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 돌입 ‘4·29 재보선’ 판세 분석

‘일여다야’ 구도…이겨도 본전 지면 패당망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4·29재·보궐선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다음달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하는 이번 재보선은 많은 변수를 내재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많은 후보들이 출마 선언을 하고 열전에 돌입한 시점에서 <일요시사>가 지역별 판세를 짚어보고자 한다.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은 총 4곳.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해산과 맞물려 공석이 된 지역인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구을 등 총 3곳에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최근 새누리당 안덕수 의원의 당선이 무효로 확정됨에 따라 인천 서·강화을 지역이 추가됐다. 이번 선거가 규모는 작지만 내년 총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여·야 모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미니 총선
여야 셈법

2015년을 맞이할 때만 해도 이번 재보선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낙승이 예상됐다. 아무리 통진당 해산의 여파가 있다고 해도 전통적으로 야당이 표를 많이 가져간 텃밭이기 때문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던 시점이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새정치연합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최근엔 그러한 판세가 완전히 뒤집혀 새누리당의 승리를 예견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그들은 야권이 힘이 분산됐다는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현재 지역별로 1명의 여당후보와 2~3명의 야당후보가 격돌하는 구도가 성립됐다. 즉 ‘일(一)여 다(多)야’의 상황이 되다보니 표가 분산될 것이란 예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점도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데 한몫했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중동 4개국 순방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옴에 따라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기종 사태가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양승조 사무총장 또한 이번 재보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양 총장은 지난 1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보선 4개 지역구를 보면 4곳 모두 우리 쪽에서 현역의원이 나온 지역이 아니다”며 “일여 대 다야 구도로 치르는 선거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야권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그 이유에 대해 양 총장은 “성남의 정환석, 관악의 정태호, 광주의 조영택 후보가 경선을 통해 후보자로 확정된 지 며칠 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야권연대를 운운하는 것은 당원들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후보들 스스로 자구책을 찾아 연대에 나설 것이라고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양 총장이 말한 당 차원의 연대는 없을지 모르나 후보자 간 연대는 모른 척 넘어가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양 총장이 “정치는 생물”이라고 말한 점은 이러한 상황을 잘 대변해 주는 발언으로 보인다.

이렇듯 새정치연합이 오히려 수세에 몰리고 있는 형국을 두고 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야당 텃밭에서 표를 걱정해야 된다”며 “현재 제1야당이 현 정부의 대안이 되지 못하는 모습이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일여 vs 다야
연대는
글쎄

현재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각각의 선거전략을 내놓은 상황이다. 먼저 새누리당은 ‘지역일꾼론’을 들고 나왔다. 토박이 전략을 기반으로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지역경제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 7·30재보선 때 전략공천을 최소화한 상황에서 지역일꾼론으로 압승을 거둔 좋은 기억이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남 곡성의 주민들이 지역을 누비고 다닌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번 선거는 어디까지나 ‘지역경제 살리기에 최적임자가 누구냐’는 선거라고 생각을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정책을 개발하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민생제일 경제정당’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금껏 유지해오던 네거티브 전략에서 벗어나 ‘유능한 경제정당’의 이미지로 탈바꿈해 지지를 얻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현 정국의 핵심 키워드가 ‘경제’라는 측면에서 새정치연합 측은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재보선 후보 공천장 수여식에서 “제가 생각하는 이번 재보선의 의의는 먹고 사는 것이 버거워 절망하는 국민들께 국민의 지갑을 지키겠다는 약속”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은 새정치연합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민일보>가 여론조사전문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양일간 조사해본 결과, 서울 관악을 1000명 중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에게 33.5%의 유권자가 지지를 보내 31.2%가 나온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를 2.4%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왔다.

야권후보 난립 “당 차원 연대 없을 것”
새누리 ‘3곳 중 1곳 이기면 본전’ 여유

성남 중원에서는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가 인지도가 높아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1년 대한의사협회회장을 지낸 이력이 있는 신 전 의원은 이미 성남 중원에서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어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다. 이러한 점은 지금처럼 야권후보가 많은 상황에서 더욱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정치평론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14일 경선을 통해 정환석 지역위원장을 성남 중원의 후보로 낙점했다. 정 후보는 한국노총 성남시지부 부의장 출신으로 경기도의원을 지낸 경력이 있다.

정의당 측 후보가 아직 미정인 상황에서 무소속으로 김미희 전 통진당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그녀는 지난 19일 “새누리당은 경기도 성남 중원구 주민들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했다”며 사죄를 요구하는 등 후보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이번에 새로운 선거 지역으로 추가된 인천 서·강화을은 전통적으로 여권의 표가 많이 나온 지역이라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아직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선만 통과하면 당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고려하고 있는 후보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비롯해 이경재 전 의원, 계민석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 유천호 전 강화군수 등이다.

새정치연합은 신동근 지역위원장의 출마가 유력한데, 그가 17대 총선 출마 이후 꾸준히 강화에서 활동해오며 지역 입지를 다진 측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의당은 박종현 인천시당 사무처장을 일찌감치 낙점했다. 강화 출신인 박 사무처장은 지역에서 인맥이 넒은 것으로 알려져 당에서는 기대를 걸고 있다.


새누리당 목표
한곳이면 본전

현재 정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은 광주 서구을이다. 전통적으로 야권의 메카와 같던 이 지역에서 지각변동의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짐은 의외의 곳에서 시작됐다.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당시 대부분의 새정치연합 인사들이 ‘천정배 전 장관은 당에 남지 않겠나?’라고 예상한 가운데 일어난 일이라 그 이유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다.

이에 천 후보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야당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며 “새정치연합은 야당과 대안세력으로서의 비전을 잃었다고 생각한다”고 심정을 밝혓다.

현재 야권 사이에는 이를 두고 설전이 오가고 있다. 새정치연합 양승조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천 전 장관이 말한) 탈당의 변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새정치연합이 비전을 상실하고 무능하다고 하셨는데 지금 우리당은 30% 내외의 지지율이 나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이 천 전 장관을 지지할 뜻을 내비쳐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올랐다. 두 인사 간 연대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천 전 장관도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천 전 장관이 연대 의사는 있지만 국민모임에 대한 합류의 뜻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위원장도 천 전 장관의 합류는 당분간 성사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정 위원장은 “광주에서 광주 기득권, 일당독재를 깨자는 목표점에 대해선 (천 전 장관과) 일치한다”면서도 “앞으로 계속 천정배, 광주 시민사회, 그리고 국민모임이 어떻게 하면 광주 기득권을 깨트리는데 함께 할 것인지 문제를 논의해 갈 것”이라고 말해 의견을 조율해 나갈 뜻을 내비쳤다. 자신을 둘러싼 서울 관악을 출마 소문에 대해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천 전 장관에 대한 맞수로 새누리당은 정 승 전 식약처장을 내세웠다. 정 전 처장은 “광주 발전을 10년 앞당기는 예산불독 국회의원이 돼 광주시민을 정승(政丞)처럼 모시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정계는 이미 정 전 처장이 지난 7·30재보선에서 파란을 일으킨 이정현 최고위원의 행보를 따라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도 그의 공천을 두고 ‘제2의 이정현을 위해 차출했다’고 밝힐 만큼 큰 기대감을 표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정 전 처장이 천 전 장관을 제치고 당선된다면 전 지역 승리라는 파랑새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정 전 처장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현장을 누빌 수 있을지, 이전에 지역에서 얼마나 입지를 다져놨는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 내다봤다.

새정치 ‘재보선 1곳만 이겨도 승리’ 엄살
박지원 “1곳 승리는 패배주의적인 발상”

천 전 장관을 놓친 새정치연합에서는 조영택 전 의원을 내세웠다. 조 전 의원은 20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천 전 장관보다 인지도적인 면에서 부족한 조 전 의원에게 당지도부 차원에서 얼마나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변수가 존재한다. 바로 문 대표가 호남지역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특히 광주지역 민심 중 반노정서가 생각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이를 우려하는 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호남총리론’ 발언처럼 자칫 엉뚱한 곳에서 뇌관이 터진다면 재보선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은 TBS라디오 <열린아침 고성국입니다>에 출연해 “(광주 지역에서 패배한다면) 천 전 장관의 탈당에 대한 책임도 문 대표가 질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출범하자마자 문 대표가 독박을 쓰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이번 재보선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간의 대결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특히 문 대표의 경우에는 당권을 잡은 후 처음 맡는 선거라는 측면에서 정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양당에서 이번 재보선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세간의 이목을 끈다. 새누리당 김 대표는 “세 곳 중 한 곳은 이겨야 본전으로 보지 않겠냐”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 반면 새정치연합 양 사무총장은 “현 상황이 녹록치 않다”며 “(1석 이상이) 최소한의 의미있는 승리라는 것은 당 내부적으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새정치연합 목표
한곳 이상 승리

이러한 새정치연합의 모습에 박지원 의원이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선거 지역이) 야권성향이 강한 지역인데 3곳 중 1곳만 승리하면 된다는 것은 패배주의적인 발상”이라고 크게 비난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야당은 사기를 먹고 사는 조직인데 이렇게 목표를 낮게 잡으면 당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 뿐만 아니라 당 내부에는 저자세로 나가는 지도부를 달갑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새정치연합이 만약 재보선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슬며시 나오고 있는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모임 김세균 신당추진위원회 공동추진위원장

국민모임 김세균 신당추진위원회 공동추진위원장은 4·29재보선에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이 출마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 위원장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이번 기회에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 (국민모임의) 밀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당내에서도 거듭 뜻이 없음을 밝혀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어떠한 국회의원 자리에도 욕심이 없다고 강조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나가달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가혹한 주문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동영,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야…”

현재 서울 관악을 지역은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 정의당 이동영 후보, 무소속 이상규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정 위원장이 후보로 출마한다고 해도 당선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관악을 지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모임 정동영 위원장의 지지율은 18.2%로 나타나 33.5%가 나온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에게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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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