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악’ 저기서 ‘악’…“되는 게 없다”
이명박 정부가 총체적 어려움에 빠져 있다. 지지율 자체로만 보면 추석을 기점으로 30% 지지율을 회복할 것으로 보여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최근 터져 나오는 안팎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보면 하나같이 ‘악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추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집안 싸움 한창
우선 한나라당 사정이 녹록치 않다. 추가경정예산안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홍준표 사퇴론’을 놓고 당 내부에서 갑론을박하고 있던 것. 갈 길 바쁜 이 대통령의 뒷다리를 사정없이 잡는 형국이다.
실제 홍 원내대표 사퇴론을 놓고 정두언·이재오계는 ‘사퇴론’을 주장했다. 반면, 이상득·박근혜계에서는 반대의사를 내비치며 ‘옹호론’을 펼쳤던 것. 이는 권력다툼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홍 원내대표 구하기에 박근혜계가 지원사격을 해줬지만, ‘뭔가’ 찜찜하다는 게 한나라당 내 반응이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한나라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집안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바깥 사정도 좋지 않다. 그 중에서 경제 위기론이 가장 큰 악재로 대두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최대 공약인 7·4·7(연간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 강국)공약이 무너질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은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우리가 준비만 잘한다면 경제에 플러스가 될 수 있다”고 여전히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북한 정권 위기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당과 군부에 의한 과도기적 집단지도체제가 운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대통령의 대북 관계 회복에 치명적인 ‘악재’다.
실제 대북 ‘핫라인’이 가동되지 않아 남북 대화가 단절됐다. 이 와중에 김정일 건강 이상설로 인해 남북 대화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이 ‘개방’보다는 정권 안정을 위해 ‘폐쇄’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뿐만 아니라 ‘종교 갈등’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과 기독교·불교계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관계가 실타래처럼 제대로 꼬였다는 점이다.
실제 불교계 요구사항인 ‘대통령 사과’, ‘어청수 파면’에 대한 요구를 들어주면 기독교에서 반발하고 나설 것은 자명한 일. 한나라당이 불교계를 의식해 종교차별금지법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반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념 갈등’ 역시 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수구보수로 정체성을 한정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국정감사를 통한 ‘우파 법안’으로 ‘MB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홍 원내대표가 “정기국회에서 지난 10년의 좌편향·반기업 법안을 바로 잡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념갈등 초래에 단단히 한몫했다는 반응이다.
실타래처럼 꼬였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의원은 “국가 최고 통치자가 국가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좌파·우파로 구분할 경우 또 다른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며 “지역갈등·빈부격차 등으로 이어져, 큰 위기를 좌초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는 출범 7개월 만에 ‘5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포장’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야만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연 이 대통령은 ‘보릿고개’와 같은 험난한 악재를 뿌리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