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교수촌 조성 특혜의혹 논란 집중추적

‘교수촌’ 누구를 위한 특화사업인가?



충남 아산시가 지역 특화사업으로 추진 중인 전원마을 조성사업이 특혜 의혹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일명 ‘교수촌’으로 불리는 전원마을 조성단지는 농림지역으로 관리지역세분화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8년 아산시 관리지역세분화 당시, 곳곳에서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유독 이 구역만은 전원마을 조성사업이라는 튼튼한 방어막으로 개발이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그런데 교수촌 일대 개발로 인해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개인 땅도 덩달아 춤을 추고 있다. 아산시의 야심작(?) 교수촌 조성사업은 과연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특혜 의혹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세분화 구역 아님에도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
강희복 전 아산시장, 관내 대학교수 특혜 의혹
2006년 토지 매입가격 5만원→50만원 호가

아산시가 교수촌 조성사업을 추진 중인 구역은 송악면 동화리 산 78-18번지 일원으로 총 면적 8만9651㎡에 이른다.

2만7119평의 넓은 땅 위에 200억의 사업비를 들여 입주자 주도형 55가구 공사를 마무리하고 관내 대학 교수들을 유입, 특화지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아산시청 개발정책과는 이번 사업 목적에 대해 “교수들의 연구 및 창작활동을 돕고, 농촌지역에 쾌적하고 다양한 주거공간을 조성, 관내에 정착시킴으로써 도시민의 농촌 유입과 지역사회 발전의 참여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마다 있는 특화단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는 주장이다.

송악면 동화리 78-18번지
세분화 구역→계획관리지역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반 주민들의 토지에 대한 세분화 과정과 교수촌 조성구역 세분화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애당초 교수촌 조성구역은 관리지역세분화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교수촌 조성구역인 78-18번지는 농림지역으로 분류되어 관리지역세분화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산시의 특혜로 계획관리지역으로 세분화 됐고, 이로 인해 이 구역 토지를 매입, 교수촌 입주 예정 교수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주장이다.

또 이 제보자는 취수장 1km 이내는 개발이 제한되는데 교수촌은 송악저수지와 불과 3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송악저수지는 취수장 상류에 위치해 저수지 오염이라는 또 다른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아산시청 관계자는 “송악저수지는 상수도보호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송악저수지는 현재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고, 하수처리시설을 확실히 설치해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해명했다.

관리지역세분화와 관련, 취재기자는 지난 4월23일 아산시를 직접 찾아 시청 인근 부동산에서 토지대장을 살펴본 결과, 교수촌 조성구역은 농림지역에서 계획관리지역으로 용도지역이 변경되어 있었다. 농림지역은 관지역세분화 대상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농어촌정비법에 의거 용도지역을 변경한 것.

또 78-18번지를 제외한 인근 지역은 ‘보전관리지역’과 ‘생산관리지역’으로 세분화 되어 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홀로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 억지로 짜 맞추기를 한 모양새다.

아산시청 도시계획과는 이에 대해 “세분화 대상이 아니어도 보존산지를 해제하면 관리지역으로 바뀌기도 하고, 사업법 상 용도지역변경이 가능한 지역이 있다”면서 “교수촌 조성구역은 아산시가 진행하는 특화사업이기 때문에 농림지역이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 가능했다”고 말했다. 관리지역세분화와 달리 특별법의 영향을 받았다고 이해하면 쉽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관리지역세분화가 이루어진 2008~2009년 당시 해당 지역 주민들은 누구라도 자신의 토지가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되기를 원했다.


보전 및 생산관리지역으로 분류될 경우 토지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반면, 계획관리지역으로 세분화 되면 건폐율과 용적률이 높아지는 등 토지의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세분화과정에서 보전 및 생산관리지역으로 분류된 토지 주들은 아산시장실에 찾아와 시장면담을 요구하며 관리지역 변경을 요구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교수촌 조성구역의 용도지역변경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같은 구역 내 주민들은 관리지역세분화에 묶여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되지 못한 반면, 교수촌 조성구역은 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해서 용도변경이 가능한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

그런가 하면 익명의 제보자는 강희복 전 아산시장이 교수촌 조성을 공약으로 내놓았던 점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강희복 전 아산시장
관내 대학교수 특혜 의혹

관내 모 대학 겸임교수 출신인 강 전 시장이 평소 친분이 있었던 교수들에게 아산시 노른자위 땅을 싼 값에 매입하게 해줬다는 것.

지자체마다 특화사업을 진행 중이라고는 하지만 교수촌 조성구역은 아산시 내에서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고 송악저수지와 근접해 있어, 개발보다는 보전하는 쪽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지난 2003년 아산시청 도시계획과는 교수촌 사업계획 아이디어를 내고, 관내 대학 교수들을 상대로 수요조사 과정을 거쳐 2005년 3월 교수촌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같은 해 7월부터는 사업관리책임자 및 용역사를 선정해 용역을 추진했고, 2006년 12월에는 토지매입을 완료했다.

당시 교수촌추진위원회는 2만7119평의 토지를 13억5595만원에 매입했다. 평당 5만원 정도의 가격이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교수촌 조성구역 토지 가격은 평당 25만원~50만원에 이른다. 물론 개발영향으로 평당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지만 아직 교수촌이 뼈대도 갖추지 않은 상태임을 감안하면 완공 이후 토지가격이 몇 배나 상승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교수들이 싼 가격에 토지를 매입하게 한 뒤 개발 이후 ‘껑충’ 뛴 땅 값을 착복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아산시청 개발정책과 관계자는 “교수촌 조성사업 총 사업비 200억원 가운데 국비 지원은 20억에 불과하다”면서 “나머지 180억원은 교수촌추진위원회에서 부담하고 교수 전원이 입주를 약속했기 때문에 투기 목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4월23일 취재기자가 교수촌 조성구역을 직접 찾았을 때 해당 구역은 이미 공사가 시작된 모양새였다. 곳곳의 나무가 베어져 있고, 흙더미가 파헤쳐진 곳도 여러 군데 목격됐다. 교수촌 조성사업 계획 상 5월에 시행계획 승인과 함께 착공이 이루어진다는 아산시청의 설명과는 정면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아산시청 개발정책과 관계자는 “교수촌 조성 공사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진입로 공사를 준비하는 중”이라면서 “빠르면 5월 늦으면 6월 공사가 본격 시작될 것”이라고 답했다.

땅이 파헤쳐 있는 것에 대해 거듭 질문하자, “교수촌 추진위원회에서 공주대학교 박물관과 함께 문화재 지표조사를 하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교수촌 조성사업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교수촌 입주 예정인 관내 대학 교수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교수촌추진협의회 민병헌 위원장은 지난 4일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특혜의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관내에 대학은 많지만 지역에 거주하는 교수는 5명에 불과하고 아산시의 특화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교수촌이 완공되면 판매나 투기 목적이 아닌 실제 입주해 마을을 이룰 것이기 때문에 특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수촌추진협의회,
“투기 목적 아니라니까”

또 “교수촌 조성사업은 아산시가 먼저 사업제안을 했기 때문에 교수들이 로비를 할 상황도 아니었고, 적법한 절차에 걸쳐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아산시의 ‘늑장 행정’과 ‘알아서 하라는 식의 사업 진행’에 힘이 든다”고 말했다. 2003년 시작된 사업이 여태 공사도 시작하지 못했다는 것.


이어 민 위원장은 “주민 분들도 굉장히 협조적이다. 부지 내에서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자녀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일각에서 들린다는 주민 불만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200억원의 총 사업비용 가운데 국비 지원 20억원을 제외한 180억원은 교수촌추진협의회의 부담에 대해 “총 사업비 200억원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서류상 책정된 금액일 뿐, 현실성이 없다는 것.

의혹은 또 있다. 이 교수촌 개발의 핵심지역은 ‘송악면 동화리 78-18번지’이다. 그런데 이 지역 바로 옆에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별장이 자리잡고 있다. 아울러 이 교수촌 개발지역을 중심으로 김 회장의 야산과 임야가 펼쳐져 있고 현재 이 지역을 중심으로 골프장과 레저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 있다는 제보가 들려왔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 챙기는 사람은 김찬경?

익명의 한 제보자는 “교수촌 일대의 땅 동화리 78-17번지 바로 옆에 김찬경씨의 별장과 소유 임야가 펼쳐져 있고, 바로 옆에 있는 산은 김우진씨의 명의로 돼 있다”면서 “김우진씨는 김 은행장의 아들로 알려져 있는데, 교수촌 개발로 김찬경씨는 앉아서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이 지역에 파다하다”고 귀띔했다.

이에 본지가 확인한 결과 동화리 78-18번지와 바로 붙어 있는 동화리 78-17번지는 1983년생 김우진씨의 명의로 돼 있었다. 아울러 김 은행장의 별장은 78-17번지 산등성이 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 별장에는 김 회장의 부친이 살고 있는 것으로 이웃 주민들은 전하고 있다. 한 지역민은 “이곳 별장은 잘 관리가 돼 있고 한 10년쯤부터 살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강희복 전 아산시장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 지역에서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이는 논란이 있었던 교수촌 사업이 결국 김 행장이 추진하고 있는 골프장 사업과 레저타운 사업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을 던져주는 대목이다.

현재 강 전 시장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교수촌 개발사업과 김 회장 소유의 임야 및 골프 레저타운 개발사업이 계획대로 추진 될 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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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