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파격 발탁 김현웅 법무장관 내정자

‘총리-대통령’금줄 제대로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신임 법무부장관에 김현웅 서울고검장이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호남 출신이며, 현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2년 후배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이번 인선이 '파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김 내정자와 박 대통령의 인연을 본다면 그도 ‘수첩인사가 아닌가’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법무부장관에 김현웅 서울고검장(56·사법연수원 16기)을 내정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오늘 황교안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법무장관에 김현웅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내정자는 광주지검장과 부산고검장, 법무부차관 등 법무부와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며 “법무행정과 검찰업무에 뛰어난 전문성과 식견을 갖췄고,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는데 적임자다”고 밝혔다. 
 
요직 두루 거쳐
공안 이슈 처리
 
김 내정자는 1959년생으로 전남 고흥 출신이다. 광주제일고를 나온 그는 고등학교 시절 수제라고 불렸을 뿐만 아니라 복싱 도장을 다닐 정도로 운동능력도 뛰어났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김 내정자는 1987년 5월 입대해 1990년 2월 육군 중위로 군 복무를 마쳤다.
 

김 내정자는 대검 검찰연구관과 법무부 법무심의관 등 검찰청과 법무부 요직을 거쳤다. 또 1995년 중국 베이징대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연수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 ‘중국통’으로도 꼽힌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내정자의 성실함과 리더십에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법무부 측은 김 내정자의 업무 성향에 대해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며 “치밀한 업무스타일에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조직 내 신망이 두텁고 자기관리도 철저하다”고 설명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큰 체격만큼이나 화통하고 업무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이 김 내정자를 아는 이들의 공통적인 평가”라고 전했다. 
 
김 내정자는 광주지검 특수부장으로 있던 2001년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던 교육정보화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했다. 당시 구축사업과 관련해 2억원의 뇌물을 받은 정영진 전남도교육감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에는 법조계의 금품수수 비리를 파헤쳐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 검사, 경찰 총경 등을 잇달아 구속해 주목받았다. 
 
2013년 12월 법무부차관으로 임명돼 지난 2월 서울고검장으로 보임될 때까지 1년1개월간 황 총리를 보좌한 경험도 있다. 황 장관과 마찬가지로 기독법조인 모임인 ‘애중회’ 회원으로도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1년 이상 장관, 차관으로 일했다는 건 두 사람 호흡이 잘 맞는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세월호 참사에 이은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 일가 수사와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 수사,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현 정부의 굵직한 공안이슈들을 함께 처리했다. 내각을 책임지는 국무총리와 법무·검찰의 수장으로서 박근혜 정부 후반기의 부패사정 작업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파격인사
수첩인사  
 

이번 김 내정자 인선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수 역전’과 ‘호남 출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김 내정자의 아버지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사를 본다면 ‘대를 이은 충성’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김진태 검찰총장보다 사법연수원 2년 후배다. 검찰 내부에서는 서열과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검찰에서 검찰총장의 후배이자 휘하 고검장이 장관으로 직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또 현역 고검장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기는 김영삼정부 때인 1997년 김종구 당시 서울고검장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주로 감안해 전관예우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현직 중에서 호남 출신인 김 고검장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런 기수 역전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정부 시절 강금실 장관(13기)과 송광수 총장(3기), 천정배 장관(8기)·김종빈 총장(5기)의 전례가 있었고, 이명박정부 때 이귀남 장관(12기)·김준규 총장(11기)도 그랬다.
 
 
박근혜정부에서 호남 출신 인사로 장관이 된 사례는 방하남 전 고용노동부장관, 김관진 국방부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등이 있다. 이들 장관은 학자 출신이고 공무원 출신이라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덜하다. 말하자면 호남 출신 인사가 검찰에 개입할 수 있는 자리에 내정됐다는 것은 이 정부에서는 나름대로 놀랄만한 일이라는 얘기다. 
 
호남 출신 의외 인사 “통합·화합 메시지”
엘리트 코스 밟아…조직 내 신망 두터워
 
하지만 김 내정자의 아버지인 김수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연을 근거로 간택된 수첩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내정자의 부친은 판사 출신인 김수 전 의원이다. 당시 호남지역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지난 1979년 제1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전남 고흥·보성 지역구에서 옥중 당선되었다. 김 전 의원은 선거운동 와중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는데 당선 후 석방됐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이끌던 민주공화당에 입당해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그는 입당 전 지역에 내려가 지역구민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2세인 박 대통령과 김 내정자의 이런 간접적인 인연은 김 내정자가 호남 출신임에도 여권에서 비교적 부담 없는 인물로 받아들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언급된다.
 
박 대통령의 김 내정자 지명은 지역 안배를 고려한 ‘탕평인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현직 고검장 신분의 김 내정자가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의견도 있다. 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총리와 장관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로 인사트라우마를 경험한 박 대통령이 더 이상의 정치적 타격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나마 재산 적어
장남은 면역 면제 
 
인선 발표 이후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도 이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호남 출신 김 내정자를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출신 지역을 고심한 인사로 보여진다”며 “법무부와 검찰 내 주요 보직을 역임한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평했다.
 

당장 법조계와 정치계 전반에서는 이번 지명을 두고 ‘잘 된 인사’라는 평이 나오고 있는 만큼 야당도 호남 출신의 김 내정자를 두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쉽사리 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는 비교적 수월하게 청문회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김 내정자가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김 내정자 부친인 고 김수 전 의원과 고 박 전 대통령 사이의 인연 때문이다. 더불어 인선 과정에서 우려되는 정치적 중립성과 재산 형성 과정, 자녀 병역문제, 논문 표절 의혹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청와대는 “선대의 인연이 인선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야당에서는 ‘대를 이은 충성’을 부각시키며 정치적 중립성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황 총리와의 관계, 김 총장과 지휘 역전이라는 불편한 관계 등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김 내정자 가족은 부인 이상미(54) 여사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에 따르면 부인, 장남과 차녀 명의의 재산은 총 5억6097만원으로 나타났다. 본인 명의로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기준시가 3억2400만원 상당의 아파트와 예금(4099만 7000원)이 있었지만 은행 채무도 1억199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인 명의로는 서초구 양재동 빌라를 6억원에 전세 임차 계약했으며 449만원 상당의 2004년식 그랜저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부인 명의 예금으로 5494만6000원, 장남 명의 예금으로는 2696만7000원을 신고했다. 김 내정자의 재산은 차관급 이상 법무부·검찰 고위직 가운데 가장 적은 재산이다.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의혹은 쉽게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 
 
법조라인 기수 역전

검찰총장 눈치 보나
 
장남의 병역문제는 김 내정자 입장에서 볼 때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다. 본인은 1990년 육군 중위로 병역을 마쳤지만 장남은 개인 질병 사유로 제2국민역(5급) 판정을 받아 현역 입영대상에서 제외됐다. 고위공직후보자들이 자녀의 문제로 한순간에 비난 여론에 휩싸인 사례가 많은 만큼 이 부분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난 25일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은 김 내정자가 석사학위 논문을 상당부분 표절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에 제출된 김 내정자의 인사청문요청서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1985년 서울대 법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지만 석사학위를 받은 것은 수료 7년 뒤인 1992년 2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 의원은 “김현웅 내정자가 인용한 서적 및 학술지 등을 볼 때 석사논문을 작성한 시점은 사법연수원 수료 후 첫 부임지였던 부산지방검찰청에 재직하던 1990년부터 1991년 9월 사이로 특정된다”며 “수료한 지 7년이 지난 시점에, 그것도 업무량이 폭주해 쪽잠마저 자기 어렵다던 말단 검사 시절 130쪽에 달하는 논문을 썼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내정자의 종교관도 혹시 모를 요소로 꼽힌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황 총리, 정홍원 전 총리와 함께 기독교 법조인모임인 ‘애중회’에서 각별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황 총리와 문창극 전 총리내정자 등 일부 공직자들이 과거 종교단체에서 했던 발언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부각돼 홍역을 치른 바 있는 만큼 김 내정자 역시 이 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넘을까
무난할 전망
 
김 내정자가 청문회의 벽을 넘더라도 난제는 산적해있다. 연초부터 이어진 사정정국을 진두지휘함과 동시에 출구전략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아직 종결되지 않은 성완종리스트 수사는 그 결과에 따라 정국에 큰 파동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김 내정자는 “내게 맡겨진 시대적 소임을 유념하면서 인사청문회를 성실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내정자가 본인의 말처럼 큰 탈 없이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할지, 아니면 거친 풍파를 맞이하게 될지는 내달 중 치러질 청문회를 통해 확인될 예정이다.
 
<min1330@ilyosisa.co.kr>
 
 
[김현웅은?]
 
▲1959년 전남 고흥
▲광주제일고·서울대
▲사시 26회(연수원 16기)
▲부산지검·광주지검 목포지청·서울지검 검사
▲대검 검찰연구관
▲춘천지검 속초지청장
▲광주지검 특수부장
▲대검 공판송무과장
▲부산고검 검사(예금보험공사 파견)
▲법무부 법무심의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법무부 감찰기획관
▲인천지검 1차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부산고검 차장
▲춘천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
▲광주지검장
▲부산고검장
▲법무부 차관
▲서울고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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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