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결정 박상옥 손익계산서

계산기 두드리는 정치권, 후폭풍 고대하는 법조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57일. 박상옥 대법관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두 달에 가까운 기간 동안 여야는 박 후보자를 중간에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지리한 싸움 끝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결국 청문회 보이콧이라는 강경입장을 철회하고 4월7일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1월26일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박상옥 대법관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문제의 시발점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박 후보자 간의 연결고리가 발견되면서부터다. 당시 박종철 사건은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로 대표될 정도로 가혹한 공권력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리고 박 후보자는 1987년 당시 고문을 당하다 숨진 박종철씨에 대해 1차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였다.

한명숙 구하기?

박 후보자는 현재 박종철 사건을 축소·은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이미 <일요시사>를 통해서도 보도된 적 있다.

일단 박 후보자를 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다양하다. 그가 청문회 전에 자진사퇴를 해야 된다는 강경론이 있는가 하면 당시 박 후보자는 박종철 사건을 담당한 검사였기는 하나 검사가 된 지 2년을 갓 넘긴 말단검사였다는 점을 들어 그의 잘못이라 말할 수 없다는 동정론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내에 있는 강경론자들은 그의 자진사퇴만이 최선이라 주장한다. 지난 17일 서영교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인권의 최후보루이자 무죄·유죄인지를 판가름 해주는 대법관 자리에 당시 고문경찰 관련해 은폐·축소했던 담당 검사가 대법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 용퇴를 결심하셔야 할 것이다”라고 결정을 촉구한 바 있다.

청문회 일정을 결정한 후에도 새정치연합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지난 25일 전해철 의원은 전체회의 자리에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고 해서 박 후보자를 용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날 전체회의는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채택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도 청문회 개최를 끝까지 반대한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과 정의당 서기호 의원 등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을 정도로 야권에서는 반대의견이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야권의 움직임에 대해 여야 관계자들은 크게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명분론과 실리론이 그것이다.

명분론에 힘을 싣고 있는 한 정계 관계자는 일련의 청문회를 예로 든다. 그는 “이완구, 홍용표 등 이미 지난 청문회에서 야당은 힘없는 모습을 보였다”며 “(박 후보자의) 낙마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청문회까지 간다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까지 통과된다면 여당에 모두 승복하는 꼴이 된다”며 “(새정치연합의 입장에서 박 후보자 청문회는) 분명 4·29재보선 등 다가올 선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민주화운동의 도화선과도 같은 박종철 사건이 가진 상징성을 고려한다면 야권의 자존심 문제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리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로 여당 인사들이다. 그들은 박 후보자 청문회 일정을 늦추는 새정치연합의 움직임에 ‘한명숙 구하기’ 의혹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지난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다”며 “야당이 거부하는 진짜 이유는 한명숙 구하기가 아니냐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야 “자진 사퇴”, 여 “말단 검사였을 뿐”
변협 “서약서 써라”, 대법원 “월권행위”

이에 대해 처음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대법원 2부는 그 한자리(박 후보자의 자리)가 비어 있다”며 “거기엔 2심에서 실형 2년을 선고받고 1년6월째 기다리고 있는 한명숙 뇌물사건이 있다. 야당에서 시간을 끄는 이유가 이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법원 2부는 지난달 17일 신영철 전 대법관이 퇴임한 이후 결원이 생긴 상태다. 그리고 그 공석에 박 후보자가 임명된 것인데 김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의 9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건이 1년6개월째 최종 판결이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지적, 새정치연합이 일부러 시간을 끄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청문회 일정이 잡혀 한명숙 구하기에 대한 의혹은 사그라들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김성완 시사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청문회 거부에서 개최로 바뀐 새정치연합의 입장에 특별한 계기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 평론가는 “제가 볼 때는 (입장을 바꿀) 이유가 별로 없다. 이전과 이후 상황이 바뀐 게 아무 것도 없다”라며 “제가 볼 때는 이렇게 어물쩍 청문회를 여는 게 오히려 그동안 정치적인 목적으로 청문회 개최를 거부했다는 걸 야당이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든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은 박 후보자의 청문회 날짜가 잡히고 난 지난 25일 국회에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개업 포기 서약서’를 공문으로 전달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공개된 한 변협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전관예우의 중심에 있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변호사 개업을 막기 위한 방안”이라며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변협의 이러한 요구가 특별한 이유 없이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헤치는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변협의 움직임이 대법원을 흔들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며 비판한다.

대법원 흔들기?

실제로 대법원과 변협 간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한차례 변협이 ‘전관예우’를 막겠다고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신고서를 반려했기 때문이다. JTBC를 통해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한상훈 변협 대변인은 “전관예우의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 바로 대법관들이 퇴직 후에 ‘도장값’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부적절한 수입을 올리는 것이다”고 반려 사유에 대해 밝혔다.

이에 대해 박주민 변호사는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변호사법에는 개업 신고에 대해서 반려나 심사할 권한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변협은 권한 없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입장을 밝혔다.

변협의 요구에 국회는 난감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한 관계자는 “만약 개업 포기 서약서를 받아준다면 변협의 손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대법원의 손을 들어주는 꼴”이라며 “박상옥 대법관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에 대한 공방이 정치권을 넘어 법조계까지 번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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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