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발목 잡는 ‘5대 악재’ <추적>


 
이명박 정부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남북 관계’, ‘종교 갈등’, ‘경제 위기론’, ‘이념 갈등’ 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이 대통령 본인 입장에서도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미 예정됐던 일이라고 말한다. 말로는 ‘소통 정치’를 강조하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한나라당 내 권력암투까지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이 대통령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는 갈수록 위기를 자초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린다. 그 내막을 취재했다.

여기서 ‘악’ 저기서 ‘악’…“되는 게 없다”

이명박 정부가 총체적 어려움에 빠져 있다. 지지율 자체로만 보면 추석을 기점으로 30% 지지율을 회복할 것으로 보여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최근 터져 나오는 안팎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보면 하나같이 ‘악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추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집안 싸움 한창

우선 한나라당 사정이 녹록치 않다. 추가경정예산안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홍준표 사퇴론’을 놓고 당 내부에서 갑론을박하고 있던 것. 갈 길 바쁜 이 대통령의 뒷다리를 사정없이 잡는 형국이다.
실제 홍 원내대표 사퇴론을 놓고 정두언·이재오계는 ‘사퇴론’을 주장했다. 반면, 이상득·박근혜계에서는 반대의사를 내비치며 ‘옹호론’을 펼쳤던 것. 이는 권력다툼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홍 원내대표 구하기에 박근혜계가 지원사격을 해줬지만, ‘뭔가’ 찜찜하다는 게 한나라당 내 반응이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한나라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집안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바깥 사정도 좋지 않다. 그 중에서 경제 위기론이 가장 큰 악재로 대두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최대 공약인 7·4·7(연간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 강국)공약이 무너질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은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우리가 준비만 잘한다면 경제에 플러스가 될 수 있다”고 여전히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AIG 구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 침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자칫 제2의 위기설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불거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인 셈이다.  
여기에 북한 정권 위기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당과 군부에 의한 과도기적 집단지도체제가 운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대통령의 대북 관계 회복에 치명적인 ‘악재’다.
실제 대북 ‘핫라인’이 가동되지 않아 남북 대화가 단절됐다. 이 와중에 김정일 건강 이상설로 인해 남북 대화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이 ‘개방’보다는 정권 안정을 위해 ‘폐쇄’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뿐만 아니라 ‘종교 갈등’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과 기독교·불교계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관계가 실타래처럼 제대로 꼬였다는 점이다.
실제 불교계 요구사항인 ‘대통령 사과’, ‘어청수 파면’에 대한 요구를 들어주면 기독교에서 반발하고 나설 것은 자명한 일. 한나라당이 불교계를 의식해 종교차별금지법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반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념 갈등’ 역시 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수구보수로 정체성을 한정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국정감사를 통한 ‘우파 법안’으로 ‘MB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홍 원내대표가 “정기국회에서 지난 10년의 좌편향·반기업 법안을 바로 잡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념갈등 초래에 단단히 한몫했다는 반응이다.

실타래처럼 꼬였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의원은 “국가 최고 통치자가 국가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좌파·우파로 구분할 경우 또 다른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며 “지역갈등·빈부격차 등으로 이어져, 큰 위기를 좌초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는 출범 7개월 만에 ‘5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포장’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야만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연 이 대통령은 ‘보릿고개’와 같은 험난한 악재를 뿌리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