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추석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시도당-중앙당 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분위기다. 따라서 민주당 일부에서는 “당 지지도를 높이려 해도 내부 갈등이 심한 이상 힘들다. 또 권력암투, 중앙당 퇴직자 소송 준비설 등까지 겹치고 있는 바람에…”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견제 야당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분위기 조성이었는데 이러한 사정은 오히려 민주당에 찬물을 끼얹은 처사라고 성토한다.
그렇다면 민주당 중앙당과 시도당 간의 갈등에 불이 지펴진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민주당 인사들은 시도당-중앙당 인사들 간의 권력암투로 인해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고 말을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권력암투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당을 장악하겠다는 얘기다.
또 시도당마저 중앙당에 좌지우지될 경우 정세균 대표가 당을 장악할 뿐 아니라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앙당 하부조직이라는 인식이 고정관념처럼 박힐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 이들은 ‘무리수’를 둬서라도 중앙당의 횡포를 막겠다는 각오다.
알력 싸움 중
민주당 한 당직자는 “당직자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민주당이 그리는 구상대로 따라가기 위해 갖가지 대책 마련에 힘써왔지만, 계파간의 권력암투를 중앙당이 부추겨 온 것 같다”며 “권력암투로 인해 당내뿐 아니라 당외적인 부분까지 분위기를 망쳐놨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상 당 변화를 위한 ‘체질 개선’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인식은 있지만, 시도당 위원장과 정세균 대표간의 권력암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얘기인 셈이다.
실제로 민주당 당직자 구조조정 시행 과정 중 시도당은 인력 충원을 위해 공고모집을 낸 반면, 중앙당에서는 시도당 사무처장 등으로 당직자들을 전출시켰다. 이 과정에서 최규식 의원 등을 비롯해 시도당 위원장들은 이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하게 반발했지만, 정 대표가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시도당에서 임명한 인사들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맞불을 놨다는 게 민주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근에는 더욱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16개 시도당 중 12개 지역은 이미 중앙당 출신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고, 중앙당(열린우리당계) 인사와 원조 시도당(구민주계) 인사 간의 갈등이 더더욱 고조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이로 인해 이들은 물과 기름 관계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무처장 등 직함 하나를 놓고 ‘한 가붕 두 가족’ 신세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민심을 대변하기에도 급급한 가운데 시도당 위원장-정 대표간의 알력싸움이 한창이다. 사무처장의 경우 한명의 인사를 채용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식적으로 한 명일 뿐 비공식적으로는 두 명이다. 이 때문에 계파가 나뉘어 민심을 대변할 때에 각자 따로 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엉뚱하게 정 대표가 당을 장악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내부 파열음 갈수록 심화
사실 민주당은 그간 ‘정책 야당’, ‘견제 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당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보수 대연합’을 통해 여당이 18대 국회를 장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당내 화합, 민심 정당으로 거듭나 이 난국을 타개할 수밖에 없다는 게 민주당 인사들의 기본 인식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그저 기대로만 끝나고 있다는 게 민주당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실제로 민주당 한 관계자는 “시도당이 ‘민심 창구’ 역할을 통해 각 지역 주민들의 요구사항 등을 보고해 민심을 돌봐야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 이후 시도당은 영락없는 ‘따로 국밥’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며 “외연 확대 등도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구조조정 대상이 된 당직자들이 소송을 제기한다는 얘기도 있다”며 “이럴 경우 중앙당이 패소해 당 이미지는 최악의 상태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런 까닭에 민주당 인사들은 시도당-중앙당의 갈등은 “정 대표의 독선과 독단의 극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민주당 인사들의 이런 인식은 정 대표의 당 장악의 실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이들은 “사실이 아니다”고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단지 당 안정을 위해서 겉으로 내색하지 않은 것뿐이라는 것.
이처럼 민주당은 시도당-중앙당간의 권력암투로 인해 자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해 있어, 이들 간의 갈등이 어떤 식으로 해결될 지에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