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떠나는 ‘박근혜 사람들’ 현주소

팽 당한 개국공신…‘박근혜 저격수’로 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정권 탄생에 기여했던 개국공신들이 속속 이탈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옛 측근들이 둥지를 떠난 것도 모자라 ‘반박(반 박근혜)인사’로 돌아서는 이들까지 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잇단 실정과 불통 탓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일요시사>가 박 대통령을 떠나는 ‘박근혜 사람들’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연말정산 세금 폭탄 논란’ ‘김무성 수첩 파문’ ‘정윤회 문건 파문’ 등 정권에 부담을 주는 악재가 연달아 터지고 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정권출범부터 ‘인사 참사’ ‘국가정보원·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논란’ ‘세월호 참사’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돌아선 공신들
비수로 돌아와

그 사이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까지 추락했다. 심지어 어떠한 일에도 흔들림이 없었던 고정지지층인 영남과 50대에서도 지지를 철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 당선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개국공신들까지 돌아서기 시작해 주목된다.

가장 먼저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핵심공약이자 박근혜정권의 핵심 국정과제인 경제민주화를 주도했던 김종인 가천대 석좌교수가 2013년 12월 “박 대통령에게 경제민주화를 기대한 건 과욕이었다”라며 “경제민주화가 될 것처럼 얘기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정권 출범 1년도 채 안 돼 개국공신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박 대통령의 또 다른 핵심공약이었던 정치쇄신을 주도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정권에 악재가 터질 때마다 쓴소리를 가하는 반박인사로 변신했다.


특히 이 교수는 지난해 말 정윤회 문건 파문이 불거진 이후 각종 언론인터뷰를 통해 “박 대통령의 문고리권력 3인방(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에 대한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다” “현재 박근혜정권을 움직이는 사람들 수준이 한심할 정도로 수준 미달이다”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이 교수는 청와대와 검찰이 애써 수습한 정윤회 문건 파문의 불씨를 되살린 김무성 수첩 파문에 대해서도 “현재 청와대의 민낯을 다 보여준 것”이라며 “청와대가 어떤 사람들에 의해 실제로 굴러가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박’으로 돌아선 옛 측근들
박근혜정권 골칫거리로 부상

심지어 그는 지난 20일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1987년 민주개헌 후 대통령이 된 사람들 중 보수대통령은 성공한 사람이 없다”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사후평가도 좋지 않을 것이니, 그 같은 결론은 불가피하다”고 박근혜정부가 ‘실패한 정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약점이었던 젊은 층 공략에 기여했던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대선 이후 박 대통령과 별다른 교류 없이 종편 프로그램 등을 오가며 청와대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하는 정치평론을 해왔다.

급기야 최근 지난 6일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의 결혼식 피로연에서는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이 언급한 ‘K(김무성), Y(유승민) 정윤회 문건 파동 배후설’을 김 대표와 유 의원을 포함한 전·현직 새누리당 의원 12명에게 전달해 김무성 수첩 파문의 단초를 제공했다.

반박 전향
늘어나나?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렸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최근 확실한 반박인사로 전향한 모양새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힘찬경제추진단장을 맡아 박 대통령의 경제공약을 총괄했던 그는 지난달 말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제는 크게 3가지 프레임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희망, 둘째는 국민 화합, 셋째는 경제 안정”이라며 “국민이 희망을 갖고 화합할 수 있고, 외부 충격에 잘 대응할 수 있으면 경제는 잘되는 것인데 지금은 세 가지 모두 시원치 않으니 위기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또 “박 대통령은 자기를 던지는 리더십도 안 보이고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한 소통 능력도 너무 떨어진다”며 “어려움을 돌파하려면 정책 추진력이 중요한데 현 정부는 이것도 약하다. 지난 2년간 한 것이 없고 미래의 희망도 갖기 힘들다”고 혹평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외에도 추가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종인·이상돈 교수와 함께 붕괴 직전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구하기 위해 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돼 지난 총·대선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는 정권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김종인·김광두·이상돈 등 정권에 비수
부름 못받은 측근 추가 이탈 가능성도

지난 대선을 앞두고 야권으로부터의 갖은 비판을 감수하고 박 대통령을 지지한 DJ(김대중 전 대통령) 가신 3인방(한광옥·한화갑·김경재)도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정권에서 배제됐다. 이들은 지금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추후 박 대통령의 실정이 계속되고 정권으로부터 어떠한 배려(?)도 받지 못한다면 반박인사로 돌아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와 관련, 박찬종 변호사는 “김종인·이상돈·김광두 세 사람은 박 대통령에 의해서 일회용 포장지로 이용당하고 쓰레기통에 처박혔다라고 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이준석은 좀 서운한 감정이 있는 것 같다”며 “(박근혜정권 탄생의) 특등공신에 대해서 인간적 배려를 하거나 자리로 보답을 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의 불소통이 이들 네 사람을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돌려놨다. 그 중에도 세 사람(이상돈·김종인·김광두)은 완전히 (박근혜) 저격수가 됐다”고 진단했다.

실패한 정부 예언도 나와

이처럼 옛 측근들이 돌아서고 있는 것은 박 대통령이 비대위 시절부터 언급했던 약속과 대통령에 오른 이후 실제 국정을 운영하는 모습에서 보여준 간극이 커 실망을 느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일각에서는 이탈자 대부분이 지난 대선에서 집토끼(보수진영)의 견제를 받으며 산토끼(중도진영)를 잡는 데 기여했던 외부 영입인사 중 정권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배려 부족(?)에 대한 반감이 표출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곁에 두기엔 불편할 수 있어도 그렇다고 놓아주기에도 아까운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는 했어야 했는데 토사구팽을 시켜 문제를 키웠다는 뜻이다.

대통령을 만든 ‘박근혜의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특히 붕괴 직전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일으켰던 쇄신의 주역들이 떠나는 것은 비리·부패 정당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한나라당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 ‘실패한 정부가 될 것’이라는 이 교수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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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