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제1야당에 메스 대는 김상곤 새정치 혁신위원장

주어진 시간 100일…“썩은 뿌리까지 뽑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혁신이 필요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4·29 재보선 전패로 존망위기에 처한 당을 구할 책임을 맡긴 것이다.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회의는 김 위원장에게 당 쇄신 작업의 전권을 위임했다. ‘혁신의 대부’라고도 불렸던 김 위원장에게 제1야당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상곤 위원장은 1949년 12월5일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났다. 4남1녀 중 넷째였다.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불렸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했다. 서울대 경영대학 경영학과(69학번)에 입학해 총학생회장도 할 만큼 운동권이었다. 1971년 김 위원장은 총학생회장이던 당시 박정희 정권은 학내 군사훈련인 교련을 시행하려 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반발하는 ‘교련 반대 운동’ 등 학생운동을 했다. 김 위원장은 교련과목 필수화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70년대 학생운동
운동권 교수 출신
 
박정희 정권은 그해 10월 위수령을 발동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에 군대가 투입됐다. 이른바 ‘불온써클’을 폐쇄하겠다는 명분이었다. 써클에 가입했다고 지목된 학생을 제적하여 강제영입시켰다. 김 위원장도 그 명단에 있었다. 그는 강제 징집돼 육군에 입대한 후 병장으로 만기제대했다.
 
김 위원장은 말 그대로 ‘운동권 교수’ 출신이다. 그는 군대와 대학을 마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 뒤 1983년 한신대 교수가 됐다. 한신대 교수 시절인 1987년 ‘6월 항쟁 교수 선언’을 주도했다. 그는 당시 교수시국선언초안을 작성했다. 같은 해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창립을 주도했다. 또 1989년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 때 교수위원회 결성을 이끌었다. 
 

김 위원장은 1990년대부터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입장 표명에 앞장섰다. 1995년 7월 검찰은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며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의 학살행위를 정당화한 논리는 여론의 공분을 샀다.
 
김 위원장은 당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공동의장이었다. 그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공한 쿠데타의 허구성을 폭로하자고 투쟁했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성공한 쿠데타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검찰의 논리는 제2,제3의 쿠데타의 길을 열어놓은 것”이라며 “국가의 법적 존립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국헌문란 행위다”고 성토했다. 
 
1996년 ‘노동법·안기부법 개악 철폐 및 민중생존권 쟁취 범국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 2005년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일한 바 있다.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사단법인 비정규노동센터 이사장,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총장 등을 지냈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진보 진영에서는 ‘진보적 대학 교수 운동의 상징’ ‘진보적 민중 운동을 대변한다’는 평이 나온다.
 
자신 낮추는 스타일
용감·과감한 면도
 
김 위원장은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일제고사, 자립형 사립고 확대 등 이른바 ‘MB식 특권교육 정책’에 반대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김진춘 전 교육감, 강원춘 후보, 김선일 후보로 경기도에서 치러진 첫 주민직선 교육감 선거에서 한나라당 등 보수 진영의 집중 지원을 받은 김 전 교육감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 위원장은 42만2000표에 해당하는 40.81%로 2위 김 전 교육감을 10만표 차로 따돌렸다. 당시 MB 정권 이후로 두 번째 지방선거에서 현 정권 교육정책에 반대하며 나선 진보계 교육감 후보로 당선됐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당선된 그는 전면 무상급식을 비롯한 ‘김상곤표 교육정책’을 추진하며 역량과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김 위원장은 학교 현장에 도입한 정책들은 급진적 정책이 많았다. 소득에 상관없이 국가 예산으로 모든 학생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무상급식이 대표적인 예다. 
 

이후 무상급식은 ‘대안 없는 포퓰리즘’이라는 논란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올해 3월 기준으로 전체 초·중·고교의 67.4%에서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등 보편적 복지정책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했다. 
 
대학 때 독재정권 반기…교수 땐 진보운동
교육감 시절 공교육 혁신정책으로 큰 흔적
 
김 위원장은 공교육 혁신을 목표로 시작한 혁신학교와 학생 복장 자유화와 소지품 검사를 금지한 ‘학생인권조례’ 등을 시행했다. 교육정책도 곽노현 당시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다른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잇따라 도입하는 등 진보진영 교육계에 그가 남긴 흔적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혁신적인 정책만큼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교육부와의 소송이다. 2009년 그는 정부를 비판하며 시국선언을 한 교사에 대한 징계를 보류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로 존중돼야 한다”며 “시국선언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교사들을 징계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김 위원장을 직무유기혐의로 고발했다. 하시만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 판결이 나왔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라는 교육부의 지시를 두고도 대립했다. 그는 이 같은 방침이 학생들에게 인권침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기재를 보류하도록 각 학교에 지시했다. 
 
교육부는 경기도 교육청에 시정 명령 및 직권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경기도 교육청은 교육부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4년 대법원은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또 같은 날 교육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장학금 불법 지급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교육감 연임에 성공하면서 승승장구했다. 2013년 3월 그는 교육감 임기 만료를 남겨두고 전격 사퇴한다. 김 위원장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지사 경선에 도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정치권과의 궁합과 조직력 등에 밀리며 김진표 전 의원에 패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경선에서 무상버스 공양을 내세우자 당내에서조차 ‘공짜 공약’이라며 역풍을 맞기도 했다. 
 
칼자루 잡은 위원장
혁신위 성패 관건은?
 
또 7·30수원을 재선거 때도 공천 신청했지만, 백혜련 변호사가 전략공천 되면서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다. 이후 ‘혁신더하기연구소’를 창립해 공공부문의 정책 혁신에 대한 연구 작업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평소 겸손한 스타일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결단력이 있다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평이다. 한 재선 의원은 “자신을 낮추는 스타일이지만 용감하고 과감한 면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또 일각에서는 “정치적 야심이 작지 않으며 야권의 숨은 잠룡으로도 꼽힌다”는 시각도 있다.

경기도교육감 출신이라 정치권 인맥은 엷은 편이다. 하지만 계파를 넘나드는 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교육감으로 재직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 소속인 이종걸 원내대표와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맺은 인연을 계기로 이 원내대표는 이번에 혁신위원장으로 김 위원장을 적극으로 추천했다. 
 
그 뿐만 아니라 지난해 초 독자 세력화를 추진하던 안철수 의원이 경기지사 영입을 위해 러브콜을 보내는 등 안 의원과도 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의원과도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다. 서울대 동문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도 40여년 인연을 맺어왔을 정도로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5월24일 김 위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 혁신기구 위원장을 승낙했다. 그는 “반드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명백하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의 훌륭한 발전을 위해서 혁신을 함께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육참골단(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혁신위원회가 활동하는 100일 동안 주사위는 김 위원장에게 주어졌다.
 
평소 겸손…결정적 순간엔 결단
정치적 야심도…야권 숨은 잠룡?
 
지난 5월27일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회의 앞길을 가로막는 그 어떤 세력이나 개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나라 근교에 우산이라는 산이 있었는데, 싹이 날 때마다 소와 양을 데리고 나와 소와 양에게 싹을 먹여버려 민둥산이 되고 말았다”는 고사성어를 인용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비판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주의자 김근태를 배출하는 등 아름다운 적이 있다”며 “그러나 패권과 계파 이익이 우산의 싹을 먹어치우듯, 새정치민주연합이 제1야당을 민둥산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원회는 정당개혁, 공천개혁, 정치개혁의 무겁고 준엄한 혁신을 이뤄나갈 것”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의 모든 의원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낮은 자리에서 겸허히 혁신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약을 앞에 두고 상소문을 쓰는 심정” “새정치민주연합은 절벽 위에 매달려 있다”는 등의 표현을 쓰면서 절박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문 대표와 혁신위원들은 백의종군 심정으로 함께 해줘야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제1야당의 병폐 근원을 기득권과 계파다툼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이번 혁신위원장으로서 그가 해결해야할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다. 하지만 뿌리 깊은 기득권의 해소와 계파 척결은 말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벌써 현신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는 물갈이와 중진용퇴론 등이 나돌고 있다. 반발하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부 언론에서는 벌써 호남·486물갈이, 계파등록제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혁신위원회 활동이 어느 단계에 가면 대대적 인적 쇄신논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때 벌어질 거센 반발과 분열의 역작용을 어떻게 김 위원장이 흔들림 없이 처리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치권은 김 위원장의 혁신위원회 활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문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내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그간 무상급식 시행과 혁신학교 확대 등 교육계 내부의 혁신을 이뤄왔던 만큼 곪을 대로 곪은 새정치연합의 계파주의와 인적 청산 작업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제대로 된 혁신안을 도출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당장 혁신위원회 구성에 있어 ‘제대로 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인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자칫 위원 인선을 둘러싼 진통으로 혁신위원회가 제대로 출범하지도 못한 채 좌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혁신위원회가 ‘계파 안배’위주로 구성될 경우, 사사건건 불거질 계파 간 대리전을 김 위원장이 감당해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김 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데다 당내 계파 간 얽히고설킨 상황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만큼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든든한 우군들
얼마나 도와줄까
 
그가 이끌 혁신위원회와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최고위원회와의 갈등 소지도 다분하다. 문 대표 등 당 지도부는 혁신위원회가 내놓을 혁신안에 대해선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김 위원장이 내놓을 혁신안의 대상이 당 지도부가 포함될 경우 심각한 진통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제시할 인적 쇄신의 폭과 강도가 관건이다. 내년 총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현역 의원들의 강한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김 위원장이 혁신위원장을 맡게 됐다. 이번 혁신위원회 활동 성패에 따라 김 위원장이 독배를 마실지 정치권에 진출할 초석을 다질지 지켜볼 일이다.
 
<min1330@ilyosisa.co.kr>
 
 
[김상곤은?]
 
▲1959년 광주
▲서울대 경영학과 및 경영학 박사
▲등록금 후불제를 위한 교수대책위원회 위원장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한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제14∼15대(민선 1∼2기) 경기도 교육청 교육감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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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