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기획특집> 대한민국 교육 현주소 “아이들이 위험하다” ⑥못 말리는 사교육 광풍

개천의 용은 씨가 말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민들은 대한민국 교육을 두고 악순환의 연속이라 말한다. 사교육 시장의 성장에 따른 폐단은 예전부터 연결고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부의 대물림’ ‘출산 기피’ 현상 등도 사교육의 비대화, 그에 따른 양육비 증가와 궤를 같이 한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대구에 사는 A양은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됐다. 그는 학원을 마친 후 집으로 귀가하는 시간이 가장 좋다고 한다. 저녁 8시가 넘어 집으로 귀가하는 A양을 부모가 맞이해주기 때문이다. 학원 한두 개는 기본으로 다니는 요즘 아이들이 퇴근하고 온 부모보다 늦게 집으로 귀가하는 광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월 100만원 지출

이제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B양은 최근 대치동으로 영어학원을 옮겼다. B양의 부모는 최근 나가고 있는 모임에서 ㅇ학원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딸을 그곳으로 보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한 달 학원비가 전에 다니던 학원보다 40만원이나 더 비싸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이의 미래를 위해’라는 생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은 외국어 교육 열풍이다. 영어는 물론 중국어, 심지어 러시아어를 배우는 아이들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한글도 제대로 깨우치기 전에 학원가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의 자발에 의한 학업이 아니기 때문에 학업성취율 또한 떨어진다. 부모는 모든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자녀를 보낼 수밖에 없다. 비단 부모의 욕심이라 치부하기엔 사회 구조적 모순이 커 보인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교육비조사보고서’를 보면 2014년도 초·중·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68.6%로 나타나 근 70%에 육박하는 비율을 보이고 있다. 학교급별로 분류하면 초등학생은 81.1%, 중학생은 69.1%, 일반계 고등학생은 56.2%로 나타났다. 연령이 내려갈수록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비율이 높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영유아 교육시장 활황…엘리트화 조짐
젖먹이에게 영어·일본어·중국어 주입

왜 ‘역전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중·고등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프로그램 또는 1:1과외 등 다른 형태의 교육을 받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반면 초등학생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사교육으로 몰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80%가 넘는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을 설명할 순 없다. 결국 이는 비정상적인 조기교육 열풍으로 밖에 해석이 불가능하다.


‘열풍’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가장 지출이 많은 순으로 나열하면 중학생이 27만원으로 가장 높게, 그다음 일반계 고등학생 26만9000원, 초등학생 23만2000원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 사교육비도 결코 낮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보다 더 낮은 연령에도 사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간다. 특히 2015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미취학아동인 영유아의 사교육비 증가폭이 초·중·고등학생보다 1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월22일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내놓은 ‘영유아교육·보육비용추정연구’ 자료를 보면 2014년 영유아 1명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0만8400원으로 2013년 발표된 7만8900원보다 3만원 가량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초·중·고등학생 사교육비 증가분인 3000원의 10배 수준이다.

규모적 성장도 폭발적이다. 2014년 ‘영유아총사교육비’ 규모를 보면 2013년에 기록한 2조6415억원보다 5874억원 증가한 3조2289억원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영유아 사교육 시장이 양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고액 사교육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찍 말문을 틔고 싶어 하는 부모들은 고액의 비용을 감수하며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A학원의 경우 학원비가 75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고교생의 고액과외 금액과 맞먹을 정도로 높다. 개중에는 월 100만원이 넘는 금액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직 가정이 밀집돼 있는 강남의 학부모는 “영어유치원만 보내도 비용이 월 100만원”이라고 말해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고액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부작용은 ‘가계 부담’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아동 발달에 맞지 않는 교육으로 인한 ‘발달장애’를 우려한다. 조기 외국어 교육이 영유아 언어 및 인지 발달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되는 과목을 보면 외국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아동의 전인교육을 방해하는 요소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집 활동의 84.3%가, 유치원 방과 후 활동의 62.8%가 영어 과목에 집중돼 있다. 또한 반일제 학원에 다니는 유아 중 54.3%가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뿐만이 아니다. 최근 다언어 열풍이 불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 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다언어 교육이 자칫 자녀의 언어능력 발달을 오히려 저해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언어치료 전문가는 “아이들이 커서 사춘기가 올 경우, 심각한 말더듬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이 2000년대 들어 특히 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비쌀수록 인기


그럼에도 부모들의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그들은 그룹을 결성하거나 또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자녀의 외국어학습정보를 공유한다. 해당 사이트에 가보면 3, 4세로 추정되는 아동에게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 심지어 스페인어까지 동시 교육을 시키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슈퍼맘’으로 불리는 이들은 ‘아들에게 14개월 때부터 영어, 중국어, 일본어 노출. 21개월부터 영어 단어로 말문 대폭발’ 등의 교육 후기를 남기고 있다. ‘교육 부문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세간의 평가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치원 대란 왜?

‘유치원 로또’. 복권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것에 당첨되면 학부모들은 환호성을 치며 기뻐한다. 자신의 자녀를 국공립 보육 및 유치원에 입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에서 되풀이되는 기현상이다.

소위 ‘유치원 대란’이라 불리는 현상은 유치원 입학 시즌이면 심심치 않게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학부모들은 조금이라도 집에서 가까운 국공립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기꺼이 ‘탁구공 추첨’에 참가한다.

비싼 사립유치원은 대란을 부추기는 주요 요소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학부모들에게 사립유치원은 ‘부잣집’의 전유물이다. 이는 수치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2015년 2월27일 교육부로부터 제공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립유치원의 학부모부담금은 월 평균 19만5079원, 국공립유치원의 월 평균 8314원보다 무려 23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유치원 부족 현상이다. 국가 정책은 출산 장려를 따르고 있지만, 정작 자녀를 맡아줄 보육시설은 부족한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학부모들의 선호를 받는 국공립유치원이 특정 지역에 몰려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한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유치원 대란’의 해결책으로 2014년 11월 가나다군별 추첨제를 도입, 원아모집 방법을 개선하면서 군별 중복지원자에 대해 합격 취소 방침을 세우고 중복지원자를 파악하고자 했지만 2015년 1월경 철회한 바 있다. 과연 2016학년도 원아모집에서 교육 당국은 ‘수요자중심’의 개선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학부모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