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 월드컵 기획특집1>월드컵으로 본 스포츠의 정치학

삿대질 멈추고 한마음 한뜻으로(?) ‘대~한민국’


월드컵의 열기가 고조되면서 정치권도 ‘월드컵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월드컵이 국민적인 행사로 치러지면서 국민단합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이유에서다. 여야 정치인들도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은근슬쩍 월드컵 열기에 동반승차하고 있다. 함께 응원전을 치르며 국회파행 등으로 멀어졌던 민심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요 정치 이슈와 일정이 국민들의 시야 밖으로 밀려난 데 대해서는 정당 간 호불호가 나눠지고 있다.


월드컵 열기에 한나라당 ‘불행 중 다행’ 안도의 한숨
지방선거 잊고 4대강·세종시·천안함 정국 뒷전으로


‘대~한민국’을 부르짖는 월드컵 열기에 여야 정치권이 동참했다. 그리스전까지만 해도 선전을 기원하는데 그쳤던 정치권은 지난 17일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전을 맞아 거리로 뛰쳐나갔다. 그리스전에서의 승리로 16강 진출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만큼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허정무 감독의 두 골 넥타이’를 매고 축구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했으며 여야 의원들은 거리 응원전에 동참했다. 서울 시청광장이나 자신의 지역구에서 열린 거리응원전에서 ‘대~한민국’을 외친 것.

여야도 잊고 응원 동참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등 양당 원내지도부도 나란히 거리응원전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초 자택과 여의도 음식점에서 아르헨티나전을 지켜볼 계획이었으나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펼쳐진 거리 응원전에 참여해 축구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기로 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하나 된 국민의 염원을 담아 아르헨티나전에서 16강 진출의 큰 발걸음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면서 “나도 많은 요청에 의해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및 야당의 부대표들 몇 분과 함께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거리응원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와 전병헌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아예 이날 오전부터 응원전의 포문을 열었다. 고위정책회의 시작 전 응원도구를 펼쳐들고 ‘대~한민국’을 외친 데 이어 회의 내내 붉은색 티셔츠를 입었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 온 국민은 월드컵에서 세계 최강인 한국팀이 또 하나의 최강인 아르헨티나를 이겨야 한다는 일념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야가 응원전으로 하나가 되면서 날 선 정치 공세도 수그러들었다. 박 원내대표는 브라질에 북한이 석패한 것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아쉬워했다는 보도 내용을 언급하며 “이런 마음이 계속 돼 월드컵을 통해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그래서 오늘 대정부질문도 있지만 가급적 절제된 표현을 쓰겠다”고 밝혔다.

여야 모두 월드컵에 들뜬 기색이 역력하지만 분위기는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에서 더 뜨겁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실익’은 여권이 챙기고 있다. 국민들의 시선이 온통 월드컵에 집중되면서 6월 지방선거의 패배가 잊혔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선거 패배로 인한 국정쇄신 등 ‘후폭풍’도 다소 잠잠해진 상태다.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살리기 사업, 천안함 진상조사특위, 스폰서 검사 등 6월 국회의 주요 정치 이슈들도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14일부터 나흘 간 진행된 대정부질문도 월드컵 효과에 힘을 잃었다. 지방선거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에 대한 민심을 확인했던 한나라당으로서는 ‘불행 중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국민들의 ‘단합효과’가 바닥으로 내려앉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를 상승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여권을 반색하게 한다.
 
천안함 사태 이후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상승했듯 국민적 단합은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축구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이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가에 좋은 일이 생기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상승하는 반면 야당의 기세는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권택용 여론조사팀장은 “나라에 좋은 일이 있으면 국민들의 행복감이 증대되고 불만은 감소하는 경향이 많았다”며 “특히 월드컵은 다른 국가적 행사보다 나라에 대한 자부심, 뿌듯함 같은 것을 더 많이 키워주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도 “국민들이 축구를 볼 동안에 여권이 국정 쇄신에 나서지 않을 경우 7월 재보선 때 여권이 또 한 번 엄한 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며 단단히 경고하고 나섰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예상 밖의 큰 패배를 당하기는 했지만 축구대표팀이 16강 진출 등 성과를 거둘 경우의 ‘정치적 효과’를 노리는 이들도 있다.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정몽준 대표의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월드컵 수혜 정치인’으로 꼽힌다. 정 대표는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022년 월드컵의 한국 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 만큼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관련 인물 뜨고

정가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축구’로 국민적인 인지도를 얻었던 만큼 월드컵의 열기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차기 대권 행보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7월 재보선에 나서는 이들도 월드컵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가 월드컵 효과로 상쇄되거나 월드컵 효과가 더 클 경우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월드컵 응원전은 출마하려하는 지역구의 주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회 문방위 소속 일부 의원들이 23일 나이지리아전 참관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라며 “이들을 통해 정치와 스포츠의 역학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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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