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후폭풍' 각계 손익계산서

잡도리 시작?…결국 검찰만 웃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법안 조정을 거치면서 적용범위가 확대됐다. 김영란법의 공포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접대·로비 관행을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공짜 술'과 '낯 뜨거운 청탁'에 길들여진 일부 공직자, 언론 종사자는 김영란법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를 찾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때문에 검찰 권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우여곡절 끝에 입법에 성공했다. 지난 3일 국회는 김영란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6표를 얻어 법안을 처리했다고 알렸다. 반대는 4표, 기권은 17표에 불과했다. 반대표는 새누리당 홍준·권성동·김종훈·김용남 의원이 던졌다.

압도적으로 가결
졸속 처리 지적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2012년 8월 공직자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법안을 준비했다. 김 전 위원장이 입법을 예고한 초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2년 8개월을 계류했다. 같은 기간 김영란법은 의회 차원에서 수많은 조정을 거쳤다. 공직사회는 물론 언론계, 학계까지 파장이 미칠 법안이라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뒤따랐다.

우물쭈물했던 김영란법은 여야가 약속한 올 3월을 넘기지 않고 통과했다. 논란이 됐던 적용 대상에는 언론 종사자와 사립학교재단 이사장 및 임직원이 추가됐다. 다만 법조계를 중심으로 과잉·이중처벌 등의 위헌 논란이 있는 만큼 일부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영란법은 공포된 날 기준으로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이 사이 다른 법과 충돌된 조항이 고쳐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거나 이득을 보게 될 이해기관으로는 청와대와 각 정부부처, 국회, 검찰, 언론, 사학재단, 정부출자 공공기관 등이 꼽힌다. 법률은 하나지만 김영란법을 바라보는 각계의 시선은 다르다. 이들의 손익계산과 김영란법의 주요 쟁점을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계없이 1회 100만원(연 3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엔 직무 연관성이 입증돼야만 금품가액 기준 2∼5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다른 법안의 핵심은 당사자 간 금품이 오가지 않아도 부정청탁을 받았다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행법은 부정청탁의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때에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의 경우는 수뢰죄, 비공무원은 배임수재죄의 적용을 받는다.

그런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금품 전달이 없어도 부정청탁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사인인 정윤회씨가 개인적인 이유로 '문고리 권력(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통해 청와대 인사에 개입했다면 청탁 받은 당사자가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비선 인사개입
부정청탁 포함

김영란법은 이 같은 '부정청탁'의 유형을 15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인가·허가·면허·승인 등 법령에서 일정 요건을 정해놓고, 직무 관련자로부터 신청을 받아 처리하는 업무에 대해 위법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에 해당했다. 인·허가 취소에 관한 청탁 역시 금지됐다.

조세·부담금·과태료·과징금을 비롯한 각종 행정처분 또는 형벌에 관해 청탁받고 감경·면제하도록 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채용·승진·전보 등 공직기관 인사에 위법하게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 또한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직위에 선정되거나 탈락하도록 하는 행위,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각종 수상이나 포상에 특정 단체 등을 선정하거나 탈락시키는 행위도 안 된다. 공직자를 상대로 입찰·경매·개발·시험·군사 등에 관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도록 하는 행위도 막았다. 계약 관련 법령을 위반해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계약 당사자로 선정되거나 탈락시키도록 하는 행위까지 부정청탁에 포함했다.

나머지 조항을 보면 각종 보조금 관련 법령 등을 위반해 특정 개인이나 법인에 지원하는 행위, 개인 또는 법인에 투자하도록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 모두 처벌 대상이다.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용역을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특정인에게 매각하도록 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교원의 경우는 청탁을 받고 성적을 조작하도록 하는 행위가 일체 금지됐다. 학생의 입학·성적·수행평가에 관한 업무를 위법하게 처리·조작하도록 하는 행위도 부정청탁으로 못박았다. 군공무원은 징병검사·부대배속·보직부여 등을 위법하게 처리하도록 청탁해선 안 되고, 사법부에서는 수사·재판·심판 등을 위법하게 처리하도록 부탁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 통과
공안 정관언 타깃 기획수사 수월

그러나 김영란법은 상기한 부정청탁 사례 외에 예외 규정을 별도로 뒀다. 절차와 법에 따라 공직자에게 특정 행위를 요구하거나 공개적으로 공직자에게 특정 행위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청탁으로 인정했다.

또 선출직 공직자나 정당 등이 공익을 목적으로 민원을 전달함은 예외 사유로 보호했다. 법정기한 내에 관련 직무를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그 밖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여기서 '사회상규'란 단어는 그 의미가 포괄적이라 법률 집행 과정에서 논란의 가능성이 있다.

김영란법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집단은 역시 언론이다. 방송과 신문, 잡지, 뉴스통신, 인터넷신문 등 모든 언론 종사자가 김영란법의 영향 아래 놓였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언론 종사자는 특정인에게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또는 향응)을 제공받을 수 없다.

김영란법은 처벌 대상이 되는 금품의 종류로 현금과 부동산, 증권과 물품을 비롯해 회원권과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부동산 사용권 등을 적시했다. 또 음식물·주류·골프 접대, 교통·숙박 등 편의 제공, 빚 면제, 취업 제공, 이권 부여와 기타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을 모두 금품에 포함시켰다.

법령을 현실에 대입하면 언론 종사자는 룸살롱 접대는 물론 골프장 회원권 대여, 해외 취재를 빙자한 비행기티켓 수령, 주택·외제차·가전·명품잡화 등 고가의 상품에 대한 할인 혜택이 차단된다.

언론·학계 타격
고위공직자 느긋

구성원 대다수가 '공직자'인 학계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영란법이 규정한 공직자에는 공립학교 교원과 사립학교 임직원이 두루 포함돼 있다. 특히 다른 교원에 비해 강의·강연·기고가 많은 대학교수가 김영란법을 위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통과된 법률은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연관되거나 지위·직책에 따라 요청받은 외부 토론회·세미나·공청회 등에 나갔을 때 강의·강연 등의 대가로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 이상의 사례금을 받게 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명시했다.


마찬가지로 교수가 외부에 글을 기고했을 때도 일정 수준 이상의 고료를 받는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단 대통령령이 정한 기준 금액이 얼마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리를 배분 받았던 정부출연 공공기관도 자유롭지 않다. 김영란법은 정부 지원액이 총수입액의 절반 이상인 기관과 정부의 지분이 50% 이상인 기관, 정부가 3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임원을 임명하는 등 사실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모든 기관을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공공기관은 업무 특성상 정부기관과 협조할 일이 많은 편이고, 관행에 따라 공무원을 '대접'하는 일도 빈번해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이른바 '제3자'를 위해 부탁하는 행위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제3자가 관여한 청탁은 모두 위법이다.

100만원 초과 돈 받으면…
공직자 부정청탁 받아도…

김영란법은 제3자를 위해 다른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한 공직자의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을 한 사람(비공직자)의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도록 했다. 아울러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한 사람(당사자)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처벌 기준으로 적었다.

이번 법안 심의 과정에서 국회의원은 '민원 처리'라는 예외조항을 만들어 살 길을 찾았다. 그러나 이들도 막지 못한 조항이 있었다. 배우자로서의 신고 의무였다. 김영란법은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공직자 본인이 처벌 받도록 규정했다. 원안에서는 배우자가 아닌 직계가족을 명시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두고 '가족 해체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신고 의무 조항의 삭제를 요구했다. 그렇지만 여야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한정하는 대신 신고 의무는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공직자는 법령을 위반한 금품 수수 사실을 알게 되면 이를 제공자에게 반환하거나 소속기관장에게 인도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업무를 관장하는 청와대는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청탁'할 일이 많다. 하지만 청와대가 김영란법의 실질적인 적용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은 모습이다. 오히려 검찰을 동원한 표적수사의 우려가 커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손해 없어
적용대상 300만명

실제로 김영란법 적용대상은 300만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1회 100만원이라는 액수는 고위공직자나 일부 힘 있는 정치인을 겨냥한 조항은 아니라는 해석이 많다. 오히려 정권 입장에선 각 부처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기회로 여길 수 있다. 검찰권이 정·관계는 물론 언론·학계까지 위협할 것이란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끝으로 눈여겨 볼 부분은 공직자의 금품 수수 금지 목록에 예외가 있다는 점이다. 상급 공직자가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이나 부조 목적의 경조사비 등은 금품으로 보지 않는다. 또 공직자와 장기적·지속적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자가 질병·재난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 금품을 제공할 수 있다.

사적거래(증여 제외)로 생긴 채무 이행은 당연히 제외된다. 사회상규에 따라 동호인회·동창회·향우회 등에서 구성원에게 제공되는 금품도 허용됐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향우회'의 활약이 주목되는 이유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영란법' 손댄다면?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이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유예기간 동안 사후 발생 문제와 미비점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 및 대책 강구로 김영란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여야 의원들은 "김영란법이 명확성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과 관련해 위헌소지를 가지고 있다"며 시행령으로는 이런 위헌소지를 없애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예기간 동안 모호한 예외 조항을 구체화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할 부정청탁의 예외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영란법의 원안에는 법 적용 대상으로 민법상 가족(배우자와 직계혈족, 형제자매,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었으나 이번 제정된 김영란법에는 배우자로 그 범위를 한정해 우회적 금품 로비 가능성을 열어뒀다. 원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사립학교 교원 및 언론사가 포함됐고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는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공공성이 야기되는 의사와 변호사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검찰의 권한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보다 세부적인 시행령이 필요하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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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