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행세에 속고, 성관계에 유혹당하고
현직 경찰관의 부인인 윤모(37)씨가 군 간부들을 유혹해 돈벌이에 나선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3년 전부터 남편과 별거 중인 윤씨는 경찰관이란 남편의 직업을 백분 활용해 사기행각을 벌일 묘안을 짜기 시작했다.
생각 끝에 윤씨는 남편의 경찰 신분증과 남편과 친분이 있는 여경을 이용해 자신을 경찰 간부로 포장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그는 남편의 경찰 신분증을 스캐너로 복사한 뒤 컬러 프린트로 뽑아 남편 사진 대신 자신의 사진을 붙였다. 제법 그럴싸한 경찰 신분증을 만든 뒤 인터넷을 통해 경찰복과 흉장까지 구입했다.
자신을 경찰로 만들어 줄 준비물을 구비한 다음 남편과 평소 친분이 있던 서울 모 경찰서 여성간부를 사칭 대상으로 삼았다.
윤씨는 군 간부들을 유혹해 사기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군 간부들이 ‘010-50**’으로 시작되는 고유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 번호들에 엉뚱한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당직근무를 했는데 피곤하다’ 등 자신이 경찰인 것을 눈치챌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 문자메시지를 받은 군인 중 자신에게 전화를 한 사람을 범행타깃으로 삼았다. 윤씨는 전화를 걸어온 사람에게 “나는 여경 간부인데 문자를 잘못 보낸 것 같다”고 접근해 만남을 유도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난 군인들과 성관계를 맺는 등의 방법으로 유혹해 금품을 갈취하기 시작했다.
이들 중 육군 모 부대 A상사는 그녀의 꼬임에 빠져 5천만원을 뜯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윤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A상사에게 접근했고 처녀행세를 하며 결혼을 하자고 유혹했다.
경찰 간부라고 믿었던 그녀에게 혹한 A상사는 3월부터 8월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5천여만원의 돈을 송금했다. 그러나 믿었던 그녀는 돈을 갚지도, 결혼 약속을 지키지도 않은 채 자취를 감췄다.
A상사에게 철썩같이 결혼을 약속했던 윤씨는 그 순간에도 다른 남성들을 만나며 꽃뱀행각을 이어나갔다. 지난 2월에는 강원도 양구군의 B대위를 유혹해 성관계를 가졌고 B씨로부터 휴대전화를 선물 받고 한달 치 휴대전화 요금 22만원도 대신 내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C대위와 결혼약속을 하고 C대위의 부모님까지 만난 뒤 패물명목으로 귀걸이, 팔찌 등 3백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선물받기도 했다.
경찰관 아내, 경찰 간부라 속여 군인들 유혹해 금품 뜯다 덜미
원정화 사건과 유사… 군 간부들의 문란한 사생활 도마에 올라
이처럼 윤씨는 3년여 간 동시에 2~3명의 군 간부를 만나며 결혼 약속과 성관계 등을 빌미로 금품을 뜯어내 왔다. 그녀의 진술에 따르면 그동안 만나온 군 간부는 20여명. 철원, 일산, 연천 등지에 있는 군 부대의 군 간부를 농락하며 꽃뱀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윤씨의 꽃뱀행각은 사무실로 엉뚱한 전화가 자주 걸려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한 여경감이 진정을 냈고 이에 따라 경찰과 기무사가 공조수사를 벌여 덜미를 잡혔다.
검거 당시에도 윤씨는 강원도 철원의 모 부대에 근무하는 20대의 한 대위와 결혼을 전제로 동거 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집에서는 경찰 정복 1벌, 근무복 2벌, 흉장 1개 등이 발견되어 경찰사칭의 증거가 포착됐다.
경찰 조사결과 윤씨는 지난 2004년에도 경찰을 사칭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었다. 또 경찰관 남편과는 현재 이혼소송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윤씨가 경찰 조사에서 만남을 가졌다고 밝힌 20여명의 군 간부들은 대부분 “윤씨를 모른다”고 발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녀의 사기행각으로 군인들이 입은 피해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밝히는 것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6일 군 간부들에게 접근해 성을 미끼로 사기행각을 벌인 윤씨를 사기 및 공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했다.
이번 군 간부 대상 꽃뱀 사건은 최근 벌어져 충격을 줬던 여간첩 원정화의 사건과 유사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성을 이용해 수십명의 군 간부들을 농락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는 점 때문에 또 하나의 간첩사건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사건이 원정화 사건과 유사한 면이 있기는 하나 대공용의점이 없어 간첩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한편, 원정화 사건 이후 또 다시 벌어진 군 간부 대상 범죄로 인해 일부 군 간부들의 문란한 사생활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두 사건 모두 군 간부들이 여성의 유혹에 빠져 기밀정보와 금품을 의심 없이 제공했다는 점에서 일부 군인들의 해이해진 기강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윤 씨와 연루된 군 간부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사생활 문란 등 부적절한 관계가 적발될 경우 군 기강확립 차원에서 엄격한 조치를 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