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특별인터뷰>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

“반기문 총장은 70억 인류의 보물”

[일요시사 정치팀]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이름이 대선후보로서 연일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반 총장의 유명세를 타고 뜨려는 세력이 있는 것일까. 본인은 어떠한 의사도 밝히지 않는 가운데 주변에서 군불만 지피고 있는 상황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우스운 형국을 바로잡기 위해 정치계 원로가 나섰다. <일요시사>에서 만난 김영진(67) 전 농림부장관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정치권에 향해 진심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김영진 전 장관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평화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정계에 입문해 5선 국회의원, 농림부장관 등을 역임한 입지전적인 정치인이다. 그는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 농민운동을 하다 두 차례 옥고를 치르는 시련 속에서도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고 민생을 위해 노력해온 정치인이다. 

그는 LA지역에서 일어난 흑인사태 당시 미국으로 먼저 달려간 국회의원으로서 한·흑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무던히도 노력해 왔다. 또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등 국내 인권에 대해서도 기념비적인 역할을 해온 정치인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노벨평화상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다음은 김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 근래 LA지역의 한인사회 각계 인사들과 함께 ‘반기문-노벨평화상 수상 추천 및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 출발은 충격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사실상 지구촌 외교대통령으로서 정의·평화·인권을 위해 일하는 단 하나뿐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1개월 전쯤부터 반기문 총장을 여·야가 서로 경쟁적으로 대통령후보로 영입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한국인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민족의 자산임에도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때마침 LA지역 행사 참석을 위해 가던 중 비행기 안에서 반기문 총장이 대한민국 청년들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도전과 성공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순간 반 총장이 왜 노벨평화상을 수상해야 되는지 6페이지에 걸쳐 기획안을 써 내려 갔습니다. 그리고 공항에 내린 저는 함께하는 LA지역 인사들과 발기모임을 창설하는가 하면 LA지역뿐 아니라 시카고, 애틀랜타 등으로 위원회활동을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 전 장관께서 알고 계시는 반기문 총장은 어떤 사람인가요?
▲ 과거 노무현정부 때 저는 농림부장관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날 회의를 위해 의자에 앉아있는데 그때 저에게 명함을 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반기문 당시 외교안보수석이었습니다. 명함을 주고받은 후 그는 제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맞서 투쟁하는가 하면 제네바에서 농민문제 해결을 위해 삭발했던 사건들을 말하며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부드럽게 대하는 저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존경을 표했습니다.

그리곤 자신의 유년시절을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가난했으나 고등학교 1학년 때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영어우수자로 뽑혀 미국에 간 이야기, 그 곳에서 당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 ‘지구촌에서 가장 훌륭한 외교관이 되라’는 말을 들은 이야기 등등 그의 삶 속에는 도전과 믿음이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현재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기문 총장을 대권주자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정치권의 민낯이 드러났다 생각합니다. 당의 입장에서 누구를 영입한다 말할 수는 있지만 인류 70억을 대표하는 인물을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봅니다. 이후 임기를 마치고 노벨평화상을 받고 나서 얘기해도 충분합니다. 지금 말하는 것은 2년의 임기가 남은 박 대통령에게도 예의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임기가 끝났을 때는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지금 저는 반 총장의 노벨평화상을 수상을 추진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단지 반 총장이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후에 그때도 여·야가 대안을 못 찾고 있다면 본인도 반 총장이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지금 당이 반 총장을 데려가려는 것은 70억 인구에 대한 배신이며 그분의 명예와 가치를 훼손하는 짓이라 생각합니다.

반기문 총장 노벨평화상 추진위 결성
당 영입은 인류 70억에 대한 배신

-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한·흑 갈등 해결을 위해 지난 16년 동안 노력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간 힘든 점도 많았을 것으로 사료되는데요.
▲ ‘LA 흑인폭동사태’ 당시 미국을 찾은 저는 피해를 입은 일부 한인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 있습니다. 그들은 미국 정부에 항의를 하고 보상금을 받아내야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진단이 잘못되면 처방이 틀릴 수밖에 없듯이 가시적인 문제만 볼 것이 아니라 서로의 교감과 관계 계선에 힘써야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서로가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했습니다. 의원도 장관도 아닐 때가 있었지만 그래도 저는 LA로 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목소리가 바뀌어 내 진정성을 알아주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마틴 루터 킹의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문을 듣고 많은 감명을 받았는데 그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 해외활동뿐만 아니라 국내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노력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서울역에 있는 노숙인들을 위한 센터인 ‘해 돋는 마을’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찌르는 가식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처음을 되돌아보면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노숙인들은 청량리에 많았는데 그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서울역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철도청장의 허가가 필요했습니다.

결국 직접 찾아갔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냈습니다. 민원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하루는 술에 취한 노숙인이 3000천원을 달라고 저를 협박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돈을 주면 술을 사마실 것이 자명했기에 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목사님과 함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고심한 끝에 함께 상담도 하고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힘을 주는 쪽을 택했습니다.

- 최근 문재인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5선을 지낸 정계 원로로서 문 대표에게 덕담과 조언을 해주신다면?
▲ 정치권에서 멀어져 있는 동안 오히려 시민들로부터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제1야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표 체제가 이런 현장을 잘 진단하고 처방해서 올곧게 이끌어 주길 바랍니다.


야당에게는 여당을 비판하고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엄격한 도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서는 문자 그대로 새로 집을 짓는다는 심정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 향후 정계에 복귀할 의사가 있으신지요?
▲ 지금까지 국회의원을 지낸 광주 서구을이 4월 재보선 지역구로 정해진 후 많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지정되는데 노력했으니 마땅히 공천 받아 나가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 상태에서 제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전당대회 후에 야권이 거듭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나 자신을 지켜오며 이 자리에 올라온 사람으로서 옳은 결정을 할 것입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을 맞이하여 독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개인적으로 <일요시사>를 구독하는 독자로서 <일요시사>가 중산층 이하의 국민의 삶을 잘 대변하는 것은 물론 정의·인권·평화에 대해 소중히 여기는 정론집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제도권에서 나와 있는 3년 동안의 모습을 인터뷰를 통해 진솔하게 보여준 것 같습니다. 설을 맞이하여 산업전선에서 힘써주시는 국민들과 국방과 치안을 위해 현장에서 근무하는 형제들, 지금 힘들어 하는 사람 모두에게 주께서 주신 평화와 건강이 넘쳐나길 기원합니다.

 

대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김영진 전 장관 프로필>

▲ 평화민주당 창당발기인 
▲ 제13·14·15·16·18대 국회의원
▲ 농림부장관
▲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 상임대표
▲ 민주당 중앙당 부대표 
▲ 민주희망쇄신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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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