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대표적 부실인사 7인 공개

'여왕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한 집단의 품격을 보려면 어떤 사람을 쓰는지 관찰하라는 말도 있다. 박근혜정부의 인사 참사는 그 집단의 품격을 오롯이 드러냈다. 뽑는 이마다 족족 논란이 뒤따랐다. <일요시사>는 최근 임명됐거나 임명을 기다리고 있는 고위공직자 7인을 선정해 그들의 면면을 되짚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비뚤어진 언론관과 부동산 투기, 병역 문제 등이 불거지며 망신당했다. '실세 총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그의 전임인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대독 총리' '의전 총리'라는 말을 들었다.

[부실인사 1]
거짓 해명 이완구

이 총리는 대통령과의 친밀도를 고려할 때 책임 총리의 위상에 근접하게 될 것으로 점쳐졌다. 3선 국회의원, 여당 원내대표, 충남도지사 등을 지낸 경력과 '충청권의 대표주자'라는 상징성이 가볍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총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으로 상당한 내상을 입었다. 당초 기대보다는 정치적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달 전만 해도 무난한 인사청문회가 예상됐지만 병역기피·부동산 투기·황제 특강 의혹에 이어 '언론 외압'  의혹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 총리를 인준하기 위한 표결이 강행되면서 여러 의혹이 수면 아래로 자취를 감췄다. 대표적으로 그의 타워팰리스 구입 자금과 관련한 거짓 해명은 아직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이 총리가 타워팰리스 구입에 사용했다고 밝힌 현대아파트 전세보증금 5억원이 재산신고에 누락돼 있어 자금 출처가 의심스럽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총리는 "나중에 (재산신고를) 정정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신고서에는 '재산변동 내역이 없음'이라고 돼 있었다. 또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역시 '정정신고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 총리의 해명이 거짓이었던 셈이다.

이 총리가 약속한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될 것"이라는 말도 거짓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치권은 이 총리가 친박인사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맞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실인사 2]
초고속 승진 홍용표

홍용표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24일 논문 중복게재 의혹을 인정하면서 사과했다. 홍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201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실무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대통령 직속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 통일비서관을 맡고 있다.

홍 후보자는 2010년 5월 연세대 북한연구원이 발행한 전문학술지에 '이승만의 반공정책과 한반도 냉전의 진화'라는 제목의 영문 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 논문은 홍 후보자가 2000년 영국에서 출판한 영문 논문 '국가안보와 정권안보: 1953년에서 60년 사이 이승만 대통령과 남한의 불안정 딜레마'를 '자기 표절'한 것이었다.

국내 학계는 인용 없는 논문 중복 게재를 연구 윤리 위반행위로 보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홍 후보자가 한양대 교수 시절, 10년 전 자신의 논문을 인용이나 출처 표기 없이 다른 학술지에 중복 게재한 사실이 취재 결과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홍 후보자는 "일부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며 "통일부장관 후보자로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홍 후보자와 관련한 가장 큰 논란은 그가 직급이 낮은 비서관 신분으로 차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장관 후보자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통일부 안팎에선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책임부처가 아닌 청와대에서 '오더'를 받아 실무만 하는 '통일준비위원회'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부실인사 3]
시국사건 은폐 박상옥

같은 날 새정치민주연합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열 수 없다고 당론을 정리했다. 야당은 박 후보자가 검사 시절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경력을 문제 삼아 청문회를 보이콧해왔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박 후보자에 대해선 사안의 경중을 떠나 은폐의 책임이 있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인사청문회특위 위원장)도 "다수 의견대로 승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청문회를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이미 끝났다"며 "자진사퇴만이 정답"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당 쪽에선 박 후보자를 향해 당시 초임 말단검사로서 아무것도 몰랐다는 옹호론을 펴고 있다. 특히 박 후보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인사청문회)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며 "지켜봐 달라"고 별렀다. 자진사퇴 압박에도 물러날 의사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같은 법조인들의 생각은 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박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부실인사 4]
'리틀 김기춘' 우병우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검찰의 언론플레이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국가정보원으로 책임을 넘겼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 전 부장의 발언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다. 당시 우 수석은 수사를 책임진 주임검사였다. 시간이 지나 이 전 부장 본인은 불명예 사퇴한 데 반해 '후배'(당시 중수1과장)였던 우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영전했다. 이를 아니꼽게 본 이 전 부장이 일종의 '견제구'를 날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있던 시기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돼 한모 경위를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우 수석은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항명하고 사퇴하는 과정에서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직속상관인 김 전 수석을 거치지 않고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에게 직보하며, 김 전 수석의 입지를 축소시켰다는 주장이다.

우 수석은 '사심이 없는 원칙주의자'로 불리며 청와대의 강한 신임을 받고 있다. '꼼꼼한 일처리'가 김 실장을 닮았다는 평가다. 업무 스타일이 비슷해 '리틀 김기춘'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우 수석을 민정수석으로 승진시키는 과정에서 후폭풍은 엉뚱하게도 검찰을 덮쳤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우 수석보다 기수가 낮은 검찰 현직간부에게 전화해 "용퇴하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대표적이다.

[부실인사 5]
섬투기 의혹 이명재


박 대통령이 특보단을 꾸리면서 가장 공을 들인 인사는 이명재 민정특보다. 특보직을 제안할 때도 이 특보에게는 박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특보에게는 김 실장이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김 실장은 이후 자신의 후임으로 이 특보를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특보가 이를 고사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여권 일각에선 '이명재-우병우' 체제만이 김 실장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특보 역시 검증절차가 진행되면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지난 17일 "이명재 청와대 민정특보가 대검 중수부 2과장으로 재임하던 80년대 말, 전남 신안군 압해도 일대 임야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섬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북 영주가 고향인 이 특보는 연고도 없는 신안군 땅을 확인도 없이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신안군 일대에는 외지인들의 묻지마 투기가 기승을 부렸다고 한다. 이 특보가 사들인 임야는 1만7000여㎡ 규모로 알려졌다. 1993년 국회의원들의 재산 공개 때 이순재 민자당 의원 등 일부 여당 의원들은 신안군 부동산 투기에 가담해 질타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시기 이 특보는 땅을 사들였다. 땅값은 한평(3.3㎡)당 10만원대까지 치솟았다고 전해진다. 관련 인터뷰에서 이 특보는 "투기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개발 호재 같은 건 전혀 알지 못했다. 바다가 보인다고 해 조그만 절 집이나 지으려고 샀다"고 해명했다.

[부실인사 6]
만만회 뒷말 현명관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은 27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물망에 올랐다. 현 회장이 언론에 등장하자 '찌라시'가 돌았다. 개인사가 섞인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글이었다. 그러나 현 회장과 관련한 주된 의혹은 따로 있었다. 바로 '만만회' 연루설이다.


지난해 7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만만회'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이 용산 경마장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현 회장과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른바 '공주 승마' 의혹을 일으킨 정윤회씨의 딸이 '7인회' 멤버인 현 회장의 비호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지난 4월에도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정모씨(정윤회)의 딸이 승마 국가대표로 선발돼 특혜를 누린다는 제보가 있다"고 폭로했다.

특히 "현 회장 부임 이후 정씨의 딸이 마사회 소속만 쓸 수 있는 '마방'에 말 3마리를 입소시켰다"고 지적하면서 "월 150만원의 관리비도 면제 받고 별도의 훈련을 한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사회 측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 회장 역시 "분명히 말하겠다. 그런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앞서 기자와 만난 현 회장의 한 측근은 관련한 물음에 대해 "알 수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이 있기 전부터 고위공직자 후보로 수차례 거론됐다.

[부실인사 7]
회전문 인사 임종용

임종용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 관행을 답습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이며, 2013년 6월부터 NH금융지주 회장으로 20개월 정도 일했다. 관료로 시작해 기업 경영자로 갔다가 다시 관가로 돌아온 셈이다.

임 후보자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한 최근 2년 동안 연평균 2억원씩 저축했다. 박근혜정부 국무조정실장 시절인 2013년 3월 공직자재산신고 기준으로 본인과 배우자 소유의 아파트 2채와 예금 5억원 등 모두 16억6000만원을 신고했다.

지난 25일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임 후보자의 재산은 18억6251만원이었다. 2년 사이 2억여원 정도가 늘었다. 예금은 2013년 3월보다 4억2061만원이 늘었다.

임 후보자는 시력이 좋지 않아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으며 방위로 복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6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복무한 뒤 육군 일병으로 소집해제됐다. 현역으로 복무하지 않았다는 점이 청문회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임 후보자가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이명박정부의 대표 '브레인'이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권출범 후 이명박정부 색채가 강한 인사는 되도록 기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그는 현재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는 자원외교 컨트롤타워인 '에너지협력외교 지원협의회'를 주재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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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