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해외 원정 도박 실태 고발

명품서비스에 한번, 본전 생각에 또한번 ‘폭삭’

`해외 원정 도박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때 일부 연예인들이 대중의 눈을 피해가며 도박을 하기 위해 선택했던 원정 도박에 일반인들까지도 빠져들고 있는 것. 특히 부유층들의 원정 도박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에는 학원장, 공인회계사, 병원이사장 등 부유층의 원정 도박을 하다 적발됐다. 이들 가운데는 도박에 빠져 70억원에 가까운 재산을 탕진하고 중국집 종업원으로 전락한 사업가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필리핀으로 원정 떠나 카지노 도박 일삼은 이들 대거 적발
공인회계사, 병원 이사장, 중견 기업체 대표 등 부유층 주류


필리핀으로 원정을 떠나 카지노 도박을 일삼은 부유층이 대거 적발됐다. 지난 3일 경기경찰청 외사범죄수사대는 2008년 6월부터 지난 1월까지 필리핀 앙헬레스시티 ‘발리바고’ 카지노에서 원정 도박을 한 31명과 이를 알선한 전당포, 불법 환전업자 6명 등 37명을 상습 도박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항공권에 외제차까지?
고급서비스로 유혹

이번에 적발된 원정 도박사범에는 공인회계사, 병원 이사장, 중견 기업체 대표, 고소득 자영업자 등 부유층 인사들이 주류를 차지했다. 서울, 경기, 부산, 대구 등 전국에서 모여든 이들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도박을 했고 가산을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원정 도박에 빠져든 경로는 다양했다. 그 중 하나는 총책을 맡고 있는 브로커 김모(46·필리핀 체류)씨를 통해서였다. 김씨는 강원랜드 인근에서 여행사를 운영했는데 이 곳을 찾는 도박꾼들을 자연스럽게 해외원정도박으로 이끈 것이다. 또 하나의 경로는 강원랜드 인근에서 전당포를 운영하는 모집책을 통해서였다. 이들 모집책은 항공권, 호텔숙박권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도박꾼들을 유혹해 필리핀 행을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카지노 사이트도 원정 도박을 광고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이밖에 필리핀 관광지에 온 한국인들에게 동포라는 점을 내세워 접근한 뒤 카지노에 발을 들이게 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도박꾼을 모집한 브로커 김씨 등은 필리핀 현지 카지노 2층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본격적으로 원정도박꾼들을 관리했다. 먼저 이들은 현지 카지노측과 ‘파코르시스템(PAGCOR: 필리핀 게임진흥사업부의 외국인 고객 카지노 유치 방안)’ 방식으로 계약을 맺은 뒤 한국인 고객이 30만페소(한화 700만원) 이상 도박을 하면 골프 부킹, 항공권, 호텔 숙박권, 고급차량 등 VIP급 편의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도박꾼들을 유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도박자금을 탕진해 도박을 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게 돈을 구해줬다. 자신들의 국내 계좌를 통해 송금, 환전하도록 하거나 현지에서 직접 현금을 빌려주며 도박을 계속 하도록 도와준 것.

이처럼 원정 도박꾼들이 도박에 많은 돈을 쓰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고객 시드머니(고객이 칩으로 환전한 금액)의 3%에 해당하는 수수료와 총 베팅금액의 0.5~1.5%에 해당하는 롤링 포인트를 받는 등 부수입이 짭짤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베팅에 비례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 리 없었던 도박꾼들은 각종 술책에 넘어가며 하루하루 도박에 빠져들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원정 도박사범들은 보통 3박4일, 길게는 한달 동안 필리핀에 머물면서 도박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도박꾼들은 호텔 등의 VIP급 대우에 매료돼 필리핀 행을 멈출 수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카지노에서 한 게임은 ‘바카라’. 이 게임은 게임 방법이 쉽고 간단해 누구나 할 수 있는데다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따거나 잃을 수 있는 중독성이 강한 게임이다. 이 때문에 주부 등 평범한 사람들도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카지노게임 중 하나다. 도박꾼들이 바카라게임에 들인 돈은 1인당 평균 4300만원. 많게는 3억원의 돈을 카지노로 잃은 도박꾼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중견기업 대표 전모(52)씨는 2008년 5월부터 최근까지 무려 25회에 걸쳐 필리핀으로 도박여행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전씨가 도박으로 잃은 돈은 무려 2억원. 가져간 돈을 모두 도박에 탕진한 전씨는 모집책을 통해 국내에서 자금을 송금 받아 또 다시 도박에 빠져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도박으로 인해 인생 전체가 나락으로 빠져든 경우도 있었다. 중견기업을 운영하던 나모(56)씨가 그 주인공. 경기도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나씨는 지난 2000년 10월 강원랜드를 찾았다가 바카라 게임에 빠졌다. 하룻밤에 그가 잃은 돈은 3000만원. 본전 생각이 났던 나씨는 다음날도 돈을 싸들고 강원랜드를 찾았다.

하지만 행운은 나씨에게는 오지 않았다. 몇 달 동안 하루 종일 도박에 빠졌지만 매번 잃기만을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아내도 잃었다. 심장병이 있었던 아내는 나씨가 카지노에 발을 들인 지 1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한때는 70억대 자산가
도박 빠져 ‘철가방’ 신세

아내의 죽음도 나씨를 돌려놓지 못했다. 나씨는 그 후에도 매달 강원랜드를 찾았고 5~6년 만에 전 재산 70억원을 날렸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자살시도까지 한 나씨. 그러나 목숨 줄을 놓을 수는 없었던 나씨는 중국음식점 종업원으로 일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카지노에서 영원히 손을 뗄 거라 자신했던 나씨. 하지만 최근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도박판에 들어갔고 이번 경찰조사에 적발됐다.
한편 경찰은 필리핀 현지로 달아난 브로커 김씨 등 3명의 검거를 위해 현지 경찰에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조사과정에서 필리핀 카지노에 출입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돼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부유층들의 원정 도박 사건이 심심찮게 벌어져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마카오에서 100억대의 도박을 한 부유층들이 적발돼 파문을 낳았다. 이들은 환치기를 통해 거액을 해외로 빼돌려 도박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권모(45)씨 등 도박 알선조직 ‘롤링에이전시’ 직원들은 2008년 5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중국 마카오 현지에서 중소기업 대표인 강모(47)씨 등 20명을 카지노에 알선하고 카지노 측으로부터 베팅금액의 1% 상당을 수수료로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호텔숙박, 고급 외제차 등 VIP급 서비스 유혹에 돈 펑펑
70억 탕진하고 음식점 종업원 신세 …무서운 도박 중독


강씨 등 도박 사범들은 롤링에이전트의 안내에 따라 마카오 지역 카지노를 전전하며 도박을 해 1인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마카오 현지 도박 알선 조직은 한국인 도박꾼을 도박판에 끌어들이기 위해 강원랜드 출신 한국인 에이전트를 영입한 뒤 부유층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에이전트는 항공권, 호텔사용료 할인 등의 특전을 걸고 부유층들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벤츠 등 고급차량과 통역서비스 등 각종 고급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들의 환심을 사 카지노로 끌어들였다. 주요 고객층이 부유층의 저명인사인 탓에 ‘확실한 신분보장’도 내세웠다. 도박을 하더라도 절대 신분이 들통 날 염려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

또 도박 알선 조직은 환치기 업자들과 손을 잡고 고객들이 도박 자금이 떨어지면 환치기를 통해 자금을 조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최근 해외 원정 도박에 발을 들이는 부유층들은 대부분 해외 카지노업체와 한국인 에이전트들이 만든 덫에 걸려 돈과 명예를 잃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한번 빠지면 쉽게 끊을 수 없는 도박의 중독성에 있다. 매일 도박장을 찾아 수천만원의 돈을 잃으면서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은 대부분 “나는 절대 도박중독자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도박을 끊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난 도박 중독 아니야”
자신하는 사이 나락으로

그러나 자신 있게 말하면서도 폐인의 길로 한 발자국씩 걸어들어 가는 것이 도박의 위험성이다.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는 도박중독자가 되는 진행과정을 세 단계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그 중 1단계는 ‘따는 시기’다. 이는 자신의 수입에 비해 매우 큰돈을 따면서 도박으로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달콤한 환상에 빠지는 시기다. 도박에 대한 강한 흥미가 생기는 것도 이때다. 물론 돈을 잃을 때도 있지만 도박자들은 딴 것에 대해서만 회상하는 경향이 있고 잃은 것에 대해서는 부정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힘든 노동활동 없이 큰돈을 한 번에 거머쥐어 본 경험은 도박장으로 걸어가는 걸음을 가볍게 할 수 밖에 없다. 2단계는 ‘잃는 시기’다. 도박으로 돈을 딴 경험만을 떠올리다가 자신이 돈을 잃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때다. 이때 도박 중독자들은 도박을 중단하지 않고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잃게 된다.

마지막 3단계는 ‘절망의 시기’다. 이 시기에 도달한 도박자들은 이성적·도덕적 판단을 하지 못한다. 도박을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도 이 시기다. 도박자들은 자신들이 저지르는 비윤리적 행동이 다음의 큰 승리를 위해 치러야 할 과정이라고 합리화한다. 재산을 잃어가면서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이를 지키기엔 너무 먼 길을 걸어왔다. 마약 중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힘으로 도박을 조절하지 못하고 조울증, 공황장애 등의 정신장애로 고통 받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도박의 강력한 중독성은 두뇌 반응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병이라고 할 수 있다”며 “스스로 도박을 끊기 어려운 만큼 의사나 상담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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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