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⑰ 불신과 하극상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사무라이

올해는 광복 69주년이 되는 해다. 내년이면 벌써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를 연재한다.

영주가 다른 세력으로부터 살해당하면 영주만 죽는 것이 아니었다. 새로 집권한 세력들이 후환을 없앤다고 따르던 가신들도 같이 죽였다. 설사 재수가 좋아 살아남았다 해도 모든 재산과 영지는 빼앗기고 그 자신은 낭인으로 전락했으며, 그 식구들은 새로 권력을 잡은 자들의 하인이나 하녀로 살아가야 하는 비참한 인생이 되고 말았다.

사무라이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앞날이 창창하던 아들들은 머슴이나 전쟁터 짐꾼으로 싸움터에 나가 칼받이가 되어야 했고, 젊은 딸들은 새로운 지배자들의 하녀가 되거나 유곽에 나가 ‘게이샤’가 되어 웃음과 몸을 팔며 살아야 했다. 가신의 부인으로 품위를 지키며 살던 부인은, 하루아침에 종으로 전락하여 밭에 나가 막노동을 해야만 목숨을 부지하고 살 수 있는 그런 비참한 신세로 전락했다.

비참한 삶

낭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처지도 비참하지만, 가족들이 하루아침에 역적 집안으로 바뀌어 나락으로 떨어진 채 비참하게 살아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더욱 비참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살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면서, 마음속으로 재역전을 꿈꾸며 모진 삶을 애써 참으며 살아갔을 것이다. 이것이 당시 세력을 잃은 가신과 그 가족들의 참담한 모습이었다.

당시의 영주와 사무라이들은 언제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누가 언제 모반을 할지, 누구를 얼마나 믿어야 할지 모르는 긴장과 초조 속에서, 극도로 조심하며 하루하루의 삶을 연명해 갔다. 불신과 하극상 속에서 주군과 그 가신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정립되어 갔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초기 전국시대에, 영주가 영주로서의 힘을 유지하려면 지지 세력이 있어야 할 것이고, 하극상을 일으켜 새로운 강자가 되고 싶은 사무라이도 동조 세력이 있어야 반역을 도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주라고 해도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지 못한 영주는 반대 세력들의 모반이 두려워 부하 사무라이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고, 나름대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지 못한 사무라이들 역시 하극상을 계획하지 않더라도, 동조하고 협조하는 동료가 있어야 영지 내에서 입지를 보다 확고히 할 수 있는 입장이었을 것이므로 동료 사무라이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고 노력했다.

초기 일본의 전국시대 양상은 이랬다. 배반과 모반이 난무하던 초창기 전국시대가 어느 정도 안정되어 가면서 영주의 위치가 보다 확고해졌고, 영주와 사무라이들의 관계는 한층 더 상하관계로 확립되어 갔다.

무법천지의 전국시대에 유학이 널리 보급되고 학교가 대대적으로 증가하는데, 그 이유도 영주들이 영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자 가신들에게 정신 교육 강화 차원에서 유학을 장려하였기 때문이었다. 주종 사이에 관계가 확립되어 가는 반면, 가신과 가신 사이, 사무라이와 동료 사무라이들 사이의 관계는 약해졌다.

반대 세력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영주가 가신과 가신들의 사이가 두터워져 하나의 세력으로 커지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영주는 가신을 엄격히 통제하기 시작하였다. 가신과 가신 사이에 사적 동맹은 금지되었고, 영지의 자유로운 매매와 분할 상속이 금지되었으며, 가신과 가신 가족들 간의 결혼도 영주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영주가 영주로서 위치를 다져가면서, 영지 안에서 권한 또한 확립하여 나갔다. 특히 가신들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농지 할당과 세금 부과 등을 통하여, 그들을 통제하면서 보다 확고한 주종 관계를 확립하여 나갔다.

영주와 사무라이는 절대 주종 관계
권력투쟁 패하면 하루아침에 종으로 


영주는 가신들에게 보다 확실한 충성을 요구했고, 가신들은 그런 영주에게 충성을 맹세함으로써 영지 안에서 보다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하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모반이 두려운 영주는 불순한 가신은 물론, 충성심이 약한 가신들을 점차적으로 제거해 나갔다.

가신은 동료 가신들이 하루아침에 영주에게 불신을 받아 할복을 강요당하고, 그 가족들이 하인으로 전락해도, 항의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로 전락해갔다. 반대 세력의 출현을 용납하지 않는 절대 권위를 가진 영주에게 항의한다는 것은 바로 자신이 잠재적 불순 세력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영주와 가신, 가신과 그 수하 사무라이들의 관계는 주종 관계로 보다 확고히 정립되어 갔고, 가신과 가신들 사이의 수평 관계는 소원해져 갔다. 그래서 영주와 가신은 단순한 주종 관계를 넘어 점점 맹종적인 복종 관계로 변해 갔고, 가신과 가신들 사이의 동료 의식은 약해져 갔다.

약해진 것 뿐 아니고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믿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다. 모반을 두려워하고, 불순 세력이 만들어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영주 밑에서 가신의 행동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괜히 동료 가신에게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 행동 한번 잘못했다가, 그 언행이 영주의 귀에 들어갔다가는 불순 세력으로 오해받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처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목숨만 버린다면 그나마 오기를 가지고 바른말 한마디 할 수 있었겠지만, 오기를 참지 못하고 말한 그 말 한 마디 때문에 온 가족이 역적으로 몰락하는 곤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들은 아버지와 같이 참형되어 가문은 대가 끊길 것이고, 부인과 딸은 하녀나 ‘게이샤’로 팔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사무라이 미덕으로 여기게 되는 것도 이러한 연유가 있는 것이다. 뜻하지 않은 언행으로 괜한 오해를 받았다가 자신의 목숨은 물론 가족들 목숨까지도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신들이 점점 더 영주에게 맹종을 하게 되면서, 가신과 가신들 사이의 신뢰와 동료 의식은 약해지고, 오직 영주를 통한 간접적인 동료 의식만이 가능해진 것이다.

영주로서 확고한 위치를 확립하고 싶어 하는 영주와, 그 영주의 가신으로서 인정을 받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 방법임을 인식하기 시작한 가신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하극상과 모반은 같은 영지 안에서 벌어지지만, 이웃한 영주끼리는 침략과 약탈이 계속되었다. 힘없는 영주는, 힘 있는 이웃 영주로부터 침략을 받아 영지를 빼앗기고 살해당하거나, 아니면 그 밑의 가신으로 충성을 맹세하면서 자신의 후계자를 볼모로 보내야 하는 수모를 당했다.

불신의 시대


작은 영지의 영주들은 보다 강한 영주들의 침략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하여 다른 영주들과 협약을 맺거나 정략결혼을 하는 등, 온갖 정략과 술수를 써 가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쳤다. 큰 영주는 그 나름대로 보다 큰 영지를 확보하여, 무법천지 속에서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위하여 온갖 정략과 술수를 써 가며 이웃 영지를 침략했다.

이들은 적을 속이는 것도 실력이라고 생각하며, 비열한 정략과 술수를 쓰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음모는 전술이라고 여기고, 기만은 전략이라고 믿었다. 목숨을 걸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윤리 의식 따위는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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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