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메르스, 왜 심각한가 ③대책이 없다

국민은 우왕좌왕, 정부는 허둥지둥 …“탈출구가 안 보인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지 만 3년이 넘었지만 메르스 감염 원인 및 전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 예방 및 치료제 개발에도 난항을 겪고 있어 메르스 공포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럽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25개국, 1167명(5월29일 기준)의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발병률을 나타내 국민들이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다. 국내 최초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지 19일 만인 지난 8일, 감염자는 87명으로 증가했으며, 격리대상자만 2361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까지 메르스 감염에 의한 사망자만 5명으로 밝혀졌다. 메르스 공포의 확산으로 인해 전국 700여개 학교 및 유치원이 휴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메르스 공포 확산
세계 2위 발병국

2012년 4월, 최초의 메르스 감염자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했다. 이후 전 세계 25개국 1026명의 감염자와 5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발병 원인 및 전염 경로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로써 메르스 예방 및 치료제 개발에도 난항을 겪고 있어 메르스 공포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의학계 보고에 따르면 메르스 감염자 전원이 중동국가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행 및 출장 등 중동국가에 중·단기적인 체류자들이 1차 감염자로 나타났으며, 낙타 시장, 낙타 체험프로그램 등 낙타와의 접촉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낙타와 박쥐가 감염 매개체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일반적인 감염병 예방 수칙 준수를 당부한다. 예방 수칙 사항으로는 ▲비누 및 알콜 손 세정제를 통한 손 씻기 ▲기침 및 재채기 시 휴지로 입과 코를 가리고, 휴지는 휴지통에 버리기 ▲씻지 않은 손으로 눈, 코, 입 만지지 않기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 접촉 피하기 ▲호흡기 증상 및 소화기 증상이 있을 시 의료기관 방문하기 등이다. 또한 중동지역 여행(체류) 중 낙타, 박쥐, 염소 등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면역저하자(65세 이상인 자, 어린이, 임산부, 암투병자 등) 및 기저질환자(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의 중동지역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낙타 시장, 낙타 농장, 낙타 체험 프로그램 등의 출입을 자제하고,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와 멸균되지 않은 생낙타유 섭취를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발병 원인·전염 경로 밝혀지지 않아
백신개발 난항…7∼10년 소요 전망


현재까지 밝혀진 의학계 보고에 따르면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는 0.6∼0.8명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메르스 감염자 한 명당 0.6∼0.8명에게 메르스를 전염시킨다는 의미다. 사스, 에볼라바이러스 등의 유행바이러스에 비해 전염률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그동안 발표된 연구 결과 자료를 살펴보면 메르스는 하부기도를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하부기도 내에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체외로 배출될 가능성이 희박해 전염률이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초 감염자에 의한 2차 감염자가 29명인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기존 메르스 기초감염재생산수 보고가 잘못됐음이 드러났다. 이에 의료 전문가는 메르스에 대한 한국인 유전자 구조의 취약, 예방조치의 미흡, 의료시술에 의한 전파 등의 엇갈린 분석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2일, 도쿄발 기사에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메르스 감염자 확산이 기존 메르스에 대한 의학계 통념을 깨고 있다”며 “2012년 메르스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뒤 많은 나라에서 감염자가 발생했지만, 여러 사람에게 광범위하게 전파된 것은 (한국이) 처음이고 감염자 수로도 아라비아 반도 밖에서는 최대치”라고 발표했다.

취약한 유전자
기도삽관 전파설

<사이언스>의 자문가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2003년 사스의 확산이 의료진의 기도삽관(기도에 튜브를 삽입하는 시술법)에 의한 전파였음을 근거로 내세우며, 국내 최초 메르스 감염자의 의료시술에 의한 확산 가능성을 내다봤다. 또한 “최초의 환자가 이미 다른 계열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메르스에 감염됐거나, 한국인이 다른 나라 국민보다 메르스에 취약한 유전자 구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이언스>는 이날 보고에서 홍콩대학교와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메디컬센터 등 세계 메르스 관련 연구기관에서 한국 감염자 유전자 샘플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튿날인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아직 외국 연구기관에 샘플을 보내지 못했으며, 외국 분석의뢰기관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 바꿀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31일, 분석 의뢰 기관으로 선정했다가 번복한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메디컬센터는 지난 2012년 메르스 세계 최초 감염자의 유전자를 분석한 기관이다.

메르스의 잠복기는 2∼14일(평균 5일)로,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 및 바이러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잠복기를 거친 메르스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자에 한해 2차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메르스 의심자에 한해 자가 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밀접접촉자만?
공기 중 전파?

하지만 세계 최다 메르스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낙타 헛간 공기 중에서 다량의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기 중 메르스 전염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연구 결과다.

실제로 국내 최초 메르스 감염자와 2차 감염자의 연관성을 살펴보면 밀접접촉이 전혀 없는 감염자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2차 감염자 29명 가운데 최초 감염자와 밀접접촉한 감염자는 감염자의 가족은 1명, 같은 병실 입원 환자 1명, 의료진 3명을 포함한 5명이다.  일각에서는 최초 감염자 발생 19일 만에 격리대상자가 2361명에 달하는 점을 내세우며 공기 중 전염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세우고 있다.

반대로 의료진에 의한 전파 가능성을 주장하는 의료 전문가도 있다. 최초 감염자와의 밀접접촉자 5명을 제외한 24명은 동일 병동 환자 및 보호자로 2차 감염 의료진에 의한 3차 가능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발병 원인 및 전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백신 개발·생산업체인 진원생명과학은 관계사인 이노비오와 공동연구계약을 지난달 27일 체결하고 메르스 DNA백신 개발에 나섰다. 두 기관은 이미 2012년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후 동물 실험 연구에 착수했으며, 2013년 11월 연구 결과를 국제과학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 연구진 5명, 미국 휴스턴 소재 국제규격 우수의약품 위탁대행 생산시설 VGXI 연구진 60명, 미국 이노비오 임상개발자 3명 등 총 68명의 연구진이 투입된 가운데 백신 개발에 나섰으며 올 하반기 중 1상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손씻기, 기침주의, 행사방문 자제…
기본적인 감염병 예방 수칙이 전부

두 기관은 메르스의 치사율이 높아 기존 형태의 백신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유전자백신 및 바이러스 유사입자(VLP) 백신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특히 유전자백신 및 바이러스 유사입자 백신 등의 DNA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고, 강력하고 광범위한 면역반응이 유도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생산기간이 짧고 보관 및 운송의 용이성이 있다.

진원생명과학 측은 메르스가 응급임상 질병으로 분류된다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동물연구결과 갈음 규칙(Animal Rule)이 적용돼 임상개발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서도 응급임상 질병으로 분류된 바 있다.

진원생명과학 측은 “정상적인 임상 실험 과정을 거친다면 백신 개발까지 최소 7년에서 최대 10년이 소요된다”며 “정부에서 응급임상으로 적용한다면 장담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백신개발이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개발까지 1년이 소요됐으니 1년쯤 걸리지 않을까 예상해본다”고 내다봤다.

유럽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메르스의 치사율은 41%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다 메르스 감염자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치사율은 43.7%로 나타났다. 메르스 감염자 10명 중 4명이 사망하는 셈이다. 사스(9.6%)와 신종플루(0.07%)의 치사율의 40배가 넘는 수치이기도 하다.

'사스의 40배'
과장된 치사율


하지만 일부 의학계에서는 메르스 치사율이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중동국가의 열악한 의료기술로 사망자가 속출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3월20일 메르스 치사율이 10% 미만일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독일의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박사팀은 사우디아라비아 2700만명의 인구 중 메르스 감염자를 4만명으로 추정, 이 중 2%만 의학계에 보고됐으며 나머지는 메르스 항체로 인한 자연치유가 됐음을 주장하고 있다.

 

<기사 속 기사> ‘메르스 감염’ 위험한 지역들
“노인들 모이는 종묘공원 비상”

본격적인 피서철(7∼8월)을 앞두고 메르스의 확산에 여름휴가를 포기하는 직장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전국의 불특정 다수가 피서지로 몰리면 메르스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의학전문가의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가족 단위의 피서객들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메르스 공포의 확산에 전국 700여개 유치원 및 학교가 휴업에 들어갔으며, 지역문화행사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송샘이(28·직장인)씨는 “전염률뿐만 아니라 치사율까지 높은 메르스 공포가 납량특집보다 무섭다”며 “제주도 여름휴가 계획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시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국립보건원 알레르기감염병센터 나르트어 반 도어마렌 박사팀은 지난 2013년 9월 국제학술지 유로서베일런스 발표 논문에서 상온 40℃ 및 상대습도 80%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취약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메르스 확산이 여름휴가철 중 소강 상태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르스 관련 연구자료에 따르면 기저질환자(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 및 40∼70대 연령층이 메르스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메르스의 가장 취약한 장소로 우리나라 노인들의 대표적인 쉼터 종로구 종묘공원이 지목되고 있다. 대한노인회에 따르면 종묘공원에는 일 평균 2000여명의 노인들이 방문하며, 평균 나이는 70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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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