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아시아를 대표하는 인도작가 탈루 엘.엔

인도의 어제·오늘·내일이 한눈에 쏙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인도작가 탈루 엘.엔.(Tallur L.N.)의 개인전이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다음달 28일까지 열린다. 이번 공개된 신작 10점은 현대사회에 대한 대담한 은유로 가득하다. 전시 제목인 '임계점(Threshold)'은 산업문명의 모순을 꼬집으려는 작가의 의도를 드러낸다. 탈루는 첨예한 경쟁구도 속에 자리한 인간의 본성을 예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그려냈다.

인도는 전 세계 컬렉터가 주시하는 곳이다. 높은 경제성장률 덕에 자본이 몰리면서 미술시장의 위상과 규모는 날로 커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인도 미술계는 양적인 발전뿐 아니라 질적인 발전도 이뤄냈다. 아니쉬 카푸어, 수보드 굽타, 바르티커와 같은 1세대 블루칩 작가군이 화수분처럼 꽃피었다. 이들의 작품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100만달러 이상에 거래되며, 그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질주하는 코끼리

'질주하는 코끼리'인 인도 미술계는 최근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그 선두에는 탈루 엘.엔이 있다. 인도 현대미술 2세대 '아이콘'인 탈루는 2012년 스코다상(Skoda Prize)을 수상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거듭났다. 스코다상은 매년 인도에서 가장 빼어난 예술가(45세 미만)에게 주어지는 권위 있는 상이다.

탈루는 인도문화 구습인 카스트에서 하층민으로 태어났다. 그의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신분의 제약은 탈루의 예술세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바탕이 됐다. 2006년 상하이 비엔날레와 2008년 난징 트리엔날레에서 이름을 알린 그는 국립현대미술관(2013)과 서울시립미술관(2014)에 작품을 내걸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현재 탈루는 1년의 절반가량을 한국에 머물고 있다.

탈루의 작품에는 사회 비판적인 시선이 가득하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인간과 문명의 관계다. 자본주의가 파고든 인도는 엄청난 경제성장 이면에 불평등의 심화, 인간성의 상실과 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전시제목을 'Threshold(뜨레솔드)'라고 한 것도 탈루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의 표현이다. 뜨레솔드는 한계점 또는 임계점이란 뜻을 갖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임계점'전 개최
인도미술 2세대…대담한 표현 눈길

전시제목과 동일한 이름이 붙여진 작품 '뜨레솔드'는 구성과 소재 면에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톱날을 반복 생산하는 이 거대한 기계는 길이 수십미터에 달하는 긴 철판을 끊임없이 갈아낸다. 미국 전 대통령인 아브라함 링컨의 연설(내게 나무를 베는 데 6시간을 준다면, 나는 그 중 도끼를 가는데 4시간을 쓰겠다)에서 모티브를 얻은 뜨레솔드는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소비되는 현재의 시간을 가리킨다.

뜨레솔드 옆에는 높이 2미터의 종이 설치됐다. '할랄 1'이란 작품은 이슬람 율법에서 이름을 따왔다.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란 의미를 가진 할랄(Halal)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다른 가축을 도살한다'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작품에서 탈루는 종의 꼭대기를 도축용 칼로 바꿔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비판했다. 종이 울리는 입구에 사람 머리 형상을 빚어놓은 연출이 흥미롭다.

1층에는 전통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은 '가공된 역사'가 전시됐다. 나무처럼 보이지만 원료는 돌이다. 탈루는 인물 형상을 한 표면에 큰 구멍을 내 '시간의 역설'을 강조했다. 작품 완성을 앞두고 가공물을 산 속에 놔둬 '오래된 느낌'이 나도록 작업한 것이 특징이다.

무한한 잠재력

터키석을 조각한 작품 '텅 트위스터' 역시 눈길을 끈다. 입을 벌린 인간의 모습을 확대한 이 작품은 생각이 언어화되는 과정에서 말이 꼬이는 순간을 포착했다. 이밖에도 짐을 싣고 가다가 시멘트에 박힌 코끼리를 묘사한 '수용능력', 자위행위를 익살스럽게 풍자한 '공기와의 짝찟기', 검게 탄 나무를 하반신만 남은 여신상 위에 올린 '사이즈 업' 등이 관심을 모았다. 전통조각부터 나무, 철, 돌, 기계에 이르기까지 여러 재료를 능숙하게 다루는 솜씨가 놀랍다.

탈루의 이번 개인전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다음달 28일까지 열린다. 아라리오갤러니는 "'삶과 죽음' '생각과 언어' '과거와 현재' 등 서로 짝을 이루는 질문에 대해 고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angeli@ilyosisa.co.kr>

 

[탈루 엘.엔은?]

▲영국 리즈대학교, 현대 순수미술 전공
▲개인전 인도 케몰드갤러리(1999), 미국 소호(2000), 중국 아라리오갤러리(2010), 독일 네이처모르테(2012) 미국 SCAD미술관(2013) 인도 국립현대미술관(2013) 등 다수
▲단체전 호주·이스라엘·타이완·싱가폴·영국·멕시코 등 다수
▲수상 산스크리티어워드(2003) 스코다상(2012)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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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