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정국 ‘7월 개각론’ 나도는 이유

세월호 때도 그냥 가더니 메르스 사태 후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정부가 ‘3기 내각’ 출범에 나섰다. 지난 18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한민국 역대 44번째로 국정 2인자 자리에 올라섬에 따라 그에 맞는 개각이 예고됐었다. 더군다나 메르스 사태로 인한 문책성 관련 부처 장관 교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박근혜정부 3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황교안 국무총리가 청문회를 통과함에 따라 그에 맞는 개각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메르스 초동대응에 실패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날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어 개각을 통한 분위기 쇄신이 예고되고 있다. 메르스가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7월에 중규모로 개각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박근혜 3기
누가 중심?

박근혜정부는 최대 난제 앞에 서있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지난 2주 동안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10.1%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월호 사건 이후 가장 극적인 변화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6월 2주차(2~12일) 주간 집계에서 전주대비 5.7%포인트 하락한 34.6%를 기록했다. 이는 5월 4주차 때 기록한 44.7%에서 10.1%포인트가 하락한 수치다. 전적으로 메르스 여파라 볼만하다.

이러한 하락세는 지난 2014년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11.8%포인트)와 ‘비선실세 국정개입’(10.2%포인트) 논란이 있었던 11월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지금 박근혜호는 예기치 못한 암초에 제대로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 수치상으로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가 더욱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는 지난주를 기점으로 잦아들 것으로 예상됐던 메르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며 기세를 멈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정치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위기탈출 방법으로 사용해왔던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전망하며 그 시기를 7월로 내다보고 있다.

몇몇 인사들에 대한 교체는 일찍부터 예견됐다. 이를테면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교체에 대해서는 메르스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던 지난 5월 말부터 줄곧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상황에서 청와대 측에서 당장의 교체를 유보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심점을 잡아 줄 사람의 등장으로 개각설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비록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세 번째로 낮은(56.1%) 인준 찬성률을 보였지만 황 총리에 대한 인준안이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새로운 중심으로 올라섰다.

따라서 황 총리를 기준으로 새로운 판이 짜여 질 공산이 크다. 먼저 황 총리는 공석이 된 법무부장관 인선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황 총리의 인준이 가결되기 전인 지난 18일 기자들 앞에서 “총리 인준안이 예정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신임 총리에게서 (법무부)장관후보를 제청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조만간 인선될 것으로 본다”고 예고했다.

중규모 개각
서열 정리

마침 청와대는 지난 21일 김현웅(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 당초 많은 전문가들은 세대교체 차원에서 사법연수원 14기인 김진태 검찰총장, 13기인 황 총리보다 낮은 15·16기 인사들에 주목하고 있었다.

결국 16기인 김 고검장이 주말동안 내정자로 정해지면서 과연 어떤 인물인지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다. 김 고검장은 약 15개월 동안 법무부차관으로 재직하며 황 총리와 손발을 맞춘 인사로 전라남도 고흥 출신 인물이라는 점에서 탕평 차원에서 최상의 카드라는 해석이 따랐다. 무엇보다 현직 고검장을 지내고 있어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향후 인사청문회까지 고려해봤을 때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김 고검장이 청문회를 통과하면 후속 개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의 교체도 거론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최경환·황우여 부총리는 이미 20대 총선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라 교체가 예상됐다. 황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박 대통령이 직접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위한 서열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황 부총리 모두 그간 정계 복귀를 시사해왔다는 측면에서 가능성이 높다. 최 부총리의 경우 지난 5월3일 해외출장 중 기자들에게 “우리는 정치인”이라며 “소임을 빨리 마치고 정치판에 걸어 들어가야 맞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황교안 총리 인준 가결, 개각 중심축
최경환·황우여 부총리, 총선 나들이?

황 부총리는 평소 ‘국회의장’직을 정치생활의 목표로 삼았던 만큼 20대 총선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황 부총리는 사법시험 10회 출신으로 황 총리보다 13회 선배다. 법조계의 기수문화가 엄격하다는 점을 따져봤을 때 곧 황 총리와의 공생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황 부총리 모두 추석 이전 당으로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총선발’ 개각 바람이 예상보다 크게 번질 경우 다른 장관들의 교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은 물론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교체도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연말까지 국정운영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지금의 인사들로 간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선 출마로 장관을 그만하겠다는 것은 임명권자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특히 경제부총리나 사회부총리와 같은 핵심 자리는 연말까지는 맡은 임무를 다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여의도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이들의 교체가 유력해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추진 중에 있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이 후보자를 뽑는 상향식 공천이 실시되면 여느 때보다 지역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는데 만약 의원 출신 장관들이 연말까지 내각에 있게 된다면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최근 이러한 불안감이 국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 장관들의 대대적인 당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경선제
복귀 신호탄?


메르스가 진정될 시점에 문책성 교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타깃은 누가 뭐래도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다. 국민여론은 이미 문 장관에게 등을 돌렸다. 잇단 대응 실패와 미숙한 대처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문 장관의 교체가 하루빨리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컨트롤타워 역할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황 총리가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자처하고 나서 문 장관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황 총리는 임명장을 받은 직후 최일선에서 움직이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중구 보건소를 방문해 “내가 컨트롤타워가 돼 메르스 종식의 선봉에 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인용 국민안전처장관 교체설도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가 신설됐지만 국가재난상황이 발생해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공식 재난 방송 실시, 지자체와의 협력 등에 회의적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고 있어 국민안전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보건복지부·국민안전처 등 관련 정부기관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을 중심으로 ‘중앙정부가 오히려 지자체보다 더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평가가 청와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문형표·박인용 메르스 관계 장관 문책
포스트 조윤선? 정무수석 찾기 고심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격 기자회견을 통해 복수의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위를 독식하고 있는 등 극명한 대조 현상을 보이고 있어 청와대 측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 등 지자체장들의 능동적 대응에 나선 상황에서 중앙 정부와 유기적 협력 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참모진 일부 개편에 대한 얘기도 청와대에서 나오고 있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공무원연금개혁과 관련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자진 사퇴한 이후 줄곧 공석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는 적임자를 찾고 있지만 아직 당·청 사이를 이어줄 중량감 있는 인재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로부터 연락받은 후보들이 연일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신동철 정무비서관의 내부 승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참모진 교체
적임자 찾기

박근혜정부가 개각을 앞두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미 당 내에서는 마땅한 적임자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준비에 돌입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내각을 구성하긴 힘들단 분석이다. 따라서 원외 인사들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메르스 등 민감한 현안으로 인해 후보들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황 총리를 중심으로 1인 중심의 내각을 구성할 것이란 분석이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중량감 있는 인사를 찾기보다 황 총리의 지시를 잘 따를 수 있는 사람들로 내각을 구성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인재난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내각의 3분의 1가량이 현직 국회의원으로 구성돼 불안 요소를 안고 있었단 분석이다. 야당에서 “내각 차출된 현직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그 비율이 다른 정권 때보다 높았다. 자칫 국정 동력 상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병세 외교부장관 역할론


‘메르스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어 화제다.

윤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미국을 방문했다. 공식 일정은 한·미원자력협정에 정식 서명하기 위해서지만 가장 큰 목적은 박 대통령의 미뤄진 방미 일정을 다시 짜기 위함이다. 윤 장관은 지난 15일 백악관을 방문해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박 대통령의 방미 시기와 의제를 다시 조율하는 등 연내 방미를 추진 중에 있다.

떨어지는 지지율 잡는 일등공신?

일본 방문도 눈길이 간다. 윤 장관은 22일로 예정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일 긴장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21일 일본을 전격 방문했다. 이때 기시다 외무상과 위안부 사과 문제 등 두 국가 간 협상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대완 달리 일본 현지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일본의 입장이 전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어 형식적 축하 메시지 교환에 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과연 윤 장관의 광폭 행보가 30%대 초반으로 하락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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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