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이병철 자금 대준 기업은?

삼성? 현대? 진짜 재벌은 따로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부동산 관리회사인 해성산업은 재계에서 알짜배기 회사로 통한다. 해성산업이 강남에 보유한 건물가치만 1조원을 웃돈다. 단재완 해성산업 회장의 아버지 고 단사천 회장은 1950∼60년대 명동 사채업계를 주름잡았던 인물로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과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에게 자금을 빌려줄 정도로 뛰어난 자금동원력을 자랑했다. 해성산업은 규모는 작지만 해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며 결코 가볍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해성그룹은 부동산 관리회사인 해성산업, 복사지 ‘밀크(Miilk)’로 유명한 종이 전문업체 한국제지, 전동공구 및 자동차DC모터 제조 전문기업 계양전기, 종이포장 업체 한국팩키지, 스크류콘베어 및 척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우영엔지니어링, 첨단 화학 신소재 업체 오미아한국케미칼, 지난해 4월 인수한 반도체 부품업체 해성디에스 등의 계열사를 갖고 있다. 전체 매출액은 약 1조3000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한국제지가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여기에 해성학원과 해성문화재단을 설립해 교육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채로 빌딩 사들여
 
최근 한국제지는 국일제지 중국공장을 320억원에 인수해 특수지 시장에 진출, 복사지 브랜드를 런칭하고 국내복사지 시장 1위를 탈환했다. 계양전기는 스마트 그린카 전동화 핵심부품 기술 개발과 전기차 2단 변속기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삼성테크원에서 분사한 반도체 부품 제조회사 해성디에스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코스피 또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해성그룹 자회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중 해성산업은 매출액 100억원대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지만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해성산업이 해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부동산 때문이다. 해성산업은 서울시청 앞에 있는 해남빌딩과 주상복합건물 신축지, 강남대로 송남빌딩, 부산역 앞 송남빌딩, 남대문 수상빌딩, 동해식품공장 등 전국 요지에 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실적에서 수익이 나오는 구조는 아니지만 소유하고 있는 다수의 토지와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료와 시설관리비 등의 현금 수익이 크다는 점에서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채비율은 9.7%에 불과하다. 해성산업은 그룹의 현금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
 

1954년 설립된 해성산업은 앞서 설명한 빌딩 등 건물의 시설관리용역사업을 수행하며 일부 상가에 대해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62년 해남빌딩 본관을 준공하면서 오피스빌딩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65년에는 화양간설을 합병했으며 66년 해남빌딩 신관을 준공했다.
 
78년 동해식품공장을 인수하고 80년 송남빌딩, 84년 부산송남딜딩 등을 준공, 88년 수상빌딩을 인수했다. 90년대 들어서 시설관리용역사업에 진출해 92년 성수빌딩, 95년 해성2빌딩 등의 시설관리용역을 시작했다. 98년 우영테크노센터를 건립해 분양사업을 했다. 99년에 비로소 코스닥시장에 주식을 상장했다.
 
숨은 재벌 해성산업 슬슬 존재감 드러내
한때 재벌 총수들도 손 벌렸던 ‘현금왕’
서울 주요 상권에 수조원대 부동산 보유
 
해성산업은 주식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강남을 비롯한 서울 주요 상권에 수조원대에 달하는 부동산을 보유한 대표적인 자산주로 꼽힌다. 현재 해성산업 단재완 회장이 가진 부동산들은 대부분 선친 고 단사천 회장이 일궈낸 결과물이다. 단사천 회장은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명동 사채업계를 주름잡았던 인물로 재계 총수들에게도 돈을 빌려줬다고 전해진다. 해성산업은 하루에 수천억원의 현금을 움직일 정도로 자금동원력이 대단했다. 사채업자들 사이에서는 ‘현금왕’으로 통했다.
 
단사천 회장과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관계에 대한 에피소드는 꽤 유명하다. 정주영 회장은 단사천 회장이 연락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정 회장은 대규모 사업을 펼치면서 돈이 마를 때마다 은행에서 돈을 다 빌리지 못해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이럴 때마다 정 회장은 단 회장에게 SOS를 날려 위기상황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사업 확장으로 돈줄이 막힐 때면 단 회장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단 회장의 막강한 자금력 때문에 당시 재계와 명동 사채시장에서는 ‘그가 부르면 기업 총수들도 두말하지 않고 달려온다’ ‘마음만 먹으면 재벌 몇 정도는 금방 날려버릴 수 있다’는 등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이 같은 단 회장의 존재감은 당시 은행 등 금융시장의 자금조달 능력이 기업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실상 해성산업이 1금융권 역할을 했던 것이다. 현금에 목말라 있던 기업들에게 단 회장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일부에서는 그를 ‘재계의 전당포’라고 부르기도 했다. 단 회장은 명동 사채업계에서 ‘전주’로 군림하며 큰 규모의 현금을 손쉽게 조달했다고 전해진다.
 
단 회장은 자신이 다 조달하지 못하는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때면 사채업자들까지 동원해 자금을 만들어 빌려줬다. 60년대 중반 단 회장이 한 번에 빌려줄 수 있는 자금의 규모는 약 60억원대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삼성그룹의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약 19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단 하루에 삼성그룹 연간 이익의 3분의 1이 넘는 자금을 빌려준 것이다. 80년대 국내 경제규모가 팽창하면서 단 회장의 현금동원 능력도 커져 자금의 규모가 약 30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단 회장은 황해도 서흥 출신으로 무일푼으로 서울에 내려온 이후 모은 돈으로 일만상회라는 재봉틀 조립회사를 열어 돈을 벌었다. 50년대 이후부터는 명동을 무대로 사채를 통해 자금을 굴렸다. 돈을 높은 이자에 빌려주고 받는 식으로 재산을 축척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모은 돈으로 전국 노른자 땅을 사들이며 재산을 불렸다.

부동산 재벌로 우뚝
 
단 회장은 82년 단자회사(종합금융사) 설립이 자유화되자 같은 북한 출신 기업인인 김종호 세창물산 회장, 남상옥 타위호텔 회장 등과 손잡고 신한투자금융 설립에 참여했다. 그러나 공동 설립자 간의 경영 분쟁과 정부의 경영 개입 등으로 결국 지분을 털고 나왔다. 이때부터 단 회장은 사금융에서 발을 빼 지난 200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해성산업과 한국제지, 계양전기, 한국팩키지 등의 회사를 경영하며 재산 모으기에 집중했다. 단 회장이 일궈낸 재산은 그의 외아들인 해성산업 단재완 회장 손에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해성그룹 경영구도
 
지난달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단재완 회장의 장남인 단우영 한국제지 부사장은 해성산업 2대주주(15.70%)이자 한국제지의 3대주주(4.72%)다. 한국제지 2대 주주는 단 부사장의 동생인 단우준 계양전기 전무다. 단 부사장은 이외에도 계양전기(1.89%), 한국팩키지(6.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단 부사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573억원(12일 종가기준) 수준이다. 그는 지난해 배당금으로만 2억8600만원을 가져갔다.
 
단 부사장은 지배구조 최상위인 해성산업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일정부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단 회장이 해성산업의 지분 30.1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 지분의 향방에 따라 경영권 승계 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제지의 기획총괄업무를 맡고 있는 단 부사장은 2011년 복사지 ‘밀크(Miilk)’가 성공을 거두는 등 경영에서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단 부사장과 단 전무는 2010년부터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등기임원에 오르지는 못한 상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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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