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외이사 해부 ‘막강 라인업’ 베스트

힘 꽤나 쓰는 양반들 다 채갔다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평균연령 59.3세. ‘아니오’를 모르는 ‘예스맨’. 이사회당 1000만원의 수당. 기업의 ‘방패막이’ 사외이사들의 면면이다.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대기업들의 사외이사 모시기가 한창이다. 검찰이나 공정위, 국세청, 감사원은 물론 정부 요직 출신의 주요인사들이 ‘꽃보직’에 안착하고 있다. 주요그룹들의 사외이사 막강 라인업을 들여다봤다.

 
3월은 주주총회 시즌이다. 재계는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에게 사외이사라는 ‘카드’를 꺼내들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검찰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감사원 등 이른바 권력기관 인사들이 줄지어 대기업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재벌 그룹 중 가장 적극적으로 사외이사 보강에 나선 곳은 두산그룹이다. 두산그룹은 상장사 6곳 중 4곳에서 관료 출신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나머지 2곳 역시 기존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자존심 없나
예스맨 전락
 
두산인프라코어는 오는 27일 열릴 정기주총에서 한승수 전 국무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병원 전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 김대기 전 대통령 정책실장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기존 사외이사로 국무총리실 실장을 거친 권태신 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윤세리 전 부산지검 검사(현 율촌 대표변호사),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3명을 두고 있다. 이들 중 윤 전 검사와 이 전 차관은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같은 날 주총을 여는 두산중공업은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기존 3인의 사외이사 중 2인이 관료 출신이다. 송경순 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사무관과 차동민 서울고법 검사장이 그들이다. 
 
 
두산은 지난달 25일 두산건설 사외이사에서 중도 퇴임한 이종백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기존 사외이사 6명 중 관료 출신은 절반인 3명으로 김창환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서대원 전 국정원 해외담당 1차장, 송광수 전 검찰총장 등이다.  
 
이번 주총에서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하지 않는 두산엔진은 정구영 전 검찰총장과 박범훈 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 등 관료출신 사외이사 2명을 두고 있다. 두산엔진의 사외이사진은 모두 6명이다. 이종백 전 서울고등검찰청의 중도퇴임으로 사외이사진이 최종원 전 경제기획원 행정사무관, 김창섭 국세공무원교육원 원장, 함상문 전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원장 등 3명으로 줄어든 두산건설 역시 이번 주총에서 신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없다. 다만 김창섭 전 원장을 재선임할 예정이다.
 
고위관료 출신 외풍 방패막이로 영입
기업들 주총시즌 앞두고 모시기 경쟁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전무했던 오리콤은 올해 이동규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신규 선임한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보험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중공업, 삼성증권 등 계열사에서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거나 재선임한다.
 
 
삼성생명보험은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과 김준영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를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로 결정했다. 윤 전 은행장은 기업은행·외환은행장을 역임하기 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 국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이와 함께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박봉흠 이사와 올해 6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김정관 이사도 1년 연임될 예정이다. 박 이사는 기획예산처 장관, 김 이사는 지식경제부 제2차관으로 재직한 바 있다. 기존 사외이사인 이종남 이사는 증권감독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올해 임기 만료되는 사외이사 전원을 재선임할 예정인 삼성화재는 사외이사 4명 중 2명이 관료 출신이다. 문효남 사외이사와 손병조 사외이사는 각각 부산고등검찰청장, 관세청 차장 출신이다. 

“바쁘게 생겼네”
여기저기 러브콜
 
삼성카드는 박종문 전 대법관 재판연구관 및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영입한다.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송승환 사외이사의 빈자리를 박 전 부장판사가 채우게 되면 삼성카드의 사외이사 중 관료 비율은 25%에서 50%로 늘어난다. 기존 사외이사는 송승환 사외이사를 비롯 하영원 서강대 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 양성용 전 금감원 국장이 맡고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재정경제부 국고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장 출신의 유재한 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삼성중공업에서는 곽동효 전 특허법원 법원장이 지난 2010년부터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삼성증권에선 이승우 전 금감위 부위원장을 새로 선임한다. 재정경제원 법무담당관과 통계청장을 거친 오종남 사외이사와 산자부 국장, 특허청 차장을 역임한 유영상 사외이사, 기획예산처 예상실 사회예산심의관과 대통령비서실 정책수석실 비서관 출신의 김성진 사외이사도 삼성증권에서 활동 중이다. 특히 김성진 사외이사는 중소기업청 청장과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맡았던 관료 중의 관료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사외이사에 권력기관 출신을 대거 포진시켰다.
 
현대차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과 대전지방국세청장을 거친 강일형 사외이사와 공정위 정책국 국장 출신의 임영철 사외이사 후임으로 이동규 전 공정위 사무처장과 이병국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신규 선임한다. 현대차에는 이들 외에 서울동부지방법원·서울고등법원 법원장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오세빈 사외이사가 활동하고 있다.
 
공정위, 국세청, 금감원…
청와대·검찰 인사들 인기
 

기아차는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기존 사외이사인 김원준 전 공정위 국장은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리기로 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출신의 남상구 사외이사와 홍현국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신건수 법무법인 KCL 고문 변호사, 김원준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등이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신 변호사와 김 고문은 각각 서울고등검찰청 형사부장 검사, 공정위 경쟁정책국장과 사무처장을 지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명박정부 초기인 2009∼2011년까지 장관과 검찰총장으로 호흡을 맞췄던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과 김준규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했다. 3월 임기가 끝나는 이정수 전 대검찰청 차장 후임이다. 석호영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과 이동훈 전 공정위 사무처장은 재선임한다. 
 
현대제철은 무려 9년간 사외이사로 근무한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후임으로 박의만 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을 사외이사로 새로 영입하고 기존 사외이사였던 정호열 전 공정위원장을 감사위원으로 초빙했다. 

화려한 이력들
바람 잘 막겠네
 
다른 그룹에 비해 사외이사 출신이 고르게 분포했던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 C&C가 정부 출신 인사를 신규 선임하면서 무게추가 기울었다. SK텔레콤은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SK텔레콤은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이재훈 전 산자부 차관이 정부 출신 사외이사다. 
 

SK C&C는 언론인 출신의 하금열 전 대통령실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주순식 전 공정위 상임위원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기로 했다. SK C&C는 사외이사 전원이 관료 출신이다. 전두환정부 시절 3대 중수부장을 지내며 역대 최장기간 재직 기록을 세웠던 한영석 전 법무부차관과 이용희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공사, 이환균 전 국토부 장관 등이다.
 
이마트는 신세계그룹의 사외기사 기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마트는 주총에서 3명의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1명을 재선임할 예정이다. 이마트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바뀌는 셈이다. 재선임 대상은 서울지방국세청장 출신의 전형수 사외이사다.
 
신규 선임 후보자에는 박재영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성준 전 청주지검 차장검사,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 등이 올랐다. 최재붕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 착용형 스마트기기추진단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임기를 마치게 될 기존 사외이사로는 보건복지부 차관 출신의 문창진 사외이사와 전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인 박영렬 사외이사, 전 감사원 감사위원인 박종구 사외이사가 있다.
 
신세계는 4명의 사외이사가 국세청, 감사원, 검찰, 공정위 출신이다. 국세청장 출신인 손영래 사외이사, 법무연수원장이었던 조근호 사외이사, 감사원장 직무대행이었던 김종신 이사, 공정위 부위원장이었던 손익옥 이사로 구성돼 있다.
 
신세계의 맞수 롯데그룹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롯데쇼핑은 6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이 청와대, 금감원, 검찰, 국세청 출신이다. 대전지방국세청장 출신의 박동열 사외이사, 대검 감찰부장 출신의 김태현 사외이사, 대통렬비서실 민정수석실 국장 출신의 임삼진 사외이사, 금감원 감독정보국 법무실 팀장 출신의 백명현 사외이사가 그들이다.

○피아 총출동
퇴직관료 경로당
 
롯데그룹 전체를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롯데그룹 8개 상장계열사 사외이사 29명 중 19명이 관료 출신이었다.
 
이밖에 현대백화점은 김형균 전 광주지방국세청장, AK홀딩스는 정중택 전 부장검사를 사외이사 후보에 올렸고 GS홈쇼핑은 구희권 전 국회사무장을 재선임하기로 했다. 한국제지는 김진표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농심은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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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