%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바꿔 계좌로 이체했다.

그런가 하면 영등포중앙파 간부급인 이모(50)씨 등 2명은 2005년 1월부터 2006년 8월까지 서울 영등포구와 강서·은평구 일대에 ‘바다이야기’ 또는 ‘블루피싱’ 게임장 5곳을 운영하는 게임장 업주 강모(53)와 동업해, 300억원의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말이 좋아 동업이지 이씨 일당은 게임장 지분에 투자하거나 다른 폭력조직으로부터 보호를 해준다는 명목으로 동업 형태를 유지했고, 보호비 명목으로 월 300만원씩 갈취하는 등 수십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또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당시 현직 경찰관이었던 안모(48)씨에게 게임장 지분을 주고 게임장의 공동 운영자로 끌어들였다. 당시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안씨는 이들의 불법행위를 눈감아 주는 명목으로 3000만원을 상납 받았고, 불법 게임장 영업 수익으로 48억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안씨는 이번 검찰 수사로 자신의 비리사실이 드러나자 지난 5월 사표를 냈다.

결국 이씨는 불법게임장 5곳을 운영한 실제 업주 강씨 등 5명과 함께 경찰에 구속됐고, 같은 파 두목 이모(51)씨는 지명 수배됐으며, 범행에 가담한 전직 경찰 안씨는 구속 기소됐다.


그런가 하면 안양AP파 행동대원 출신인 조모(40)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두 달 간 총 거래액 24억원 규모의 사설 경마판을 벌였다.

한국마사회는 1회에 10만원으로 마권구매금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들은 사설 경마는 마권구매금 제한이 없어 고액 베팅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했다. 게다가 맞추지 못해도 마권구매액의 20%를 보전해 주는 등의 방법을 ‘유인책’으로 활용해 경마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오프라인 도박에도 손길

또 고액의 베팅을 할 수 있는 대신 당첨금 떼어먹기를 방지하기 위해 당첨금 지급을 보증하는 이른바 ‘보증책’을 따로 두는 등 신종 수법을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인생을 건 베팅은 약 두 달이 되지 못해 막을 내렸다. 검찰은 조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사설경마 과정에 ‘보증책’으로 참가한 장모(48)씨를 불구속 기소했으며, 경마 ‘알선책’인 송모(46)씨 등 3명을 기소중지한 뒤 지명 수배했다.

과거 직접 폭력을 휘두르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고 세력을 확장하던 ‘조폭’의 모습과는 달리 최근 ‘조폭’들은 합법을 가장해 검거 위험도 적고 수익성이 높은 사행성 게임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예전에는 조폭들이 성매매나 건설업에 주로 개입했는데 요즘은 수익성이 높고 합법으로 가장하기 쉬운 사행성 게임업체를 수입원으로 활용한다”면서 “철저한 단속으로 폭력조직의 자금원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명수배자들의 행방을 좇으면서 이들의 비호세력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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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