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적령기 미혼남성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결혼을 하고 싶어도 여자가 부족해 독신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남아선호사상과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남녀 성비의 균형이 깨져 결혼적령기 여성의 수가 현저히 줄어든 탓이다. 5년 후에는 ‘결혼대란’이 찾아올 것으로 예고돼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결혼 증가, 연상연하 부부 급증 등 새로운 결혼풍속도까지 생겨나고 있다.
남아선호로 1980년 이후 태어난 남녀 성비 불균형 극심
결혼적령기 여성 줄어 국제결혼, 연상연하부부 증가 현상
직장인 이모(34)씨는 지난해부터 결혼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당장이라도 가정을 꾸리고 싶지만 마땅히 결혼할 여자가 없기 때문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런 고민은 이씨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연애도 꾸준히 했고 마음만 먹으면 결혼할 여자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 여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씨에게 연애는 힘든 일이 됐다. 소개팅 주선도 뚝 끊겼다. 주위에 있는 여자들은 결혼을 했거나 마흔을 바라보는 골드미스뿐 결혼적령기의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평범남에겐 어려운 결혼
그제야 이씨는 닥쳐올 ‘결혼대란’이 자신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미혼 여성의 수가 미혼 남성에 비해 현저히 적어질 거란 각종 조사 자료가 이를 말해줬다. 이씨는 “결혼할 여자를 찾아 베트남이라도 가야되겠다는 말을 농담 삼아 할 정도로 결혼할 여성을 찾는 일이 어려워졌다”며 “고연봉을 받는 전문직인 골드미스터가 아닌 이상 나 같은 평범남은 점점 결혼하기가 힘들어질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같은 이씨의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결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남자들이 속출할 거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남아선호사상과 저출산으로 인해 남녀성비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남아선호에 따른 성비 불균형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1977~198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나타났다. 이 시기에 태어난 남녀의 나이는 31~34세로 흔히 말하는 결혼적령기에 해당한다. 이에 따르면 결혼 적령기 남성 100명당 여성의 수는 지난해 95명이었지만 내년에는 88명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이는 5년 후 가장 크게 벌어져 남성 100명당 여성 수는 84명으로 감소한다. 남성 10명 중 2명은 결혼상대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해가 갈수록 신붓감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진다. 이는 결혼정보회사의 조사로 나타났다. 여성들이 신랑감을 구하는 폭은 넓어지는 반면 남성은 반대인 것으로 나타난 것.
결혼정보회사 웨디안이 성혼커플 300쌍을 표본으로 평균 만남횟수를 2008년의 데이터와 비교한 결과 여성의 만남횟수는 늘어난 반면, 남성의 만남횟수는 2007년과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만남횟수는 평균 4.5회인 반면 남성의 만남 횟수는 2.6회로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이성을 만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결혼적령기의 남녀 비중이 불균형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결과다.
결혼 못하는 남자가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는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급증한데다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기고도 결혼을 하지 않는 고소득전문직종의 ‘골드미스’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골드미스들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 결혼 못한 남자들에겐 치명적이다.
금융업계에 종사하며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정모(35·여)씨 역시 결혼을 하고 싶지만 못하는 남자들에겐 ‘적’이나 마찬가지다. 나이가 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결혼을 할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씨는 “연애도 꽤 해봤고 지금도 남자친구가 있지만 결혼을 서두를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사회에서는 나에게 노처녀란 낙인을 찍어 두겠지만 남들의 시선에 쫓겨 결혼을 해치우긴 싫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 이유로 결혼적령기 미혼여성들의 수가 남성에 비해 줄어들면서 새로운 결혼풍속도도 생겨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외국여성과 결혼하는 남성들이 늘어 국제결혼이 급증할거란 것. 지금까지는 혼기를 놓친 농촌 총각들이 외국 여성과 결혼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남녀불균형이 극심해지면서 도시 총각들에게도 국제결혼은 고려대상이 될 거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설문조사로도 나타났다. 결혼을 할 생각이 있는 미혼 남성 10명 중 6명은 결혼대란이 올 경우 국제결혼도 고려하겠다고 답한 것. 이는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가 결혼 희망 미혼남녀 564명을 대상으로 ‘성비 불균형이 심화될 경우 국제결혼에 대한 고려 여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 질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남 18.1%, 여 8.9%)거나 ‘고려할 만하다’(남 39.4%, 여 23.8%) 등 국제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중이 남성은 57.5%로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여성은 32.7%에 그쳤다.
또 다른 결혼풍속도는 연상연하커플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래 여성은 성비불균형으로, 연하 여성은 저출산 현상으로 배우자감을 찾는 것이 힘들어지자 연상 여성들 가운데서 신붓감을 찾아 결혼을 하는 남성들이 늘어날 거란 것이다.
연상연하 부부 급증
이 현상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부부 중 연상연하 커플의 비중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 통계청의 혼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혼 23만6677건 중 여자가 연상인 혼인 건수는 3만3794건으로 전체의 14.3%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통계청이 관련통계를 작성한 199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90년 8.8%보다 5.5%포인트, 10년 전인 1999년 10.1%보다 4.2%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한 결혼전문가는 “남녀성비 불균형 등으로 결혼적령기 여성 부족현상이 심화되면 새로운 결혼풍속도가 생겨날 뿐만 아니라 성범죄 증가, 출생률감소 등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