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쇠고기 정국을 발판 삼아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고도의 계산 하에 국민들이 주장하는 ‘이명박 탄핵’에 동참했다. 독단적으로 이명박 탄핵안을 외칠 경우 역풍을 맞아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한나라당이 몰매를 맞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국민들과 함께 ‘이명박 탄핵’을 외칠 경우 정치적 타격보다는 국민들로부터 신망 받는 정당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
무기력한 민주당
특히 이명박 정부의 사정 칼날이 매섭게 몰아치면서 참여정부와 관련된 기업, 인사들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이 대통령의 탄핵안이 민주당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아울러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2년 안에 무너질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위기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불이 지펴졌던 이명박 대통령 탄핵안은 종적을 감춘 채 사라졌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명박 탄핵’을 외친다고 하더라도 그 빈자리를 매워 줄 대권 후보가 없다.”
이는 정세균 대표,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전 장관 등으로는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이들은 대중성·지지기반이 약하다는 등의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대선 승리 이전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대항하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또한 민주당 내부의 정체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과 MB정부가 대혼란을 겪고 있어도 민주당이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한 의원은 “쇠고기 정국 등으로 인해 이명박 탄핵 분위기가 조성되어 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민주당이 대안 정당,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말만 앞세울 뿐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내심 ‘이명박 탄핵’을 기대했지만, 그저 기대로만 끝나고 말았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 내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 대통령의 탄핵안도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며 “민심을 사로잡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각 계파간의 권력암투도 발생할 수 있다”며 “민주당은 대내외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민주당 인사들은 ‘이명박 탄핵안’이 “현 정권의 독선의 극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하면서도 당 사정으로 인해 쉬쉬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이 대통령다운 사정 본색이 드러나면서 민주당 인사들에 관련된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잃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은 ‘이명박 탄핵안’에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이 뿐만 아니다. 이명박 탄핵안이 꼬리를 내리는 결정적 이유는 또 있다. 전국적 지지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계파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인해 민주당 내 ‘분당론’이 끊이지 않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 화합이 우선
민주당의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이명박 탄핵안’보다는 ‘민주당 분열론’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가 “비전이 없다”라고 말한 것도 민주당의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탄핵보다는 당 안정을 위해 힘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안정을 취하고 확실한 차기 대권 후보가 나타날 경우 얼마든지 이명박 탄핵안을 외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신 단서조항이 붙는다. 이 대통령이 계속적으로 ‘헛 발길질’을 할 경우 이를 추진하겠다는 것. 사실상 후일을 기약하자는 결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