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한옥 ④경북 청송

TV 없던 시대 선조들의 소소한 일상 체험

청송에는 수백년을 내려온 아름다운 고택이 많다. 고택은 집의 역사와 건축물 자체의 멋스러움이 더해져 빛을 발한다. 하지만 규모나 시설적인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옥의 멋을 놓치지 않으면서 깨끗한 화장실과 욕실 등 현대적인 시설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 주왕산 입구에 자리한 청송한옥민예촌이다.

한옥의 멋과 현대적 시설, 청송한옥민예촌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감댁 ‘쿵덕쿵덕 방아’

대감댁, 영감댁, 훈장댁, 정승댁, 참봉댁, 교수댁, 생원댁, 주막 등 모두 8동에 28개 방이 있다. 대부분 청송에 있는 고택을 모델로 지어, 청송군의 전형적인 가옥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대감댁은 송소고택이 있는 파천면 덕천마을 가옥 중 초전댁을 재현한 것으로, 상류층 양반집 형태를 감상할 수 있다. 솟을대문을 지나 들어가면 마당이 나오고, 사랑채 문을 통과하면 ‘ㅁ’자형 안마당에 이른다. 안채와 사랑채, 대문채까지 방이 여러 개 있다. 안채 방과 방 사이에는 넓은 대청마루가 있어 요즘 같은 계절엔 발이 시리지만, 여름철엔 시원하게 낮잠 자기 좋겠다. 부엌에는 사용할 수는 없지만 옛 모습 그대로 부뚜막과 가마솥, 맷돌, 소반, 찬장 등을 전시해 아이들이 좋아한다.

탁 트인 마루
다양한 놀이공간

영감댁은 ‘ㄱ’자형 건물로 안방과 사랑방, 자녀 방이 한 건물에 배치되었다. 마루로 연결돼 쉽게 오갈 수 있고, 대문채에는 창고로 쓰이는 광이 붙어 있다. 영감댁의 특징은 디딜방아가 있다는 것. 쿵덕쿵덕 방아 찧는 흉내를 내볼 수 있어 아이들이 즐거워한다.
정승댁은 덕천마을 송소고택의 안채를 재현한 것으로, 가운데 대청을 중심으로 방이 대칭으로 배치되었다. 대청마루에는 문이 달려 방처럼 사용할 수도 있고, 문을 들어 올려 처마에 걸면 탁 트인 마루가 된다. 뒷문까지 열면 바람이 통해 여름철에 시원하게 머물기 좋다. 마당이 넓어 다양한 놀이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현대인이 선호하는 전원주택에는 잔디가 깔린 마당이 흔한데, 전통 한옥에서 마당은 흙을 그대로 두었다. 마당에서 집안 대소사를 치르거나 수확한 농산물을 말리기도 하며, 마당에 반사된 빛이 방을 환하게 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ㄷ’자형 건물에 누마루가 인상적인 훈장댁, 농민이나 서민의 가옥구조를 보여주는 참봉댁과 생원댁, 외양간이 있는 교수댁, 마당에 넓은 평상을 펼쳐놓은 주막 등이 있다. 


집마다 생김이 다르고 개성이 있어 한 집 한 집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부분 기와집인데, 생원댁과 주막 등은 이엉을 정성스레 올린 초가라 정감이 간다. 청송을 대표하는 작가 김주영의 <객주>에 나올 법한 주막에 앉으니 뜨거운 국밥에 막걸리 한잔 생각이 절로 난다.

집마다 다른 개성, 둘러보는 재미 쏠쏠
약수로 끓은 닭고기와 푹 퍼진 녹두죽

방안에는 머릿장, 반닫이, 경상 등 고가구를 배치해 예스러운 멋을 풍긴다. 방문과 벽에 한지를 붙여 집과 자연스레 어울린다. 선조들의 생활을 느껴보도록하기 위해 방에 TV를 비치하지 않았다고. 습관적으로 보던 TV가 없으니 아이들은 마당에 나가 투호 같은 전통 놀이를 하거나, 동네를 산책하거나, 책을 꺼내 든다.
민예촌은 현재 주로 숙박공간으로 사용되는데, 한옥과 전통문화를 고루 느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한층 빛을 발할 것이다. 돌을 섞어 쌓은 토담이 보기 좋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토담을 따라 걷는 골목길이 운치 있다. 민예촌 뒤로 산책로가 있고, 고개를 들면 청송의 명산 주왕산이 멀리 보인다. 

민예촌 옆에 자리한 도예촌에는 심수관도예전시관, 청송백자전시관, 전통가마, 도예공방이 한데 모여 있다. 임진왜란 후 끌려간 도공이 일본에서 우리 전통기법으로 빚어낸 심수관가의 도예작품은 섬세하고도 아름답다. 청송군수석꽃돌박물관도 민예촌 바로 앞에 있으니 가볼 것을 추천한다.
송소고택은 청송을 대표하는 고택으로, 조선시대 만석꾼 청송 심씨의 7대손이 새로 지어 9대까지 부를 누리고 살던 집이다. 대문채, 사랑채, 안채, 별묘, 방앗간까지 두루 갖춘 경북 북부지역의 전형적인 양반집을 보여준다. 소헌공원에 있는 조선시대 객사 건물인 운봉관과 제각인 찬경루도 소중한 문화재다. 

읍내에서 달기약수 방면으로 가는 길에 솔기온천이 나온다. 미끈한 물이 좋아 사람들이 온천욕을 하러 청송에 올 정도다. 달기약수는 조선시대에 발견한 약수로, 마시면 속이 편안해진다. 달기약수 주변으로 식당이 즐비하다. 모두 약수를 넣고 끓인 닭백숙을 상에 올린다. 약수 덕에 쫄깃해진 닭고기와 국물에 푹 퍼진 녹두죽을 한 그릇 먹으면 겨울에도 땀이 맺히고 속이 든든하다.

뜨거운 국밥에
막걸리 한잔

봄·여름·가을이 모두 근사한 주산지의 겨울 풍경은 다소 쓸쓸하다. 주변 나무가 모두 잎을 떨어뜨려 스산하지만, 물에 비친 왕버들은 어느 계절보다 선명하다.
진보면에 문을 연 객주문학관은 지난해 10권으로 완간된 김주영 선생의 <객주>를 테마로 한 곳이다. 선생은 소설을 연재하는 동안 실제로 전국의 오일장을 떠돌며 현장에서 원고를 집필해 ‘길 위의 작가’라고 불린다. 원고지 대신 대학 노트를 들고 다니며 글을 썼는데, 깨알 같은 글씨가 가득 적힌 육필 원고가 독특하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 한옥 체험과 문화 탐방 : 주산지→청송한옥민예촌→달기약수→송소고택→객주문학관
· 역사 유적 코스 : 송소고택→소헌공원→주왕산→청송한옥민예촌→심수관도예전시관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객주문학관→군립청송야송미술관→달기약수→솔기온천→송소고택→청송한옥민예촌(숙박)
· 둘째 날 : 주산지→주왕산→도예촌→청송군수석꽃돌박물관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청송관광 http://tour.cs.go.kr
· 청송한옥민예촌 www.cctf.or.kr
· 송소고택 www.송소고택.kr
· 솔기온천(주왕산온천관광호텔) www.juwangspahotel.co.kr

문의 전화
· 청송군청 문화관광과 054-870-6240
· 청송관광안내소 070-7719-6244
· 청송한옥민예촌 054-874-9098
· 객주문학관 054-873-8011
· 송소고택 054-874-6556
· 솔기온천(주왕산온천관광호텔) 054-874-700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청송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6회(06:30~16:40) 운행, 4시간 10분 소요.
서울-진보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3회(06:30~17:30) 운행, 3시간 40분 소요.
대구-청송 : 대구동부정류장에서 하루 14회(06:30~19:30) 운행, 2시간 30분 소요.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대구동부정류장 1666-0017

자가운전 정보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안동→남순환로→충효로→청송교차로 우회전→청송로→청운삼거리 좌회전→주왕산로→청송문화관광재단 도착

숙박 정보
· 청송한옥민예촌 : 부동면 주왕산로, 054-874-9098
· 나이스모텔 : 부동면 주왕산로, 054-874-3651
· 청송자연휴양림 : 부남면 청송로, 054-872-3163, http://csforest.co.kr

식당 정보
· 달기약수닭백숙 : 토종닭백숙, 청송읍 약수길, 054-873-2351
· 청솔식당 : 산채정식, 부동면 공원길, 054-873-8808
· 송림정 : 한식, 파천면 중평병부길, 054-873-6300

주변 볼거리
주왕산, 절골계곡, 항일의병기념공원, 방호정, 군립청송야송미술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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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